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산다]온라인에 풍운 부르는 ‘筆劍’
“내 이미 너를 제자로 받아들였거늘, 또 무엇이 더 필요하더란 말이냐…사존!…물러가거라…정적이 흘렀다…스팟!…”
무협소설 작가 1세대 ‘금강’(본명 김환철·46)이 ‘고무림’(GO!武林·www.gomurim.com)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소림사’(少林寺)의 서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좌백·백야·설봉과 같은 전문작가 30여명, 일반작가 20여명이 작품을 연재하고 있어 조회 수 2백30만을 기록했다. 무협소설 온라인 독자층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고무림’을 개설한 김씨의 서울 흑석동 한강 인근 아파트를 찾아갔다.
“순수한 무협 사이트로는 가장 클 거예요. 무협소설의 수준을 높여 독자층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게 꿈입니다. 아직도 언더그라운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무협소설의 발전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지요”
‘고무림’의 ‘문주(門主)’로서 김씨가 일하는 4평 남짓한 작업실이자 안방은 책장, PC와 주변기기가 전부다. ‘발해의 혼’ ‘풍운천하’(風雲天下)를 비롯해 그가 펴낸 30여개의 대표작 200여권이 책장 두개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김씨는 다른 책들은 방배동 집이 재개발돼 이사올 때 후배들에게 박스째 선뜻 내줬다고 했다.
“이 컴퓨터는 1년 전에 제가 직접 조립한 겁니다. 1991년 286급부터 다루기 시작했는데, PC통신 하이텔의 하드웨어 테스터 동호회 ‘OSC’(Operating System Club) 대표를 맡기도 했지요”
대개 오전 11시~오후 2시, 0시~오전 4시까지 글쓰기에 몰입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함께 지낸다. 어렸을 때 받은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모든 것을 독학했던 그는 분당 600타를 자랑하는 ‘컴고수’. 작품 구상에서 쇼핑, 은행까지 인터넷을 이용한다.
김씨는 ‘고무림’을 준비하면서 10여년 넘게 익힌 온라인 노하우를 활용했다. 감상문을 적을 수 있게 리플을 달아 놓아 작가와 독자가 상호 의견교환이 가능한 이 사이트의 최고 강점은 회원들이 욕설과 상호비방 같은 ‘결례’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검비무’(論劒比武) 같은 비평·토론방에 가면 ‘흑저사랑’ ‘가류운’ ‘냉운현’ 하는 식으로 무림 냄새가 물씬 나는 이름을 가진 회원들이 열띤 사이버 격론을 벌이고 있지만 금기를 깨고 ‘정담’(情談)의 경계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존대말을 쓰며 섣불리 던진 한줄의 글이 날선 ‘칼’이 돼 상대방의 마음을 찌르는 일이 없도록 서로 조심하고 있다.
“회원들은 10대에서 40대까지 골고루 참여하고 있어요. 10~24세까지 모인 ‘후기지수’(後起之秀), 여성 회원들의 ‘홍우예향담’(紅友銳香談) 말고도 ‘야한자당’(夜閑者黨), ‘조룡회’(釣龍會) 같은 소모임 활동도 활발하지요”.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는 정기채팅이 열리고 있으며 회원들끼리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이뤄지고 있다.
지금 ‘대풍운연의’(大風雲演義) 마지막권을 집필하고 있는 김씨는 이 책을 마무리하면 곧바로 ‘고무림’에 ‘소림사’를 연재할 계획이다. 온라인 독자들이 2차례 게재한 ‘소림사’를 빨리 올리라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81년 ‘금검경혼’(金劒驚魂)으로 무협소설에 입문, 20여년 동안 전업작가로 활동한 그는 요즘 청소년들의 ‘비주얼’ 선호 경향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무협소설이 독자 취향에 따라 감성적인 면에 너무 치우치고 있다”면서 “이는 독자들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에만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발전된 작품을 요구하는 것이 독자이기 때문에 스토리 구성에 ‘내공’이 다져진 작가들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무림’을 통해 신인 작가의 등용문인 ‘제1회 신춘 무협 공모전’을 이달 말까지 열고 있다. 대상 1천5백만원을 포함해 모두 3천만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신인작가를 발굴해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해줄 거예요.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거나 말만 무성한 공모전이 아니라 무협소설을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공모전이 될 겁니다”
때마침 유치원에서 7살된 쌍둥이 남매가 돌아왔다. 낯선 기자가 방문한 것을 알아챈 아이들은 둘 다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인사를 했다. 김씨가 불혹에 얻어 금쪽같이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 미주와 범주 남매였다. 그는 잠시 아이들을 바라본 뒤 청소년 때 읽은 책을 어른이 돼서도 다시 보고 싶도록 역작을 남기는 사람이 진정한 작가라고 강조했다.
〈문성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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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저님과 가류운님과 냉운현님은 나왔는데, 왜 나는 안나온걸까? ㅡ.ㅡ;
금강님의 사진은 못구했습니다만, 비밀에 휩싸였던 금강님의 나이가 드디어 공개 되었습니다. 캬캬캬..
후다다다닥... (금강님이 금강부동신공을 운용하기 전에 피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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