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자친구와 마지막 데이트~~
비가 온 관계로 그리 아름답고 화사하진 못했지만, 헤어지는 마당이라 그런지 굉장히 우울하더군요.
데이트 중간 무렵에 헤어지자는 말을 툭 던졌는데, 그녀 무덤덤한 얼굴로
"왜?"
"응, 나 이제 학교 때려칠거거든."
"그럼 뭐 할건데?"
"수능 볼거야."
"니도 의대갈려고?"
"응."
"야, 꿈깨라 꿈깨. 니가 의대가면, 내가 탤런트한다."
"뭐?"
"친구 따라 강남가니, 지금? 개도 뛰고 소도 뛰니까, 너도 옆에서 덩달아 뛰는 거야?"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너 지금 학교도 재수해서 겨우 들어간 거잖아. 내가 알기론 작년에 니 점수론 의대 안돼! 근데, 일년을 또 버리겠다고?"
"야, 버리긴 누가 버려? 그리고, 작년에 내 점수가 뭐가 어때서? in서울 의대는 안되지만 지방의대는 갈 점수였다고!"
"퍽이나~"
"뭐? 퍽이나? 퍽은 무슨 퍽?"
"얘가 지금, 너 지금 니가 큰소리 칠때니? 엉?"
"아, 몰라. 나 이제 1년은 주구장창 공부만 해야 되니까, 그만 끝내."
"끝내긴 뭘 끝내, 이 사람아. 하긴, 갑자기 니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비오는 날 불러내서 밥사주고, 놀이공원 데리고 가고... 그러나 했다..."
"아, 알면..."
"헛소리나 삐약삐약 늘어놓기는..."
"아니, 얘가 점점..."
"점점 뭐?"
"너 지금 남자 알기를 개 똥으로 아냐?"
"남자가 남자 다워야 말이지... 불알 두쪽만 차면 다 남자냐? 응? 사내새끼가 돼 가지고 줏대없이, 남들 다 간다니까 기웃기웃... 퍽도 남자다, 네가."
"으...으..."
"앓는 소리 그만하고, 꿈에서 깨셔, 응?"
"으...으..."
"으이구, 이 불쌍한 중생아. 너 정말 나 아니면 누가 너랑 사귀겠니? 응?"
"으...으..."
"아미타불, 아미타불. 그야말로 아미타불일세..."
그리고 휑하니 일어나 홀연 사라져버린 그녀...
에구...
난 며칠을 혼자 끙끙거리며 헤어짐을 연습했는데... 울지 말자, 슬퍼하지 말자... 혼자 몇번씩 되뇌이며 준비했는데, 여자친구가 이렇게 나오니, 정말... 허~!! 나 혼자만 온갖 분위기 다잡고 있었던 꼴이네요...
애시당초 그녀 성격을 알기에 울고 불고 하는 것 까지는 안 바랬어도, 적어도 그윽한 눈길로 "잘가~" 라고 말해주길 바랬는데, 사람 마음을 이렇게 짓밟다니...
오오... 신이시여. 정녕 저 여자가 제 여자가 맞습니까?
.................
에휴~ 빨리 이 글 올리고, 그녀를 설득시키러 가야 겠군요... 내가 학교를 때려쳐야만 하는 이유, 그리고 다시 수능을 봐야만 하는 이유...에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다 지끈거립니다. 깔끔하게 헤어지는게 더 안나으려나...? 뭐,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이어지는게 더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고... 잘 모르겠네요...
<아참, 그리고 이 글 보고, 또 '염장 백만번!' 이라고 혹 둔저님께서 그러지는 않겠죠? 별로 염장 거리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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