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그놈은 멋있었다'] 자고나니 '그놈' 덕에 스타됐어요.
요즘 10대들 사이에 ‘귀여니 열풍’이 거세다. ‘귀여니’(본명 이윤세·18)는 ‘늑대의 유혹’(전2권·이하 ‘늑대’·도서출판 황매) ‘그놈은 멋있었다’(전2권·이하 ‘그놈’·도서출판 황매) 등의 작품을 펴낸 10대 소설가. ‘귀여니’는 ‘귀여운 이’라는 뜻의 인터넷식 조어다.
지난 2001년 인터넷에 ‘그놈’을 연재하며 300만 네티즌을 열광시켰던 그녀는 130여개의 ‘귀여니’ 관련 카페를 비롯해 ‘귀여니’ 홈페이지(guiyeoni.com) 회원 30만명 등 ‘귀사모’(‘귀여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이끄는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올 3월 단행본으로 출간된 ‘늑대’와 ‘그놈’이 각각 13만·14만권이나 팔리면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중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귀여니’ 열풍을 단적으로 증명한 것은 지난 3월15일 교보문고에서 열린 팬 사인회였다. 인기 작가라고 해도 500여 명 정도의 팬이 찾아오면 성공인데,‘귀여니’의 팬 사인회에는 무려 4,000여 명이 몰려왔다. 결국 상당수의 팬들이 사인은커녕,‘귀여니’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인터넷 연재 당시만 해도 ‘여고생 작가’로 각광받았지만,올 2월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어엿한 전업작가가 됐다. 수원 영통빌리지(올 2월 제천에서 이사)에 있는 집을 찾아가 만난 ‘귀여니’는 “기자들이 취재하러 올 때야 유명인이 됐다는 것을 실감하지만 그밖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로 기자를 맞았다.
▲원래는 국악인이 꿈이었다
‘귀여니’가 원래는 ‘잘나가는’ 예비 국악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선뜻 “민요부르기”라고 대답한다. 제천여고 2학년 때인 2001년 충청북도가 주최한 국악대회에서 교육감상(2등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촉망받는 국악소녀였다. 특히 즐겨 부른 민요는 ‘새타령’과 ‘창부타령’.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국악에 소질이 없다고 느껴져 국악보다는 인터넷 글쓰기에 매달렸다”고 변심(?)의 동기를 털어놓았다.
▲그녀가 ‘귀여니’인 줄 집에서도 몰랐다
‘다음’ 유머게시판에 ‘그놈’(단행본은 후속작인 ‘늑대의 유혹’이 먼저 출간됐다)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8월.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내 사랑 싸가지’라는 소설을 읽고 “이 정도라면 나도 한번 도전해 볼 만하겠다”는 자신감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철저하게 감췄기 때문에 학교에서나 집에서는 전혀 몰랐다. 친구들도 틈만 나면 자는 그녀를 보고 “왜 갑자기 윤세가 ‘잠순이’로 변했을까”하고 궁금해 할 정도였다. 집에는 ‘그놈’이 영화 계약이 된 뒤에야 자신이 ‘귀여니’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놈’은 뮤비캠과,그리고 ‘늑대’는 사이더스와 영화 계약을 마쳤으며 두 작품 모두 만화 계약도 돼 있는 상태다.
▲10대의,10대에 의한,10대를 위한 사랑이야기
‘그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10대의,10대를 위한,10대가 원하는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그야말로 ‘불량학생’이지만 ‘무섭게 잘생긴’ 탓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남주인공 지은성과 평범하다 못해 안쓰러운 18세 소녀 한예원의 솔직하면서도 발칙한 사랑이 10대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가족간의 갈등 등 10대들의 고민을 껌씹듯 가볍게 다룬 것도 ‘골치 아픈 것은 피해버리자’는 그들의 심리와 맞아떨어졌다.
귀여니는 “‘그놈’의 결정적인 인기 비결은 ‘꽃미남 반항아’ 지은성이라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고등학교 4대 천황의 우두머리로 카리스마는 천성,담배와 술은 기본,주먹질과 자동차 운전은 옵션이면서도 가슴 한구석에는 슬픔을 끌어안고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지은성이야말로 10대가 열광하는 이상형”이라고 강조했다. 한복전 도서출판 황매 편집장은 지은성을 두고 ‘영원한 10대의 우상’이자 ‘새로운 제임스 딘’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목표는 대학 진학
‘귀여니’는 올해 글을 쓰느라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현재 ‘다음’에 연재 중인 ‘내 남자 친구에게’를 마치면(6월 종료 예정) 당분간은 글쓰기를 중지하고 대학 진학 준비를 충실히 할 생각이다. 드라마작가가 꿈인 만큼 극작과나 문예창작과가 있는 대학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다. ‘귀여니’의 아버지(46)는 “귀여니가 아직 한 번도 서울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시켜 평범한 대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프로필
▲필명:귀여니 ▲본명:이윤세 ▲출생:1985년 충북 제천(임하룡·엄정화와 함께 '제천이 낳은 3대 스타'(?)로 꼽힘) ▲학력:제천여고 졸업(2003) ▲작품:'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도레미파솔라시도'(6월 출간 예정) '내 남자친구에게'(현재 '다음'에 연재) ▲취미:잠자면서 꿈꾸기,민요부르기(노래방에서 신청만 하면 친구들이 취소해 요즘은 거의 못 부른다),캠사진 찍기 ▲좋아하는 노래:김진우 '너에게로 가는길',유승준 '사랑해 누나' ▲존경하는 인물:'네 멋대로 해라'의 드라마 작가 임정옥 ▲좋아하는 영화배우:이정재 ▲좋아하는 음식:물냉면
p.s - 승리의 V자를 지어 보이는 '그놈은 멋있었다'의 작가 귀여니. "정해진 문학을 기준으로 이 색깔, 저 색깔 구분하기보다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과도기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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