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 새 장신외국인선수 버논 맥클린은 KGC전서 리그최강 '트윈타워'로 불리는 데이비드 사이먼, 오세근을 한꺼번에 상대하면서도 밀리지않았다. |
ⓒ 고양 오리온 |
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 구도는 장·단신제로 제도가 바뀐 후 다소 정체되어있던 것이 사실이다. DB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디온테 버튼(23·192.6cm)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신 쪽에서는 테크니션, 언더사이즈 빅맨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뉴페이스가 등장하고 있다. 반면 골밑에서 기둥역할을 해야 할 장신 외국인선수 쪽은 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기대 받는 장신 외국인선수는 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여전히 리카르도 라틀리프(28·199.2cm), 데이비드 사이먼(35·204㎝), 로드 벤슨(33·206.7cm) 등 구관이 대세였다. 멘탈적인 측면에서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찰스 로드(32·200.1cm)가 꾸준히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는 배경에는 부족한 장신 외국인선수 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KGC인삼공사와 삼성 썬더스는 비시즌 간 전력손실이 컸다. KGC는 토종에이스 이정현(30·191cm)이 FA로 떠났으며 리딩의 중심에 섰던 키퍼 사익스(24·178cm) 또한 잡지 못했다. 삼성 역시 김준일(25·201cm), 임동섭(27·198cm)의 동반 군입대가 뼈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와 삼성은 하위권으로 추락하지 않고 승률 5할 가량을 오르내리며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골밑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KGC와 삼성은 각각 라틀리프와 사이먼이라는 검증된 최고의 장신 외국인선수를 지니고 있다. 사이먼은 오세근(30·200cm)과 함께 리그 최강 '트윈타워'를 구축하고 있으며 라틀리프는 여전히 일당백이다.
인상적인 것은 오리온이다. KGC, 삼성과 함께 강호로 군림했던 오리온 역시 시즌을 앞두고 이승현(25·197cm), 장재석(26·204cm)이 군입대로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골밑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그렇다고 라틀리프, 사이먼같은 검증된 빅맨용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추일승 감독은 과감히 모험을 시도한다. 여전히 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 중 한 명임은 분명하지만 스윙맨 스타일인 애런 헤인즈(36·199cm)와 재계약하지 않고 골밑을 지켜줄 새로운 장신 외국인선수를 선택한다. 그렇게 등장한 선수가 바로 버논 맥클린(31·202cm)이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물론 피딩, 박스아웃까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맥클린은 구관이 독점하고 있던 장신 외국인선수 구도에 오랜만에 등장한 새얼굴이다. 7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 22.43득점, 10리바운드, 5.14어시스트, 1.71블록으로 전방위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득점시 맥클린은 무엇보다 받아먹는 플레이를 잘한다. 패스가 골밑 근처에만 들어가면 쉽게 득점을 성공시킨다. 포스트근처로 공이 띄워지면 주저 없이 앨리웁 덩크를 찍는가 하면 어려운 패스도 쉽게 잡아 골밑슛을 성공시킨다. 그가 골밑근처에 있으면 공수에서 동료들이 편해진다.
포스트업, 페이스업을 자유로이 구사하며 뱅크슛, 스핀 무브, 덩크슛, 훅슛 등으로 포스트 인근에서 득점을 올리는 능력 자체가 탁월하다. 3점슛을 쏘는 빅맨까지는 아니지만 슛거리도 긴 편이다. 오히려 포스트에서 떨어져 외곽을 난사하는 일부 빅맨 용병들과 달리 골밑 득점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더욱 든든하다.
인상적인 것은 피딩능력이다. 맥클린은 센터 중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골밑만 잘 지키는게 아닌 팀플레이에도 능하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힘과 기술을 사용해 쉽게 득점을 올리지만 수비수가 몰려있다 싶으면 동료에게 패스도 잘 빼준다.
골밑에서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는 물론 자신이 아웃사이드로 나와 동료들의 '컷인플레이(cut in play)'를 만들어주는 등 시야와 센스가 매우 좋다. 맥클린 한 명으로 인해 구멍으로 취급받았던 오리온 골밑이 다시금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맥클린이 든든하게 골밑을 지켜주기에 또 다른 외국인선수 드워릭 스펜서(35·188cm)가 장기인 슈팅능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키넌 조던, 무스타파 호프, 라이언 페리맨, 리 벤슨 등 오리온은 전통적으로 좋은 외국인 빅맨을 다수 보유해왔다. 맥클린이 현재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나가며 오리온 역사에 남을 빼어난 장신 외국인선수로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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