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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회귀 사냥꾼 _02

작성자
Lv.69 고지라가
작성
17.09.05 14:13
조회
821



'뽀드득, 뽀득'


지우는 연신 거울을 기웃거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헐, 탱탱하네.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세면대에 붙어있는 거울로 자신을 살피던 지우는 책상과 이층침대만으로 가득 찬 좁은 방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스피커가 붙어있고 선반을 열어보니 주황색 구명조끼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표찰이 보였다.


"과거로 회귀할 거라더니.. 그 수상한 놈 말이 진짜였어."


거울에 비친 스물네 살 문지우의 모습에 57세의 자신이 겹쳐 보였다. 폐지를 주워 연명하던 흙수저. 사회 최약층을 흙수저라고 한다면 자신이야말로 흙수저다. 집도 절도 없는 부평초 같은 목숨.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인생. 그런 자신이 20대의 청춘으로 돌아와 있었다. 


"흐.. 흐하하하.. 그래, 죽었구나. 문지우는 죽었구나."


잔떨림 같은 전율을 느끼며 문지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원래 이 몸의 주인인 24세의 문지우와 57세의 문지우는 다른 사람이다. 한때 같은 인생을 공유했지만 57세의 문지우가 24세의 문지우일 수 없듯, 24세의 문지우 역시 자신일 수 없었다. 


"..놓을 수는 없지. 그게 나다. 나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태 한대로 휘둘리는 데로 살 수밖에 없었다. 젊을 때야 하나의 가치에 모든 걸 바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른 소중한 것들이 생겨난다. 가치가 변한다는 거야. 50대의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20대의 너일 순 없다. 미안하다. 내가 너를 죽였다. 너를 죽이고 이 몸을 차지했다."


주머니에 담배가 없었다. 이 시기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문득 술이 당겨왔다. 


"크큭.. 흐흐흐..어쩌겠어. 이렇게 된 거. 20대의 문지우. 니 몸은 내가 잘 써주마. 내가 여한 없이 즐겨주마."


핸드폰과 가방을 뒤지던 문지우는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럼 진짜 그놈 말대로 조직이라는 곳에서 나를 죽이러 사람을 보낸다는 건가? 나는 그걸 피해서 도망쳐야 하고? 허 참.." 


자신을 회귀시킨 놈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선택된 이유는 사회에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 기준에서 뽑은 많고 많은 사람 속에 중요한 고객을 숨겨 과거로 회귀시킨다는 것인데, 그 조직이라는 살인마 새끼들이 더미로 보내온 회귀자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고객을 안전한 곳으로 빼돌린다는 이야기였다. 보통 회귀하자마자 5분 안에 찾아온다니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서 도망쳐야 한다. 


"영차, 한번 움직여 보실까.. 역시 젊은 몸이 좋아. 혈액순환이 아주 끝내줘."


주섬주섬 옷을 살피는 사이 벽 위에 붙은 스피커가 치직 거리며 음성을 내보냈다.


'Exercise! Exercise! Exercise..'


방 문을 열자 융단이 깔린 기다란 복도가 보였다. 표찰을 차고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수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물. 바닷물. 온 천지가 바닷물.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 으하하하! 그 살인마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시범운행 중인 크루즈가 있는 바다 한가운데까지 찾아오진 못할 테지. "


계단을 연거푸 올라 7층에 이르자 구명보트 앞에 꾸역꾸역 모여있는 선원들이 보였다. 주기적으로 하는 긴급 피난훈련이다. 9층 크루즈의 갑판 위로 500여명의 선원이 점호를 받고 있었다. 필리핀인이 가장 많고 인도인과 한국인순이다. 드문드문 러시아인이나 미국인들도 보였다. 헤메다가 한참 늦게 도착한 문지우는 조장인 한국인 주방장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아..안녕하세요.."


존댓말이 익숙하지가 않다.


"어."


말 존내 짧다. 이런 사가지가 어디서 어르신한테. 하긴 안면이라고는 크루바(Crew bar)에서 슬쩍 본 것뿐이었을테니 친할 리도 없는 일일 것이다. 주방장의 요리는 선장이나 항해사 전용이고, 나머지는 필리핀 요리사들이 만든 콩 요리나 스프, 볶음밥, 마카로니였던가. 

문지우의 시선이 뱃머리를 향했다. 한국과 달리 산이 보이지 않는 너른 땅이 다가오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배에 있는 여행사에 끼여 관광을 즐겼겠지만, 지금은 밖에 돌아다닐 여유가 없었다. 아니, 반대로 이대로 이국땅에 섞여 사라지면 어떨까. 어쨌든 한국으로 가봤자 살인마에 쫓겨 다닐 판이고, 크루즈가 넓다고는 하지만 바다 위에 갇힌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선원이 실종되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바다에 빠진 실종자가 무인도로 표류해 로빈슨크루소처럼 살아남아 5년 후, 10년 후에 문득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사망이 아니라 실종 처리가 된다.


생존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1. 배 안에 계속 숨어 있는다.


2. 당장 하선해서 외국에 몸을 숨긴다.


3. 3일 후 배가 부산항으로 입항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하선해서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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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전공이 아니에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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