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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허무주의?

작성자
Lv.1 마루한
작성
04.04.19 06:51
조회
297

젊어서 도가니 불가니 그런 사상을 너무 좋아하면 일찍이 허무주의에 빠져,

인생의 덧없음을 즐기고 살지 모른다.

어릴적 지나가는 개미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맨앞에 가는 개미와 가운데 어디인가 있는 개미, 맨 끝에 있는 개미.

내 눈에는 그 모든 개미가 다 똑같은 개미로 보였다.

그렇지만 분명 그 개미들 중에선 대통령 개미도 있을거고 부하 개미도 있을 것이고,

개미 집단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경제학자 개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다 똑같은 개미로 보였다.

난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신과 같은 절대자가 있다면 우리 인간들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절대자는 우리 인간들을 이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고.

생각해보면 이처럼 덧없었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얽매인다.

조금의 넉넉함을 가질만도 한데, 어느 누구도 넉넉함을 가지길 원하지 않는다.

돈의 넉넉함, 욕구의 넉넉함을 가지기는 무엇보다, 누구보다 원하면서

베품의 넉넉함은 그렇지가 않다.

나는 어릴 적 돈을 열심히 벌어서 많은 이에게 베풀면서 살리라고 결심했다.

그치만 나는 죽을 때까지 베풀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오만일까?

내가 벌면, 그것을 기반으로 더 벌고, 더 많이 생긴 자본을 무기로 더 많은 돈을 벌고

내가 가지고 있으면 그 돈이 더 쉽게 열배, 백배가 될테인데 지금 그걸 줘버리면 그 사람들에게도 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죽을때까지 벌다가 늙어서 쾌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두 생각도 극단적인 것이다.

아주 급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씩 베풀면서 그리고 많이 모아서 늙었을 때 베푸는 것이 중간점인 것이다.

요 며칠 공부때문에 바빠서 고무림에 들어올 시간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밤을 새서 공부한 것이지만 역시 공부에는 끝이 없다.

와서 게시판을 보니 마루한을 비난해놓은 것이 무지 많다.

어린 놈이, 뭘 잘 알지도 못하는 놈이 까분다는 식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너는 왜 이렇게 모르냐라는 식의 내용이 주이다.

나도 알몸 박정희란 책을 읽어봤다고. 아마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그의 과를 명확히 객관성있게 알고 있다고 항변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기 전에 조금 씁쓸하다.

자신과 생각이 틀릴 수 있지만 그 비난은 너무 강하다.

여기가 익명이라서 그러리라 생각한다.

익명이라서,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

어둠 속에서 칼을 뽑는 자이다.

여러분들 중에 은하영웅전설을 읽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얀 웬리의 대사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아 제길 외웠다.

진실이란 녀석은 생일하고 똑같아.

개인에게 하나씩 있는거야.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

신념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못한 일이야. 왜냐하면 돈은 만인에게 공통의 가치를 가지지만

신념의 가치는 본인에게밖에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지.

죽을 각오가 있으면 어떤 어리석은 짓, 어떤 심한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건가? 폭력으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남에게 강요하는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민주주의를 절대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인가?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제도 중, 수많은 정치제도 중 하나가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그럴줄 알았다. 이 독재 옹호자야라고 말할 사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우리 미래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민주주의라는 괴상한 제도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제도를 신봉하면서 살았었어.

우리가 지금 절대왕정 시대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면서 그러듯이.

아,

너무 허무주의인가?

하지만 생각을 여러모로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것이 비록 헛소리일지라도.

사실 요즘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현 여론 상황이나 시대의 흐름으로 보아 내가 다니는 학교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기분 묘하다.

거참, 거시기하다.


Comment ' 3

  • 작성자
    Lv.40 절대삼검
    작성일
    04.04.19 09:17
    No. 1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외람되나 몇가지 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1. 저는 대부분의 이슈에서 님과 견해가 다르지만, 님에 대해 다소
    심한 비난을 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저도 눈살 찌푸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2. 님의 글에 대해 강한 비난을 하신 분들에 대해 님이 '폭력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느낀 점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박정희, 전두환 이런 사람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독재를 하면서 그야말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폭력적으로 남에게 강요한 점은 왜 묵과하시는지(저는 님의 글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3. 저도 은하영웅전설의 광팬이며 얀웬리는 저의 우상중 하나입니다.
    은하영웅전설에는 라인하르트가 이끄는 독재제국이 제대로 된 정권
    으로 그려져 있고, 얀웬리가 소속된 민주정권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다보면 저도 아,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님의
    말대로 민주주의가 절대선은 아니며 독재정권이 민주정권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제대로 된 정권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입니다. 은하영웅전설
    에서도 라인하르트 집권전 제국은 부패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독재정권이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재희
    작성일
    04.04.19 10:49
    No. 2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에서 나왔죠. 페리클레이스(정확한 이름은..잘..) 가 실현 시켰지요..그런데 이면엔 완벽한 독재..이말은 국민이 민주주의다라고 생각이 들만큼의 완벽한 독재를 했다더군요..그 정치를 모방한것이 고대 로마의 정치겠죠.
    머 정치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 마루한님의 글을 대부분 읽었었고, 또 그것에 대한 반박도 읽었답니다. 사실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자기에 반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네요. 내가 이렇게 좋은데 아니.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또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이렇게 말하는데 넌 이상하게도 이해를 못하니? 등등등...의 결과는 감정을 상하게 되는것이죠.
    정치에는 정답이 없거든요<----- 정치학 박사과정 형님의 말을 옮겼습니다..
    그리고..마루한님께서도, 한번 꾹 참으셨다가 댓글을 올리는 지혜를 발휘하심을...(저도 여기에 몇번인가 글을 올렸다가 지우곤 한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루카렐리
    작성일
    04.04.19 11:16
    No. 3

    아까 올린 글이 생각나네요.

    하양도 색이고 빨강도 색인데 무슨 차이가 있죠?

    우리가 대상을 판단할 때는 무한의 관점에서 보면 안됩니다. 먼 미래에는 인간은 다 썩어 문드러질 것인데 옳고 그름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이런 식으로 나가면 과연 현재는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현실에서 모든 판단을 거부하고 산다면 인간은 뭐가 되죠?

    민주주의나 독재나 먼미래에는 웃기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현재를 기반으로 해야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현실 기반을 무시하고 허황된 미래를 이야기하는 건 어이없는 일이죠.

    뭐라해도 민주주의는 전제정치의 폐해때문에 생겨난 제도입니다.

    수천년간 우리는 수십만의 독재자를 거쳐오지 않았나요? 왕이나 황제나 독재자가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그 시대가 지금보다 행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사람의 성군을 맞이하기 위해, 수만명의 폭군을 견뎌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래는 현재가 발전(퇴보)한 것입니다. 즉,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것이죠. 님이 말하신 민주주의나 독재나 모두 웃긴 것이 되는 미래는 독재에서 발전한 민주주의가 없다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란 말입니다. 현재를 보지 않고 막연한 미래만 보고, 이거나 저거나 마찬가지야, 차이가 없어..이런 말은 참 허무주의를 지나서 지나친 자기 합리화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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