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 불렀소
시/박단야
꼬불꼬불 돌계단 올라가면
높은 돌담 축대 밑
납작 엎드린 슬레이트 집
쪽문 들어서면 세면장 겸 부엌
구멍 뚫린 미닫이 열면
두 평 남짓 거실 딸린 침실
언제나 나만의 자유 공간이다
30촉 짜리 전구는 깜박거리며
밤낮 없이 어둠과 빛을 뿌리고
책상 겸 밥상엔 쓰다만 원고지
누렇게 바랜 채 엎뎌있다
팔베개하고 누워 전구 보면
어둠과 빛으로 면역된 머릿속
깜박깜박 시상 잡았다 놓치고
아예 밤만 이기를 고대하다가
목숨 줄같이 전구에 매어 달린
파리똥 엉겨붙은 줄을 당기면
불랙홀 같은 적막이 흐른다
후 두둑 툭툭
누가 날 불렀소
잠결에 일어나 털컥 들창 여니
장대같은비들이 서서
누렇게 뜬 얼굴에 찬물 뿌린다
한겨울 물벼락 맞은 듯
번쩍 떠오른 시상
내 보금자리 감사하고
깜박이는 불빛도 감사하여
엎뎌 자는 원고지를 깨웠다
*참가에 의를 두고 자작시 한편 올렸습니다.
*감상 잘 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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