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각, 실내화를 학교에 두고 다니고, 가방을 메지 않는 나로서 선도부에게 걸리
지 않기 위해(8시 전에 선도부가 서기 시작하는데, 걸리면 신발을 뺏기고 이름을
적힌다.)
학교에 도착했다.-7시50분- 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나와 같은 이유로
일찍 학교에 와있었던 친구 두 명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내게 달려온다.(참고로 난
정말 오늘이 만우절인지 몰랐다.)
"승우야, 너 선생님이 빨리 오래!"
허겁지겁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꼈다. 평소에는 착하기
그지없는 선생이지만 한번 화가나면 대부분이 그렇 듯 지옥야차처럼 변하기에.....
"진짜? 왜?"
친구들이 알 리 없었지만 난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기 위해 물었다. 역시 친구들은 모
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난 사물함에 넣고 다니는 실내화를 꺼내 신고 독서교육부-
선생님이 있는 곳이다.-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매번 붐비던 복도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티껍던 1학년 후배들까지도.....................
그때였다. 절친한 친구 Y양(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가 오더니.
"승우야 편집부 선생님이 빨리 오래.."
오늘따라 힘이 없어보이는 어조였다. 여기서 또 잠깐, 편집부 담당 선생님은 우리
담임 선생님이다. 나는 '아 X됐다. 라고 중얼거리며 독서교육부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등뒤에서 낯익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평소 특유의 밝은 웃음소리를
, 또한 웃음이 많았던 Y양이었다. 나는 불길한 생각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Y양은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크게 외쳤다.
"만.우.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제야 난 오늘이 만우절임을 떠올리고 Y양이 아닌 다른 편집부 소속 친구에게
걸어갔다. 모군에게 걸어가는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군아.. 나 지금막 편집부 담당 선생님께 다녀왔어..짜증나... 모군아. 선생님
이 네 오래.."
모군은 나의 음성에 힘이 없음을 알고 불안한 기색을 얼굴에 띄었다.
"진짜? 편집부 선생이?"
"응..."
난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려 반을 향해 발을 놀렸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끝내주는
연기였다. 근데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군아 속지마, 오늘 만우절이야. 아까 내가 승우한테 써먹은 거야."
-_-;; Y양의 목소리였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만우절의 하루였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