가끔 보다보면 이런 악당이 있습니다. 등장해서 주인공에게 무언가 피해를 끼친 다음 퇴막하는게 주 패턴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악당이 그렇게 굳이 주인공에게 피해를 끼쳤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린건 아닙니다. 왜냐면 그런 캐릭터가 아니고 그런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주인공에게 피해를 끼치는게 결과적으로 자기에게도 손해일 것이라는걸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 굳이 그렇게 피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자기도 손해를 봅니다.
물론 메타서사적으로 보면 이유는 이해가 가죠. 주인공은 먼치킨으로 하고 싶고, 그런데 위기가 없으면 밋밋할 것 같고. 계산적인 악당은 무언가 캐릭터에 깊이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묘사하고 싶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다만 그 세가지가 게으르게 합쳐지면 누가 봐도 건드리면 손해일 것 같은 주인공에게 계산적인 악당이 전혀 수지타산 맞지 않게 공격을 해서 모두가 손해를 보는걸로 끝난다는 조합이 됩니다. 매우 뻔하고 예측하기 쉬운 결과일텐데 말이에요.
저는 오랜 고민 끝에 이들이 아주 자기희생적인 자들이라 결론 내렸습니다. 너무나 이타적인 나머지 어떤 면에서는 훌륭한 시민의 모범이라 부를 수도 있을겁니다. 이들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손해라는게 뻔히 보이는 결정을 내려서 그 결과를 묵묵히 인내하는 것입니다. 자기희생적 악당인거죠. 저는 앞으로 살아가며 이들을 롤모델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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