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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사장님.

작성자
Lv.3 비진립
작성
04.04.05 23:22
조회
203

사장님, 앞으로는 삼겹살 같은거 사주면서 수고했다고 너스레떨지 마세요.

한창 달아올랐을 때는 맛있다가도 식고나면 허엷게 끼는 삼겹살의 기름기 처럼 다음

날이면 안면몰수 하실 분이라는걸 이제 막내인 저도 잘 아니까요.

젊은시절은 고생도 낙이라고, 이제부터 기반을 닦아놓아야 인생이 편해진다는 사장

님의 지론을 저도 십분 이해하고 따르려 하고 있지만, 가끔 우연찮게 벌어지는 망언

에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네요.

아시다시피, 우리들은 취급하는 물건은 최첨단 이지만 결국 가내수공업이 주가 되

는 업체에요. 사람이 기계가 아닌이상 어떻게 실수한번 안하고 일할수 있나요? 그것

도 열개가 넘어가는 복잡한 과정과 세밀한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에서 말이죠.

이것도 못하느냐, 이게 니 정신이야. 하는 매몰찬 말은 제 수지에 녹아 껍질벗겨진

손바닥이나 보고 얘기하시죠. 죽은 피부는 뜨거운 물에 불려 벗겨낼수 있지만 한마

디 한마디 가슴에 못을 박을때마다 쪼개지는 가슴은 쉽게 복구될 성질이 아니랍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도대체 저번의 망언을 과장님이 어떻게 견뎌내셨는지는 모르겠

지만 우리 부모님을 들먹거린다거나 하면 절대로 못 참습니다. 이건 암묵으로 보내

는 제 자존심의 경고이니 쉽게 흘려 듣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장님의 지나온 과거, 그 어려웠던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와 경력을 저는 결단코

하찮게 보지 않습니다. 또 그만큼이나 힘들게 습득한 기술들을 나라는 사람을 믿고

전수하면서 일을 맡겨 주신데에 항상 감사해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몇 안되는 직원들이 모두 사장님의 개인 노예인 것은 아

니에요. 사람이 사람에게 뭔가 이득이 되는 것을 베풀었다고 해서 타인의 굴종을 절

대 강요 할수는 없는 겁니다. 장교 출신에 항상 출세가도를 달려만 왔던 사장님의

인생에서 비롯된 그런 아랫사람 다스리는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지만 매일 대하다 보

니 욱, 하는 울화를 다스리기가 벅차내요. 솔직히 아직은 어린 저는 그렇다 처요.

그치만 이제 삽십대 중반으로 들어선 과장님 에게까지 임마야, 이새꺄, 이놈아 하고

호칭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말하는 사장님으로선 어쩌면

드러내지 않고 친분관계를 다지는 그런 의미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듣는사람 입장

에서는 아주 X 같습니다. 우리가 예의로 대해드리고 공을 구분할줄 안다면 사장님

도 이제는 직원을 대하는 인식을 바꾸세요. 맨날 공장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좋다고

씨부렁 거리시지만 말고요.

그래요...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수 없는 사람이란건 잘 알고 있어요. 모난

돌 사이에서는 오히려 둥근 돌이 괄시를 받는 법, 나의 자꾸만 껍질속으로 들어가려

는 어눌한 내성과 위축된 자신감은 함께하는 이들에겐 귀찮은 짐이 될 뿐이죠. 그래

도 여자사귈 생각말고 차라리 돈 많은 독신남이라 되라니요...이미 결혼해서 일가를

이룬 기득권자의 어설픈 투정이라고 밖에 받아들일수 없네요. 안그래도 내 대에서

우리 성씨는 끝장을 볼 생각이니까 농담이라면 집어 치우시고, 진담이라면 호박..엿

이나 드세요.  

우리...정말 고생하고 있습니다. 납기일안에 맞춰야하는 우리제품의 특성상, 게다가

변수가 정말 밥먹듯이 교차되는 작업장에서 월말의 성수기때엔 1~2주일 연속야근하

는건 장난도 아닌 그런 열악한 환경입니다. 그래도 이 일이라면, 그동안 접해봤던

빈 수숫대같은 직업이 아닌 나아갈 비전이 있는 이 일이라면 내 인생을 걸어도 후련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전념하고 있습니다.

제발, 물독 채웠더니 쌀알 고르라는 콩쥐엄마의 심정으로 우리들을 들볶지 마세요.

그정도면 누구나 다해, 예전엔 이건 고생 축에도 못 끼었어. 하는 질시의 눈으로

보지 마세요. 그런 식으로라면 영업이 생산의 2배 인원인 기형적 구조의 회사는 이

태동안 누가 먹여살린 건가요?

작은 칭찬을 기대합니다.

항상 진실된 신뢰를 담아 말씀해 주세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흐뭇한 미소를 보여드릴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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