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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비오는날

작성자
Lv.92 정덕화
작성
03.07.09 12:13
조회
224

해를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어가다보면

하루 종일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숲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숲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 허리마저 굽어버린,

그러나 많은 나이만큼이나 깊은 우정을 지닌

암, 수 사마귀 한쌍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 두마리의 사마귀들은 얼마나 우정이 돈독한지

가끔 주위의 친한 곤충들까지도 그 둘이

친남매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부터 그토록 깊은 우정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릴적에는 단지 여느 어린 사마귀들처럼

같이 날라다니며 장난을 치고는 하던

단순한 놀이친구였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숫사마귀는

암사마귀의 아름다운 심성과 잘록한 허리에

끌리게 되었고, 암사마귀 역시 숫사마귀의

듬직한 성품과 떡 벌어진 어깨에

그만 넋을 잃고만 것어었습니다.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실로 부지불식간의 일이었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기억할 수 없는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가슴은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 설레이게 됐습니다.

그러나 봄바람처럼 다가온 이놈의 사랑이란 감정은

서로를 오히려 불편한 관계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릴적부터 늘 맞잡고 다니던 두손도

이제는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잡을 수 없게 되었고,

한바탕 웃음을 가져다주던 엉뚱한 실수들도

이제는 부끄러움만을 가져다 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더 이상 북솟아 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숫사마귀가

자신의 달아오른 가슴만큼이나 붉은 노을을

온몸에 받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암사마귀는 내심 이 말을 기다려왔지만

그녀의 머리속은 곧 기쁨은 잠시뿐..

커다란..슬픔으로 뒤덮여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슬픈 얼굴로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당연히 기뻐할 줄로만 알았던 숫사마귀는

암사마귀의 의외의 행동에 가슴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무엇이 문제지요? 당신은 저를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괴로움에 못이겨 숫사마귀는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러나 암사마귀는 슬픈 얼굴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미치도록요. 그러나 당신은 결혼후 우리의

모습을 잠시라도 생각이나 해 보셨나요?

결혼식이 끝나고나면 난 당신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당신을 잡아 먹어야만 한다고요."

(잠깐설명:암사마귀들은 짝짓기가 끝난 후 산란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위해 숫놈들을 잡아먹습니다. 이때 숫사마귀들은

조그만한 반항도 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암사마귀의

먹이가 되어준다는군요.)

"전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비록 애정이 아니라 미움과 증오를

받는다고해도 당신과 같은 하늘아래 숨쉴 수 있다면 난 후자를 택하겠어요."

그날 밤 암사마귀는 숫사마귀의 넓은 가슴에 안기어

밤새 원없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햇님이 떠올랐을때에는

무슨일이 있었기나 했냐는 듯이

예전처럼 좋은 친구로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후 그들의 우정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주 아름답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밖에 비가오네여...

치는 밀리고 사람들 얼굴에는 짜증이 밀려들고..

저 역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습니다.


Comment ' 4

  • 작성자
    시아
    작성일
    03.07.09 12:36
    No. 1

    흐음....
    그래두 친구라두 사랑하는 맘은
    변함없는것이겠죠....
    그러니깐....그후로도 아름다운 우정을 만들수 있는것이겠죠...

    비가 와서 그런것이겠죠..마음의 문을 닫으면 세상이 멀어질텐데...
    가끔 그런생각만 하세요..
    진짜루 닫지 마시고..
    아무리 힘들고 짜증나는 세상이래두..
    가끔은 웃을날이 있잖아요..
    비가오면 해뜨는 날도 있거든요
    헤헤 괜한 참견인것 같네요
    죄송합니다(__);;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東 仙
    작성일
    03.07.09 12:46
    No. 2

    "전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비록 애정이 아니라 미움과 증오를

    받는다고해도 당신과 같은 하늘아래 숨쉴 수 있다면 난 후자를 택하겠어요."


    가슴깊이 와 닿는 말이군요.
    같은 하늘아래 숨쉴 수 있다면......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3.07.09 14:32
    No. 3

    우정이냐 사랑이냐..어려운 화두입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魔皇四神舞
    작성일
    03.07.09 16:28
    No. 4

    정덕화님 이제 다 털어내신줄 알았는데.....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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