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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여진도
작성
03.09.07 14:18
조회
774

만리장성을 이렇게...

흔히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을 만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원래의 어원은 전혀 다른 뜻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옛날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계획을 세우고 기술자와 인부들을 모은 후에 대역사

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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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남녀가 결혼하여 신혼생활 한달여 만에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장에 징용을 당하고 말았다.

일단 징용이 되면 그 일이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안부 정도는 인편을 통해서 알 수야 있었겠지만

부역장에 한 번 들어가면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신혼부부는 생이별하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부인은 아직 아이도 없는 터이라

혼자서 살아가고 있었다.

요즈음 같으면 재혼을 하든지 다른 방도를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국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어서

딴 마음은 전혀 꿈꿀 수가 없었다.

남편을 부역장에 보낸 여인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외딴집에 지나가던 나그네가 찾아들었다.

남편의 나이쯤 되는 사내 한 사람이

싸릿문을 들어서며

"갈 길은 먼데 날은 이미 저물었고

이 근처에 인가라고는 이 집밖에 없습니다.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지라

여인네가 혼자 살기 때문에 과객을 받을 수가 없다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사내가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이 외딴집에 혼자 살고 있는 듯 한데 사연이 있나요?"

여인은 숨길 것도 없고 해서

남편이 부역가게 된 그 동안의 사정을 말해 주었다.

밤이 깊어가자 사내는 노골적인 수작을 걸었고,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여인과 실랑이가 거듭되자

더욱 안달이 났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을 생각해서

정조를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아직 우리는 너무 젊지 않습니까?

내가 당신의 평생을 책임질 테니

나와 함께 멀리 도망가서 행복하게 같이 삽시다."

사내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고,

깊은 야밤에 인적이 없는 이

외딴집에서 여인 혼자서 절개를 지키겠다고

저항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여인은 일단 사내의 뜻을 받아들여 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 뒤,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귀가 번쩍 뜨인 사내는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줄 테니 말해보라고 했다.

"남편에게는 결혼식을 올리고

잠시라도 함께 산 부부간의 의리가 있으니

부역장에 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서

그냥 당신을 따라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새로 지은 남편의

옷을 한 벌 싸 드릴 테니 날이 밝는대로

제 남편을 찾아가서 갈아입을 수 있도록 전해주시고

그 증표로 글 한 장만 받아달라는 부탁입니다.

어차피 살아서 만나기 힘든 남편에게

수의를 마련해주는 기분으로 옷이라도 한 벌 지어

입히고 나면 당신을 따라나선다고 해도

마음이 좀 홀가분해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 제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저는 평생을 당신을 의지하고 살 것입니다.

그 약속을 먼저 해주신다면 제 몸을 허락하겠습니다."

듣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내는 평생 같이 살자는 여인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덤벼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욕정을 채운 후,

골아 떨어졌다.

사내는 아침이 되어 흔드는 기척에 단잠을 깨었다.

젊고 예쁜 여자가 고운 얼굴에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니

잠결에 보아도 양귀비와 같다.

저런 미인과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다는

황홀감에 빠져서 간밤의 피로도 잊고 벌떡 일어나서

어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길 떠날 차비를 한다.

여인은 사내가 보는 앞에서

장롱 속의 새 옷 한 벌을 꺼내 보자기에 싸더니

괴나리 봇짐에 챙긴다.

이제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심부름을 마치고 와서

평생을 해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드디어 부역장에 도착했다.

감독하는 관리에게 면회를 신청했다.

옷을 갈아 입히고 글 한 장을 받아 가야 한다는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옷을 갈아 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한 사람이 작업장을 나오면 그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동안

잠시 교대를 해 줘야 하겠다는 말을 한다.

여인의 남편을 만난 사내는 관리가

시킨대로 말하고 그에게 옷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옷 갈아입고 편지 한 장 써서 빨리 돌아오시오."

말을 마친 사내는 별 생각 없이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자기를 펼치자

옷 속에서 편지가 떨어졌다.

.

.

.

.

.

"당신의 아내 해옥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런 연유로 외간 남자와 하룻밤 같이

자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시면 이 옷을 갈아 입는 즉시

제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시고 혹시라도

그럴 마음이 없거나 허물을 탓하려거든

그 남자와 다시 교대해서 공사장 안으로 도로 들어가십시오."

자신을 부역에서 빼내주기 위해서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다고 한다.

그 일을 용서하고 아내와 오손도손 사는 것이 낫지,

어느 바보가 평생 못나올지도 모르는 만리장성

공사장에 다시 들어가서 교대를 해주겠는가?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 그 길로

아내에게 달려와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거야말로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다 쌓은 것이 아닌가?

하고많은 인간사에서

이처럼 다른 사람이 나대신

만리장성을 쌓아준다면 다행한 일이겠지만

어리석은 그 사내처럼 잠시의 영욕에 눈이 어두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만리장성을 영원히 쌓아주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볼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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