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아시겠지만, 과거 80년대에 게임계의 흑역사라고 불렸던 아타리쇼크 사건이 있었죠.
1982~1983년 사이에 수천 개의 게임 매장과 회사들이 도산하면서 게임 산업 전체가 붕괴됐던 사건을 말합니다.
게임 제작사가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사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게임을 대충 만들어도 팔리다 보니 투자할 필요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 찍어냈죠.
저질 양산형 게임이 늘어났고, 나중엔 창의력 없는 게임들만 판을 쳤습니다.
아타리쇼크의 정점은 E.T.였죠.
1982년 6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가 미국 전역에서 개봉했습니다. 1982년 7월, 워너 그룹은 아타리 2600용 ‘E.T.’ 게임을 만들 것을 지시했습니다. 기한은 1982년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5주 만에 제작된 ‘E.T.’ 게임은 500만장이나 찍었지만 결과는 폭망.
이 형편없는 게임을 접한 소비자는 절망에 빠졌죠.
북미 게임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습니다.
30억 달러에 달하던 북미 게임 산업의 규모는 1985년 1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요.
요즘 인기 웹소설들을 보니 아타리쇼크가 생각납니다.
자극적이고 회마다 사이다가 펑펑 터지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몰리죠.
장대한 세계관과 오랜 시간 시놉시스를 구상하고 집필한 소설은 쉽게 히트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만한 인내심을 가진 독자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회당 결제 시스템도 한 몫하죠.
조금만 고구마가 나와도 독자들은 탈출합니다.
결국 작가는 이야기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떨어지는 조회수에 의지를 상실합니다.
인기 작가이거나, 충성 독자가 많은 상위 10% 작가가 되어야 참고 읽어줄까요.
문제는 인기 작가가 되기엔 예전보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졌죠.
명성이 인기를 부르는 시대입니다.
결국 팔려야 살아남는다는 숙제는, 작품 수준의 전반적인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다가 웹소설 시장에는 뻔한 글만 판치게 될까 우려됩니다.
주류 문학이라 불리는 세계에선 ‘귀여니’급이라고 매도하겠죠.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참고 계속 읽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인기 있는 작품은 점점 비슷비슷해지고, 가능성 있는 작품은 랭킹에도 못 올라가 사라져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웹소설 판 아타리쇼크가 올까요?
시장 자체가 죽을 수도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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