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는 아름답다. 한여름의 낭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불볕 더위에 한껏 지친 채로 의자에 늘어져 있다가 차가운 팥빙수를 한입 먹을때는 쾌감까지 느낀다. 골이 찌르르 울리도록 입에 퍼넣다 보면 어느순간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그릇에 남아있는 팥빙수 녹은 물을 후루룩 들이키고 나면 어느새 더위는 잊고 행복감에 젖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팥빙수에선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바로 기본이 되는 2가지 재료. 얼음과 팥이다. 얼음과 팥이 맛있어야 팥빙수가 맛있는 법이다. 다른 재료들은 그저 조연에 불과하다. 연유건, 떡이건, 젤리건 말이다. 아. 미숫가루는 필요하겠지. 미숫가루는 팥빙수의 소금이요 설탕이요 MSG니까 말이다.
난 그냥 얼음도 좋지만 우유를 섞어서 얼린 얼음도 좋아한다. 그냥 물만으로 얼린 얼음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고 우유를 섞어서 얼린 얼음은 부드럽게 넘어간다.가는 정도는 곱게 간 것도, 거칠게 간 것도 좋다.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중요한 건 ‘어떤 얼음’을 쓰냐이다. 뭔가 냉동실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얼음은 좋지 않다. 그 잡내는 팥빙수의 맛을 망칠 것이다. 역시 제일 좋은 얼음은 천천히 얼어서 투명함이 살아있는 정수기 얼음이 아닐까 싶다. 다만 정수기 얼음은 생각만큼 차갑지 않아서 쉬이 녹아버리는게 아쉬울 뿐.
팥은 묵직해야 한다. 설탕의 가볍고 끈적한 단맛이 강한게 아닌, 묵직한 팥의 맛에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단맛이어야 한다. 시중에서 파는 ‘팥 시럽’같은 단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직접 수제로 팥을 삶고 설탕과 꿀을 넣고 약간 뻑뻑할정도로 섞어준 단팥. 그것이야말로 팥빙수에 어울리는 단팥이다. 거기에 아주 약간의 소금을 넣어주면 더 좋겠지.
깨끗한 얼음을 깨끗히 갈아서 둥근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묵직한 단팥을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 취향껏 올려준다. 거기에 미숫가루를 뿌려주고, 취향에 따라 연유나 인절미를 올려준다. 시럽을 넣는 사람들은 시럽도 넣겠지.(난 별로 시럽을 좋아하지 않아서 넣지 않는다.) 그런 팥빙수를 섞지 않고 팥과 얼음을 동시에 떠서 먹어본다. 쾌감에 가까운 맛이다. 그리고 그릇의 반쯤은 섞어서 먹어보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취향껏 먹어주자. 한여름엔 팥빙수가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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