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기만하던 평범한 중딩이 중세로 날아간다고 갑자기 천재가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 되죠. 하지만 그렇다고 현대인과 중세인 사이에 유의미한 지적능력 차이가 없다고 보기도 애매합니다. 상식적으로, 고등교육을 마친 현대인은 성장기라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무려 16년이나 되는 기간을 오직 지적능력 향상에만 쏟아붓습니다. 석박사 과정까지 거친다면,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20년은 쉽게 넘기겠고요. 만약 그 교육과정을 정상적이고 충실하게 마친 현대인이 중세인과 유의미한 지적능력 차이가 없다면 저희는 애초에 그런 엄청난 시간과 자본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지 않았을겁니다.
제 생각에 현대인 천재론은 과거에는 1~2%가량의 극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던 고도로 발달 된 지적인 능력을 상위 10~20%에게까지 확장시켰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상적으로 사고를 하는 능력를 예로 들자면, 그건 현대인이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지만 사실 전혀 당연한 능력이 아닙니다. 에스키모에게 ‘만약 검은곰이 나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건가요?’ 라고 답한다면 에스키모는 ‘검은곰은 존재하지 않는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겠죠. 왜냐면 에스키모에게 경험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가정한 후 그것으로부터 사고를 전개해가는 것은 매우 낯선 행위니까요. 과거에는 소수의 대상인, 귀족, 학자들만이 지니고 있던 강력한 무기를 현대에는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범위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휘두르며 살아가고 있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런 현대인이 과거로 넘어갈 시, 갑자기 달라진 주변환경에 적응을 하는데만 성공한다면 주변의 대다수보다는 지적으로 발달되어 있겠지요. 여전히 더 똑똑한 사람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서울대에서 수석을 못 했다고 서울대에 들어간 사람이 바보인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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