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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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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결혼과정 - 육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22.07.29 16:59
조회
110
저는 꼬마 시절에 딱 한 번 전통혼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결혼식을 이렇게 전통혼례로 치르는 집이 있었어요. 마당에서 탁자 위에 뭔가를 놓고, 신랑 신부가 혼례복을 입고 마주 보고 서 있던 게 기억납니다. 닭을 날리던 장면도 얼핏 기억이 나고요... 이 때만 해도 결혼식은 동네잔치를 하는 시절이었어요... 친척 친구 뿐만이 아니라, 온 동네 어르신들도 꼬마들도 와서 구경하고 잔칫상을 먹고 가던 시절입니다. 

요즘의 결혼식은 서양식 결혼식이 보통인데, 한국식으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 ^ 결혼식을 이렇게 하라는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세계 각국이 다들 나름대로 결혼식 절차를 생각해서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주례사가 있고, 축가가 나오고, 동영상 상영도 있고, 점심식사 대접도 하지요. 교회에서 하는 결혼식에 가면 기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올선생의 글에서 혼례의 혼이 '계집 녀' 변에 '날저물 혼'이 결합된 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도올선생은 결혼식 후다닥 하고 신혼여행 가는 요즘의 결혼식을 별로 안 좋아하십니다. 날 저물 무렵에 손님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면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결혼 당일은 푹 쉬고, 다음 날 신혼여행을 출발하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글을 쓰셨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육례'를 대충 알게 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혼례에서 사용되었던 6가지 단계였죠. 납채, 문명, 납길, 납징, 청기, 친영... 단어만 들어서는 도대체 뭘 하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 ^ 그래서 육례라는 게 있다, 6단계로 진행된다더라... 이런 수준으로만 알고 넘어갔습니다. 어르신네들이 뭐라고 말씀하셔도 이해는 못하면서 대충 웃음 짓고 넘어갔습니다. 

시리즈에서 연재되었다가 판매 중지된 [미인기]라는 중국소설이 있습니다. 석두여수 작가의 작품인데요, [천산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육례가 왜 생겨났는지를 대충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짐작한 내용들입니다. 혹시 틀린 것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중국인들은 체면을 많이 따집니다. 그래서 혼인에 관한 것도 체면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상대방에게 청혼하는데요, 혹시라도 청혼이 거부되면 체면이 손상됩니다. 그래서 청혼해도 되는지 먼저 남모르게 타진을 하게 됩니다. ^ ^ 청혼을 받아들이면, 이제 육례가 시작되지요. 

혼인에서 매파(중매인)가 왜 필요한 것일까요? 단순히 총각과 처녀를 소개하려고 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매파의 역할이 '체면 손상을 대신해 주는 역할'이라고 추측합니다. 즉, 신랑측이 청혼했다가 신부집안에 거부당하면 신랑집안의 체면이 깎이니까, 매파를 대신 보내어 타진하고 승낙을 얻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운 부탁을 해도 매파의 체면만 깎이잖아요.... ㅎㅎㅎ

어쨌든 신부측의 허가가 떨어지면, 공식적으로 납채를 하게 됩니다. 매파가 신부집을 방문해서 혼인 허가를 공식적으로 얻는 거죠... 

다음 절차는 문명인데요, 신부의 어머니의 이름을 묻는 절차라고 합니다. 원래 중국에서는 여자의 이름을 남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과 친척들만 알았던 모양입니다. 여자의 이름은,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김씨네 셋째 딸' 수준으로만 밖에서 알려지지요. 그러니 신부 어머니 이름을 이 단계에서 알게 되고, 혹시나 장모의 친척 중에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하게 됩니다. 

다음 절차는 납길인데, 이 혼인이 길한 것인지 흉한 것인지 점을 쳐 보는 절차라고 합니다. 사주단자를 받아서 신랑신부의 사주가 상충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 보려는 것이죠.... 오늘날로 보면 사주를 검토하는 것이 미신이라고 치부되겠습니다만, 고대에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음 절차는 납징인데요,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폐물을 보내옵니다. 보석이나 진주나 등등을 보내는 모양입니다. 폐물을 고급인 것을 많이 보낼수록 신랑측의 성의가 드러나게 되고, 이 폐물을 남들에게 보임으로써 부러움을 자아내게 됩니다. 

다음 절차는 청기인데요, 혼인식을 올릴 날짜를 정하는 것입니다. 신랑측에서 사주팔자를 감안하여 좋은 날짜를 몇 개 정하고, 신부측에서 그 날짜들 중의 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마지막 절차는 친영입니다. 혼인식 당일에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데려오는 것이죠. 고관대작의 집이나 부잣집의 경우는 집이 아주 큰데, 신부의 오빠나 남동생이 신부를 업어서 가마까지 이동합니다. 후진은 없다고 합니다... 운수가 나빠진다는 미신 때문에요..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온 동네 행진을 시작하게 되지요... 당연히 피리도 불고 북도 치면서 행진을 합니다... 이 행렬에는 신부집에서 보내는 예물과 물자를 실은 행렬이 뒤따릅니다... 신부가 한 평생 먹고 쓰고 살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갑니다. 옷감을 담은 궤짝 같은 것들이 나귀 등이나 가마에 실려서 이동하게 되는데, 궤짝이 많을수록 남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게 됩니다. 그러면 신랑집과 신부집 둘 다 체면이 크게 살게 됩니다... 반대로 이 예물이 부족하면 체면이 크게 손상되고요... 신랑집에 도착해서 하늘과 시부모 앞에서 절하면 혼인식은 끝이 납니다. 그 뒤에는 혼인식에 참석한 사람들(하객)이 축하연을 즐기고요. 신랑은 하객을 접대하러 술자리에 참석하고, 신부는 신방에 앉아서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하객들이 돌아가면, 신랑은 신방으로 돌아와서 ....

오늘날에는 신혼집을 미리 준비해 놓고, 가구나 가전을 미리 다 구비해 놓습니다만, 고대 중국에는 혼인식 당일에 신부집에서 신랑집으로 한꺼번에 운송합니다. 기나긴 신부 행렬은 체면을 살리기에는 좋은 방식이지만,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면 뻘짓입니다... 

오늘날에는 드레스라든지 가구라든지 하는 것들을 그냥 바로 구매하면 되니까, 결혼식을 단기간에 치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중국에는 신부측의 친척을 조사하고, 혼례복을 수놓고, 이불을 만들고, 가구를 장만하는 과정 등이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러니까 혼례는 몇 년에 걸쳐서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었겠죠... 물론 가난한 집안, 평범한 집안에서는 과정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을 거고요... 

Comment ' 1

  • 작성자
    Lv.22 영아의별
    작성일
    22.07.30 03:40
    No. 1

    이야..가만 생각해보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 같은 과거의 예법이라 하지만 이런 상세한 글을 접하게 해주셔서 뭔가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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