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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5 술그만먹여
작성
17.01.09 14:12
조회
1,853

대리만족이란 ‘내가 아닌 타인의 행위를 접하면서 마치 내가 행한 일 인양 뿌듯해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결’에서 스타들이 가상의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나, 각종 몰래카메라에서 대상자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것 역시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대리만족은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서 매우 깊은 관련을 가집니다.

그런데 요즘 장르소설에 대해 논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대리만족을 그저 ‘주인공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고난을 극복하고 갑질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건 대리만족을 너무 협소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전 대리만족이란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자기는 다이어트하지만 먹방하는 BJ를 보면서 대리만족, 육아는 싫지만 육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대리만족, 내 인생은 평범하지만 스타들의 삶을 엿보면서 좋아하는 대리만족.

제가 게임을 좋아하고 프로리그 경기를 시청하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경기 시청도 대리만족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전 특별히 응원하는 팀 없이 그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재미있는 경기를 바랄 뿐이거든요.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는 한 팀의 팬이 되어서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같이 그냥 재밌는 경기를 바라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그것 자체가 재밌어서 보는 분들도 계시지 않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저는 장르소설을 볼 때도 그냥 성공하는 주인공은 그다지 끌리지 않습니다. 광기, 갈등,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유머 등을 좋아하는 엄청 마이너한 취향이죠.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참신한 소재, 스토리 진행, 복선과 반전 등등을 더 즐깁니다. 굳이 따지자면 주인공이 아니라 작가에 대리만족한다고 해야할까요.

전생, 회귀, 미래시 등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며 갑질하는 소설이 인기가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대리만족이라고, 현실이 팍팍하니 그냥 시원하게 주인공이 다 해먹는 소설이 장르소설의 본질이라고 못박아버리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따지면 드래곤 라자, 세월의 돌,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룬의 아이들은 대리만족이 너무나도 부족한 소설이 되어버립니다.

그냥 단순히 주인공이 성공해서 갑질하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참신하고 기발한 상상력, 스토리를 기대하는 독자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56 다크월넛
    작성일
    17.01.09 14:31
    No. 1

    대리만족으로의 선호 이동은,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 등장으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2000년 초중반 생각하고 판타지를 정의하고 글쓰려 들면... 헤비한 독자에겐 선택될지 모르겠으나 신규유입독자에겐 어김없이 외면당하더라고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7.01.09 15:29
    No. 2

    본질이라고 하면 그게 전부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므로 그건 아니죠.
    본질 중에 한가지 정도로는 봅니다.

    여러가지가 복합되어 있죠.
    일단, 소설은 다른 장르에 비해 더욱 이 주인공에 대한 대리만족이 좀더 크다고 봅니다.
    특히 사이다 전개를 원하는 심리, 주인공 보정을 용인하는 분위기도 모두 이 대리만족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겠쬬.

    또한 대리만족은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비극으로 끝난 영화 곡성은 대리만족이 없죠.
    왕좌의게임처럼 서사적 측면이 크고, 가장 주인공에 근접한 캐릭터는 있지만 그 또한 둘이나 되고, 시즌마다 주인공격인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 경우엔 대리만족이 또한 약해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왕겜은 웨스테로스 대륙의 한 시기의 역사 그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대리만족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는 숱하게 많고, 소설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다만, 가장 많은 분야는 역시 대리만족이겠죠. 왜냐면 주인공에 집중하는 타입은 대개 이 대라민족과 느슨하게나마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7.01.09 15:31
    No. 3

    예를 든 왕겜에서 스타크가문 자체가 주인공 급의 가문이어서 작품을 보다 보면 가문 내의 자식들 전원에 애정을 갖게 되죠. 가문 자체가 대리만족의 대상이 되는 경우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바람의책
    작성일
    17.01.09 15:31
    No. 4

    참신하고 기발한 소설은 지금도 먹힙니다.
    멸망 이후의 세계 초반부는 참신했고, 초반흥행 몰이에 성공했죠. 그게 지속력이 없긴 했지만.

    무협과 중국 신화와 크툴루 신화를 섞은 전생검신은 세계관이 밝혀지고 설정이 밝혀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초반부는 큰 재미없죠. 그러나 조아라 프리미엄에서 흥행성공하고 있습니다. 초반 연재를 정액제로 해서 독자수를 끌여들였기 때문이죠.

    참신하고 독자적인 세계관과 스토리가 먹히지 않는 경우는
    1. 참신하다고 주장하는데 막상 보면 안 참신.
    2. 참신은 한데 재미가 없는 경우. 이게 중요한데 독자가 바라는 건 재미지 참신이 아닙니다. 참신=재미의 등가관계가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이 경우는 크게 4가지로 또 나누어 집니다.
    1) 설정 자체가 재미없는 경우
    2) 설정은 재밌으나 그걸 작품에 제대로 적용시키지 못하고 붕 뜬 경우
    3) 설정은 재밌으나 내용전개가 뻔한 경우
    4) 다 좋은데 재미가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

    등입니다.

    이렇게 안 팔리는 작품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01.09 15:33
    No. 5

    대리만족이 본질은 아닙니다. 사이다물이 유행하는건 현실이 지옥이기에 소설속에서나마 위안을 받고싶기 때문이죠. 사회의 상황에 영향을 받을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Highsis
    작성일
    17.01.09 16:10
    No. 6

    저는 대리만족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먼치킨 주인공을 아주 아주 싫어합니다. 제 스스로의 소설을 쓸 때도 그렇고, 고난이나 난관이 크면 클수록 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하지 무슨 능력 받아서 우당탕 다 쓸어버리는 거 정말 싫어해요.

    남작인 주인공이 정치적으로 수많은 고행을 뚫고 자작이 되는 게 노예 주인공이 별 말도안되는 기연으로 황제되는 것보다 저는 개인적으로 훨씬 대리만족하고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달없는밤
    작성일
    17.01.09 16:25
    No. 7

    저도 마이너한 취향입니다. 던전디펜스였던가요, 주인공이 망가져가며, 마지막엔 감추고 있던 광기를 드러내는, 그런 글을 좋아하죠.
    지금은 상업성의 시대입니다. 저도 클리셰를 비틀고 쪼개 꺾는 참신한 글들을 바로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느정도 타협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탈퇴계정]
    작성일
    17.01.09 18:41
    No. 8

    트렌드는 시대상을 반영하죠.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평화와 관련된 소재들이 잘 먹혔었죠.
    그리고 편하고 쉬운 성장기일때에는 전쟁이나 느와르 같이 격렬한 소재들이 잘 먹혔었죠.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 등등의 여러 언론매체를 보는 이유는 소식을 알고 싶은 목적에, 재미가 숨어 있기때문이죠.

    언론매체가 없으면 세상돌아가는 소식을 알수가 없어서 언론매체를 보는것처럼,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등은 여가시간을 대신해줄 하나의 취미에 가까운거라고 봅니다.

    즉 대리만족할만큼 흥미로운 소설들도 있지만, 근본은 여가시간활용이라는 말인거죠.

    뭐..

    누구는 소설도 안보고 사는데 (무독자에게는) 뭐라 할말이 없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석정의학수
    작성일
    17.01.09 20:07
    No. 9

    그냥 책을 읽는 독자가 느끼는 감동이라는 측면에서 해석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단순하든 복잡하든 저열하든 고상하든 카타르시스라는 측면에서 가슴 속에 억압된
    어떤 것이 해소되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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