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증 걸린 둔저와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흑저가 같이 길을 걸었다. 저 자 돌림으로서 친형제 지간인 둔저와 흑저는 나이가 큰 차이가 난다. 흑저가 10살 위 형이었고, 둔저가 동생이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둔저가 형이고 흑저는 영낙없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그래서 흑저와 둔저는 밖에 나오기가 싫었다. 이렇게 외모에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나오겠는가!
한 명은 얼굴은 삭았으나 그에 걸맞지 않은 말썽과 유치한 짓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얼굴은 어린애인데 하는 짓은 꼭 늙은이같았고.. 해서 둘은 어지간하면 밖으로 동반외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데·이·트!!
그 말도 안돼는 일이 두 사람에게 모두 일어났다!
[둔저, 화상채팅을 하다.]
그녀 : 어머, 나이가 어떻게 돼세요?
둔저 : 히히히, 13살인데요!
그녀는 말을 잊고, 잠시 뒤 깔깔거리며 웃는다. 화면을 보니,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녀 : 호호호호! 상당히 재밌으신 분이시군요.
둔저 : 히히히, 뭐 그렇지도 않아요. 사실인 걸요, 뭐.
모니터 속의 그녀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
그녀 : 정말, 재밌으시네요. 그 쪽이 나이가 저보다 많으신 것 같은데, 오빠라고 불러도 돼죠? 오빠? 호호호~
둔저 : 그, 그래. 히히히!
그녀 : 오빠, 지금 뭐 하세요?
둔저 : 아, 작업 중이었어. 히히히!(레고 조립 작업 중)
모니터 속의 그녀는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수줍은 듯,
그녀 : 오빠, 넘 멋있다! 한번 만나요, 네?
둔저 : 그, 그래. 히히히!(얼떨결에)
그녀는 좋아하는 포즈를 취하며 신나게 떠들었다.
그녀 : 그럼 그럼, 롯데월드로 O시까지 나와요, 알았죠?
둔저 : 그, 그래. 기, 기다려.(어디까지 구라칠래?)
이 게 둔저가 밖으로 외출하게 된 배경이었다.
[흑저, 로리탐마에게 걸리다.]
흑저는 어린 외모 탓에 놀이터에서 놀게 되었다. 그 때 우연히 지나치던 30대 사내가 지나가다, 장난을 치며 놀고 있던 흑저를 발견했다.
흑저의 외모는 가히 귀엽다 할 수 있었다. 백옥같은 피부, 티없는 다리, 날씬한 몸매, 그리고 어린애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이목구비가 지나가던 30대 사내를 불러들였다.
30대 사내는 흑저를 지긋이 훑어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얘야, 이 근방에 사니?"
흑저는 고개가 홱, 돌아가게 30대 사내를 쳐다봤다. 그러자, 정작 놀란 것은 30대 사내. 하지만, 전혀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흑저는 띠껍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무슨 할 말 있어?"
순간 어이없는 30대 사내. 하지만, 어쩐 일인지 어린애로 보이는 흑저에게 반말을 들었음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대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저씨가 이 근처에 친구 집이 있다고 찾아왔거든? 진소백이라고 알아?"
"아아, 그 <반혼다방> 하는 녀석? 알지, 알고 말고."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 거기까지 가는 길을 가르쳐 줄래?"
"뭐, 그러지. 내가 워낙 착해서 말야. 하하하하!"
일어서서 길을 가는 흑저. 흑저는 30대 사내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5분 후-
흑저는 <반혼다방>이라는 간판이 내붙힌 곳 앞에 와서는 말했다.
"자, 이 곳이 반혼다방이다. 그럼, 볼 일 다 봤으니 난 간다. 잘 있어라."
"잠깐, 잠깐. 거기 기다리렴. 여기 이거."
30대 사내는 주머니에서 티켓으로 보이는 뭔가를 꺼내보였다. 그리고 그 것을 흑저에게 건네주었다.
"음, 이게 뭐지? 설마 인형극이라든지, 아동극 티켓은 아니겠지? 그 것이라면 사양이야."
"하하하, 말을 참 재밌게 하는구나. 그 건 말이야, 다행히도 롯데월드 티켓이거든? 내가 주는 거니까 놀러가라고.. 시간이 나와 있으니 그 때 까지 꼭 오는거야. 알겠니?"
고민하는 흑저. 하지만 곧 고민에서 깨어나며 말했다.
"좋아, 그 정성은 갸륵하니. 그럼 이따 봐!"
'크흐흐흐흐, 바보 같은 녀석!'
이렇게 해서 흑저가 외출을 하게 된 것이다.
------------------------Ⅳ(ⅱ)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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