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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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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선생의 인터뷰

작성자
Lv.1 영원
작성
04.01.28 00:44
조회
606

인터뷰] 무협소설의 대부 김용

"무협지의 무공(武功)은 가짜지만 정신은 진실"

  

▲ 대협(大俠)·신필(神筆)로 통하는 김용.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무협의 정신과 보도의 진실을 얘기할 때는 정색을 했고 어조도 강했다.  

  

  

강호 고수들의 광대무변한 무공과 날랜 초식이 이 공손한 노신사의 손끝으로부터 만발했음을 첫 인상만 갖곤 믿기 어려웠다. ‘무협’이란 통속소설을 중국 문학의 한 교범으로 만든 김용(金庸·81)은 홍콩 명보(明報)를 창립해 사장·주필로 있으면서 중국의 문화혁명 과정과 대만 일당독재에 비판적 칼럼을 썼던 언론인이다.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그를 홍콩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그는 필담을 섞어가며 90분 동안 자신의 철학과 무협세계를 설명했다.

◆ “다시 태어나도 무협소설 안 써”

김용은 “요즘 하루 5~6시간씩 중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2년 자신의 열다섯번째 소설인 ‘녹정기’를 발표한 뒤 절필을 선언했고, 1994년 명보그룹 회장 직을 끝으로 신문사 경영에서도 은퇴했다.

“녹정기가 최고 완결편이어서 절필한 게 아니오.” 그는 자신의 청춘과 공력을 다 바쳤다는 듯 “무협소설은 영영 쓰지 않을 것이고, 다시 태어나도 안 쓰겠다”고 했다.

김용은 “중국 병기 문화가 수천 종이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참고했다기보다 여러 가지를 용해해 각 문파(門派)에 특성·병장기를 부여했다”고 했다.

김용을 ‘아편’ ‘한족 중심주의자’ ‘위선자’라고 폄하한 비평가들도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 놓인 ‘홍콩언론회 2000년 언론인 특별상’ 트로피엔 ‘비평은 자유지만 사실(Facts)은 신성하다’고 한 그의 단골 어록이 적혀 있다. 그가 ‘대협(大俠)’으로 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범하기 때문이다.

◆ “낮엔 소설가, 밤엔 주필”

김용은 1959년 ‘공정과 진실’을 내걸고 단4명으로 명보를 창간했다. “대공보(大公報)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뒤 신문에 매력을 느꼈고, 정치인들의 위선·거짓을 감시하려는 욕구가 컸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작가·주필 업무를 병행하던 한창 때 소설·칼럼 각각에 구상 1시간, 집필 1시간씩 공평하게 시간을 나눠 썼다.”

그는 문화대혁명 당시인 1967년 암살 위협을 받아 싱가포르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신명(新明)일보를 창간했다. 그의 소설은 대만에서도 20여년간 금지됐다. 그는 “50여년을 살며 언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홍콩이 고향과 같다”고 했다.

김용은 “언론의 정권 감시와 정부간의 긴장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각국 문화·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론 자유의 정도는 다르게 마련이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리기 위한 언론의 자기 통제도 절실하다”고 했다.

◆ 무협 ‘정신’을 배웠으면

장풍(掌風)·경공술(輕空術) 같은 그의 소설 속 무술은 현란하다. 김용은 “내 무협에서 무공은 가짜지만 정신은 진실이고, 정의·공평·공정·정의(情誼)를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것은 존중하고, 나머지 30% 정도를 상상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七分眞 三分假’(칠분진 삼분가)를 펜으로 적어 보여 주면서 “사실로 입증된 것은 바꿀 수 없고, 논쟁 중인 사안이나 역사상 미스터리엔 창작을 가미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태극권은 어지간한 경지에 있지만, 다른 무술은 수천 수만권의 책을 통해 소재를 얻었다고 했다. 프로 1단 정도 수준인 바둑에 대해 “바둑과 무술은 통하고 무술 속에 예술이 있다”며 “조훈현·이창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또 베이징에서 배우 송혜교를 본 적이 있다면서 “내 작품 ‘천룡팔부’ 중 영리한 소녀 ‘왕어언’을 닮았다”며 웃었다.

그는 당·송 시대, 특히 송을 좋아한다고 했다. “송대엔 문인들이 예의 바르고 서로 존경하고 인간미가 있었고, 당은 강성하고 무협이 발전한 시기였다.”

‘자신의 최고 걸작’을 꼽아달라고 하자 “모두 내 자식이라 경중을 가릴 수 없다”고 했다.(그는 이전 인터뷰에서 ‘긴 것이 짧은 것보다, 나중 것이 먼저 것보다 낫다”고 재간 있게 말한 적이 있다)

◆ 중국을 읽는 눈 ‘金學’

‘소설가 김용’을 연구하는 ‘김학(金學)’이 베이징 대학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됐고, 버클리 등 미국 명문대에서도 중문학 부교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중문학도 문학의 한 장르이기 때문에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용은 “한국인이 춘향전을 좋아 하듯, 내용이 인간적이고 재미있으면 좋아하게 마련이다”라고 했다. 우유부단하고 배신도 불사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것에 대해 “100% 완벽한 사람은 없고 진실된 인간상을 드러내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신필(神筆)’ ‘기재(奇才)’라는 극찬에 대해 “그저 ‘김용 선생’이라 불렸으면 좋겠다”는 그였지만, ‘겸허 속 자부’는 어쩌지 못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무협이 계속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확신은 못 해도 과거에의 향수와 낭만에 대한 애착은 영원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홍콩=글·사진 박영석기자 [email protected] )

조선일보에 있는 김용 선생님의 인터뷰에서 퍼왔습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1 昧朧
    작성일
    04.01.28 00:48
    No. 1

    우와 멋지네요. 아쉽게도 우리동네 책방엔 김용님 소설이 하나도 없다는.. 쫌 먼곳으로 원정이라도 가야할라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Hypnus
    작성일
    04.01.28 01:25
    No. 2

    김용 선생님이(선생님 ㅡㅡ;) 아직도 정정하게 살아계신지는 몰랐네요. 81세라 굉장합니다. 워낙에 영웅문, 녹정기등이 유명해서 그런가 정말 살아 계실지는 몰랐어요 ^^;;;;
    그리고 조선일보에 있는 얼굴이 이렇게 정정하시다니 한편 더 쓰시면 정말 여한이 없겠는데 한입으로 두말 하실분은 아니겠죠 ^^; 아까워요
    왠지 이렇게 정정하신 모습만 봐도 왠지 기분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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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2 녹수무정
    작성일
    04.01.28 02:02
    No. 3

    넘어야할 산입니다 ~
    받드시 넘어서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검우(劒友)
    작성일
    04.01.28 02:47
    No. 4

    흥미있는 인터뷰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동심童心
    작성일
    04.01.28 07:48
    No. 5

    정말 흥미있네요...

    정말 이런 무협소설의 대가...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나왔으면 바램입니다...근데 절필이라니...더이상 무협을 안쓴다니..
    후....

    저도 살아계신줄 몰랐는데...

    아무튼 정말 흥미있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張秋三
    작성일
    04.01.28 09:04
    No. 6

    모르셨다니..;

    오래전에 김용 선생님에 대한 기사가 정담란에 올려져 있었죠.
    그리고 김용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는 것을 알게 됬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豚王
    작성일
    04.01.28 10:45
    No. 7

    81세에도 그렇게 정정한 건 태극권 때문일라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동심童心
    작성일
    04.01.28 13:05
    No. 8

    태극권이 아니라..이제는..
    신선이 되신것이 아닌지..퍼버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파천러브
    작성일
    04.01.28 14:08
    No. 9

    흠.......역시..대단하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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