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녀를 봤어..
화정역 분수대 광장에서였지..
그녀는 어버이날을 위해 카네이션을 사고 있었어.
파마도 하고, 갈색 니트에, 짙은 청바지를 입고 하얀 백을 들은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니,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너무 겁났어. 그녀의 아름다움에 상관없이 나는 겁났어.
무엇이 겁났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겁이 났어. 그래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꽃바구니를 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어. 마침내 그녀가 꽃바구니를 사고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나도 모르게 따라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구청에 도착했고, 난 멀리 돌아갔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그녀를 보는 것이, 그녀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 너무 두려웠어. 하지만 따라가지 않을 수도 없었지. 그녀를 놓치기 싫었거든. 그래서 멀리 돌아갔어. 부디 그녀가 멀리 가버렸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한참을 돌아서 갔는데. 그녈는 아직도 있더군. 너무 슬프게도.... 그녀는 여전히 걷고 있었어.저 멀리서..조금씩. 조금씩 따라갔어. 그러다가 마침내 멈추어섰어. 멈출 수 밖에 없었어. 두려웠거든.
문득 예전에 내가 전화로 고백했을 때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나는 거야. 내가 누구든 관심없고 고백받을 생각도 없다고. 그저 좋은 사람 만나길 빈다고.
...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녀가 별 생각없이 한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 되었는지.
결국 계속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어. 그것 참 청승맞더군.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그런 모습들을 보면 미친놈들 염병하고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런 행동을 할 줄이야. 참 신기해... 왜냐면 그 땐 정말 그러고 싶었거든.
참 청승맞은 행동이지만 계속해서 보고 있었어.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멈추어 섰을 때, 돌아섰어. 아무 생각없이, 더 이상 지켜보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돌아섰어.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꽃바구니를 하나 샀어. 그녀가 산 곳과 맞은편에 있는 곳에서. 그리고 집에 오는 동안 내 눈길은 왜 이리 허전한지..
그 동안 그녀를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거의 다 잊었는데, 왜 지금에서야 이런 뒤늦은 감상이 찾아오다니.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느낄 수 없어도, 보지 않아도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스쳐본 것 만으로도 이렇게 가슴벅찬 것을...
시간을 벌써 4년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아직 제자리에..
이런 내가 너무도 한심하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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