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쌀떨어졌네님의 글을 읽고 문득 생각이 나서. -_-
제가 고2때의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전 두 동생(여동생, 남동생) 과 함께 집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탕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경솔한 행동의 처참한 결과를 예상치 못한 저는 거리낌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녹 : 누구세요?
웬 남자A와 여자B 께서 서 계셨습니다.
A : 교회 다니세요?
녹 : 안다니는데요.
B : 잠깐 이야기좀 할까요?
아, 그때 떠오른 선택의 분기...
1> 이야기한다
2> 거절한다
3> 그냥 문을 닫는다
지금이라면 주저없이 2번이나 3번을 택할 저인데
날씨도 춥고 왠지 떨고 있는 것 같은 그들을 보니 측은지심이 들었던가 봅니다.
녹 : 들어오세요.
얼마나 후회하게 될지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그들을 보금자리로 들여놓고 만 것입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성격상 논쟁을 좋아하고 그들의 화두 역시 평소에 좋다꾸나 씹어대던 이야기들이었기에
열심히 토론을 빙자한 말싸움을 했지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한시간정도...?
화제가 조금씩 바뀌어갔습니다.
A : 크리스마스라서, 교회에서 떡을 나누어 주거든요.
B : 떡이라도 받아갈래요?
녹 : 정말요...?
전 '아무' 생각없이 달랑 그들을 따라나섰습니다.
집에 어린 두 동생만을 남겨두고.....
그들의 지프를 탔습니다.
전 그때만해도 '새우잡이' 라던가 '원양어선' 같은 고사성어를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낯선이를 따라가면 패가망신한다는 그 교훈을....
그들의 교회에 도착하자, 네다섯살 정도의 아이들이 몇명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고 전 조금 경계심을 풀었습니다.
범죄집단은 아니구나... 하구요.
무슨 생각으로 따라 온 것일까요.. 범죄집단었어도 난 빠져나갈 자신이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하여튼 지금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가는 행동들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마술이었을까.
전 떡을 받기 위해서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A와 B는 그들의 지도자 C를 모시러 갔습니다.
떡하나 주는데 왜 지도자까지 필요한걸까, 생각했지만
무슨 장부같은데다 출납기록이라도 하려는 거겠지, 좋게 생각했습니다.
곧 지도자 C가 나타났습니다.
C : 학생이 떡 받으러 온 사람인가요?
녹 : 네. 아, 동생들 것까지 3인분 가져가고 싶어요.
C : 허허, 좋아요.
C는 절 어딘가로 데리고 갔습니다.
욕실이었습니다. -_-
왜 욕실에 온 것일까?
욕실에서 무슨 떡을 준다는 것일까.
C : 떡을 받으려면 먼저 몸을 깨끗이 해야 해요.
아, 이것도 무슨 절차가 있는가보다.
전 또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도자 C께서 몸소 옷을 벗겨주시고 뜨거운 물을 샤워기로 저에게 끼엊는 와중에도
'난 떡만 받아가면 되니까' 하면서 태평하게 있었습니다.
정말 무슨 생각이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ㅠ_ㅠ
C : 자, 이제 이 가운을 걸쳐요.
알몸의 저는 얇은 가운을 몸에 걸쳤습니다.
C : 무릎을 끓고 두 손을 모아요.
이쯤 되면 무언가 짐작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최소한 '이상하다'는 느낌이라도 받았어야 했습니다...
아.. 하지만 전 바보였습니다.
지도자 C께서는 저의 머리위에 손을 얹으시고 무어라무어라 중얼거리셨습니다.
기도문인것 같았습니다.
전 '오늘도 무사히' 포즈를 취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C : 자, 이제 떡을 먹어요.
갖은 고생 끝에 그들이 가져온 접시 위에 놓여있는 떡 하나...
그것은 성체였습니다.. -_-
설명하자면.. 크기와 두께가 손톱만한 떡입니다.
예수님의 몸을 상징한다고 하더군요.
그것의 반쪽을 지도자 C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눈물이 나려고 하더군요...-_-
왜 나누어 먹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기도 하지만...
후우.. 그 후에 겪은 일들은 비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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