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떠나온지 꽤 되었슴다. 아직까지 한번도 가본적이 없고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해외에서 느끼는 한국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보여지게되더군요.
그동안 틈틈히 외국생활을 하면서 간간히 겪거나 느끼게되었던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응을 일기장에 적어 놓고는 했는데 ,
오늘 그 일기장에서 각 햇수별로 그동안의 위상변화를 정리해 봤슴다.
여러분들도 함께 제가 느꼈던 그 순간들을 느껴봤으면 해서 말입니다.
처음 1년째 부터 적어봅니다. 두서가 없고 글이 짧은 사람이니 양해 하시면서 읽어주시기를 부탁 드리겠슴다.
1년
- 당시 군입대를 마치고 미국에와 처음 다니던 학교에서 강의 시간이 끝나고 난후, 같이 강의를 듣던 미국애덜과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는데 그중의 한명이 열쇠고리에 달고 다니는 아주 초보적으로 생긴 깡통따개를 내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묻더군요.
" 이런거 네 고향에 있니 ?"
윽.....-_-;;;;;;; 열 엄청 받았슴다. 물론 " 그딴건 없어. 요즘은 모두 자동으로 작동되는걸 사용하거던. 너는 아직도 그런거 사용하니 ? " 하고 대답해주었지만.....
2년
같은 학교에서 일본여학생을 잠시 친구로 사귀었는데 어느날 같이 점심을 먹다가 이렇게 묻더군요.
" 너도 한국에 있을때 저런차를 몰았니 ? " ( 창밖에 오버히트되어서 뚜껑 열고 있는 1-2년 밖에 안된 현대 엑셀 승용차 -초창기에 문제 많았죠 --;;; - 가리키면서 )
약간 얼굴에서 땀나더군요.
그래서 얼버무리면서 대답했슴다.
"아니. 몰아 본적은 없는데 저 안에 들어가 있는 니네 나라에서 만든 미쯔비시 엔진 ( 그회사 엔진을 썼거던요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
3년
- 학교 다니면서 저녁에는 건물청소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었는데요, 당시 어떤 항공사의 건물을 청소했었죠. 항공사는 24시간 업무를 보기 때문에 항상 직원들이 있었는데 어느날 첨보는 항공사 직원이 내게 말을 걸더니 이렇게 묻더군요.
" 중국사람이지 ? "
어휴...그때까지 이런일 많았슴다. 동양사람중에 중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보면 무조건 중국사람이냐고 묻더군요. 조금 열이 받아 이렇게 대답했슴다.
" 너 러시아 사람이니 ? "
" (화들짝 놀라며 )오~ 노~! 나 러시아출신 아니야. 아이리쉬지 "(당시까지도 러시아 출신이라 하면 백인들중 많은이들이 좀 주눅이 들어있곤 했슴다. 오랜시간 적성국가라서....)
" 나도 중국출신 아냐. 한국출신이지 "
" 그렇게 물어서 미안...."
4 년
- 가끔씩 제가 봉사활동을 하던 병원에서 어느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게되었슴다. 그런데 그 노인, 한국전 참전 용사더군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일주일에 한번 봉사활동중에 마주치면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날 사람들도 꽤나 주변에 많은데 한국전쟁에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스게 소리랍시고 이렇게 말하는거 였슴다.
" 한국전쟁때 한번은 급하게 후퇴를 하다가 똥통에 빠져서 하루종일 고생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봤더니 한국인들은 그 똥통에 모인 것들을 거름으로 써서 채소를 재배 하더군. 동료들과 그 사실을 알고 기겁을 해서 다시는 한국산 과일이나 채소를 먹지 않았지 헐헐헐 ! "
".............-_-;;;;;;;;;; ( 난감 ) "
사실 난감하더군요. 제가 아주 어릴때까지도 그렇게 농사 짓는 모습을 많이 봤거던요.
기껏 내가 할수 있는 말이란 요즘은 그렇게 안하고 화학비료로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었죠.
5 년
다니던 직장에서 같은 부서 동료 한명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걸 알더니 이러더군요.
"한국 ? 나 88 올림픽때 한국에 갔었다. 내가 알던 한국과는 딴판 이던걸 ? 좋더라.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어."
괜시리 우쭐되어짐을 감출수 없었음. 올림픽은 좋은것이여.
6 년
- 새로 미국인 친구를 한명 사귀었죠. 그런데 그친구 삼성에서 나온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더군요. 초창기 모델인데 꽤 잘 만든 카메라 였슴다. 매장에서 삼성 이름이 찍힌 카메라를 구경하게되니 감개가 무량했슴다. 카메라 어떠냐고 물으니까 그 친구 엄지 손가락을 주~욱 펴보이던 기억이 납니다.
7 년
- 그때까지 한국에서 유행하던 가요를 듣거나 구할 기회가 없었거던요.
그런데 어느날 누군가 구해줘서 한국 가요 테이프를 한개 얻었슴다.벌써 나온지 꽤된거라면서리.....
제킷을 보니 제목이 이렇더군요.
'서태지와 아이들 '
듣고 뿅~ 가버렸슴다. 한국에서 이런 노래가 나온다는 사실에.
당시 알고 지내던 친구들중에 흑인애덜몇명과 차안에서 ' 난 알아요'를 크게 틀어놨더니 다들 신나서 들썩 대데요.
한국사람들이 동양에서 흑인들의 힙합과 랩을 가장 잘 소화할수 있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슴다.
지금도 전 서태지를 좋아합니다 ^^;;;;;;;;;
8 년
어느 미국인 직원과 첫인사를 나누다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받았죠.
" 혹시 한국인 ...?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입째졌음
9년
일기장에 별로 특별한 기억이 없네요
10년
- 어....? 그때까지 간간히 들렸던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전화선을 쓰던 제 컴퓨터가 페이지를 로딩하는데 낑낑 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체팅방이 점점 포장도 기능도 업그레이드 되기 시작하더니 체팅도 전보다 쉬워지기 시작하더군요.
게다가 대화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중에 전용선을 쓴다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만 가고요. 그런데 제가 사는 곳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이 전화선이었죠.
더더구나 방송을 VOD로 내보내지를 않나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라디오를 인터넷으로 들을수 있게되더군요. 어찌나 감격 스럽던지 라디오를 처음 듣다 눈물이 글썽이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날 부터 회사에서 가서 직원들에게 자랑 하느라 한동안 정신 없었죠.그때까지 ( 지금도 그렇지만 ) 미국의 인터넷 수준이 한국보다 못한점이 꽤 됐거던요.
11 년
일본인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인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다들 결혼도 하고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에서 살던가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내지는 일본계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이넘들이 갑자기 '기무치'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슴다. 그러면서 맛있다는둥 건강에 좋다는둥, 한국사람이 저보다 더 김치 자랑에 열을 올리더군요. 그러면서 제 집사람이 만든 김치맛을 보게 해달라고 조르고 말입니다. ( 우리도 한국가게에가서 사다가 먹는데......)
얼핏 들으니 일본에서도 김치 열풍이 일어나 먹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아, 그런데 더 기절초풍할 일은, 미국애덜 수퍼에 갔더니 작은병에 담겨져서 분명히 한글로 '김치'라고 써있는 김치를 봤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미국인들도 먹다니....흑흑......김치냄새 날까봐 입에다가 구강청결제 열심히 뿌리면서 다니던, 김치에서 나는 냄새가 궁금하다고 누가 그러니까 그 냄새는 ' 오래된 양말 썩는 냄새 같다'라고 말하던 김치를 먹어본 어느 미국인의 설명까지 들어야 했던 내 자신이 생각나 갑자기 울컥~ 하는 감격이 몰려 왔슴다.
12 년
아주 친하게 지내는 본토출신 중국인 친구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슴다.
그런데 그집 안주인이 반색을 하더니 ( 아 물론 서로 친하니까 ^^;;;;) 대뜸 VCD 포장을 하나 보여주면서 요즘 자기 이거 보면서 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호들갑을 떨더군요.
제목을 보니까 이렇게 써 있었슴다.
' 藍色生死戀 '
헉....처음 보는 제목인데 표지를 보니까 가을동화에서 본 송승헌과 송혜교의 얼굴이 보이더군요.
그 친구 마누라 저녁시간 내내 가을동화가 얼마나 슬픈지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울었는지, 어떤 장면이 제일 슬펐는지 풀어대는걸 듣느라 고생좀 했슴다.
그러면서 송승헌보다 원빈이 더 좋다는둥 하면서 왜 그 불쌍한 두 남녀를 작가가 죽여야 했는지 자기는 이해가 안된다는둥 분개하는데 장단 맞춰 주느라 혼났슴다.
게다가 자기처럼 미국에 있는 중국인 주부들 사이에 가을동화에 빠져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송승헌에게 뿅가 있지만 자기는 원빈이 더 좋다고 강조 했슴다.
정말 기분 좋은 저녁식사 였슴다.
13 년
무쟈게 바쁜 한해였슴다.
만나는 중국인 친구들마다 한국 드라마 내지는 배우들 이야기를 해대는 통에 , 그들에게 대답해주려고 가시자료를 찾기위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헤매이고 다니는 통에 저도 그들처럼 '哈韓族(합한족)'계열에 끼어들고 말았슴다.
게다가 그친구들 얼라들이 한국가요 CD를 구해 달라고 징징대는 통에 한국에 들리는 친구나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 하느라 주머니 돈도 좀 날리고.....
그러다가
월드컵이 열렸슴다.
으아....정말 감격스러웠죠.
회사에 가면 미국인 직원들이 모두 한국의 박진감 넘치는 게임 이야기나 길거리 응원 문화에 대해 무척 감동먹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이거저거 물어오는 통에 하루가 잘지나가더군요. 특히 한국과 준결승인가에서 붙은 독일에서 온 직원은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한국의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자기는 아직도 '차붐'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의 축구가 이렇게 발전되서 자기도 기쁘다는둥 하면서 오바하는 바람에 저도 덩달아 오버해서 이야기 하고는 했슴다.
아무튼지 그 감동은 못잊을 겁니다.
또한,
그때부터 한국에 관해 물어보는 미국인 동료나 친구들의 질문내용이 달라지기 시작했슴다. 예전에는 한국의 역사나 문화수준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루더니 이후부터는 어떻게 하면 싸게 여행을 하고 여행을 가면 어디를 가면 좋을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슴다.
14 년
더 정신없는 한해 였슴다.
중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가을동화의 열기가 가시나 했더니 연이어 '겨울연가' 붐이 일어나서 이젠 배용준-최지우 이야기로 친구들 마누라님들께서 절 괴롭히기 시작하더군요. 게다가, 친구들집에 가보면 다들 한국드라마 VCD나DVD를 최소 5편식은 구비하고 있었슴다.
ㅎㅎㅎㅎ 제가 아는 중국인 친구들 집에 가면 다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게 있슴다
한국산 드라마 5편 이상
한국가요 음반 3-4개
신라면
김치한통
한국산 핸드폰 한개
년말부터는 회사 일본인 직원들이 ( 특히 여자 직원들 ) 만나기만 하면 '배용준' 이야기 입니다. 그러면서 한국남자들은 다들 배용준처럼 멋있고 잘생겼냐고 물어오는 통에, 멋있고 잘생긴것과는 거리가 먼 제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적이 몇번 있슴다.
물론 미국이지만 가수 '보아'양의 음반을 구해 듣고 있는 몇몇 일본인 직원들도 있슴다.
아, 그리고 이라크 전쟁 시작하고 또라이 부시가 '악의축'운운하는 바람에 북한과 남한이 동시에 미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린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_-;;;;;;;;;;
북한 미사일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무척 곤혹스럽슴다.
15 년
현재 진행형입니다.
금년 첫주에 한 일본인 여자직원이 내게 이렇게 물었슴다
"혹시 한국의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배용준의 싸인을 받을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제 대답은
" 나도 집사람을 위해 구할수 있으면 좋겠다"였슴다.
그럼 또 올리겠슴다.
출처 - http://yanbian.yemoon.net/board/viewbody.php3?code=board&page=1&number=12889&keyfield=&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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