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일견 강하다. 그러나 약해 보이는 여자가 얼마든지 요리할 있다. 단순한 남자의 속성을 알고 이를 이용하는 재주만 가졌다면 말이다.
다마키 호리에는 저서 「남자들은 왜 악녀에게 끌리는가」(한언刊)에서 사회를 지배하는 남자를 휘어잡아 활용했던 악녀들을 조명했다. 릴리 랭트리, 에바 페론, 이멜다 등 실존여성뿐 아니라 오페라, 소설, 영화, 성경 속의 다양한 여성도 그 대 상으로 삼아 분석했다.
이들은 '나쁜 여자는 사람을 고민하게 하고 선량한 여자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 든다'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이해하고 생활에 잘 적용했다. 예쁘장한 외모나 선량한 마음보다는 에로틱하면서도 카리스마적인 유혹으로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숭배와 동경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남자는 뜻밖에도 '분위기 미인'에 약하다고 말한다. 애초부터 여자에 대한 심미안이 도통 없는 것 같다는 것. 이른바 '악녀'들은 교양 있어 보이 는 이미지,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유머감각, 관능미 넘치는 춤, 재치와 기지, 화술, 야심 등의 기술을 발휘해 남자들을 쥐락펴락한다.
대단한 미인도 아니었던 영국의 릴리 랭트리는 고독에 시달리는 권력자들의 취 약점을 간파하고 수완좋게 공략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랭트리는 한번 맺은 남자들에게 연인이자 누이, 때로는 엄마처럼 매순간 변신하며 정신을 차 리지 못하게 했다. 사교계에서는 권력을 가진 남자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덧씌우는 후광효과까지 십분 이용함으로써 `귀족적이고 특별한 여자'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악녀'의 특징은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재능, 상대방이 빠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매력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지 미모만으로는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남 자를 장악할 수 없다는 것. 클레오파트라 역시 알려진 만큼 미인이 아니었다는 속설 이 있는데, 그녀는 상대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 말솜씨와 재치를 최대의 무기로 이용 했다. 19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한 고급창부들도 뛰어난 화술과 유희재능, 패션 감각, 연기력 등을 구사하며 귀족, 대부호들을 매료시켰다.
정은지 옮김. 256쪽.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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