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난초 난
알 란
어려울 난
어지러울 난
따뜻할 난
I am.
나만의 시간.
담배를 한대 피워물고 싶은 새벽.
하지만 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난초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홀로 고고하고 깨끗할 수 있는 난초.
화분속의 난이 아닌 바위틈의 난초.
비바람과 기갈에 버텨싸울 수 있는 난초.
싸움 속에서 아름다울 수 있는 난초.
홀로 설 수 있는 하나의 인간.
나는 젊다.
젊고 어리다는 것은 종종 알에 비유되곤 한다.
자신의 알 속에서 보호받고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 특권.
하지만 알은 언젠가는 깨져야 할 물건이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약하기도 하다.
어미새의 똥이 묻어있을때도 있다.
선택은 어렵다.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과연 내가 잃을 것은 무엇인가.
얻을 것은 또 무엇일까.
득과 실, 어느 쪽에 시선을 두어야 옳은 것일까.
나를 어렵게 몰고가는 것은 또 무엇일까.
세상은 왜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
상념은 길면 길수록 어지럽다.
난마와 같이 얽혀가는 인연의 가닥.
온 세상이 잠든 것 같은 고요
머리속에 쌓여만가는 싸락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저음
내 몸이 서서히 잠겨간다.
시간에, 상념에, 스스로를 배려함에.
따뜻하다.
나에겐 이불도 있고 외투도 있다.
방은 따끈하고 음악이 내 몸에 서서히 흡수되어간다.
음이 나를 어루만진다.
형광등의 창백한 찬란함.
나는 행복할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행복할 조건과 불행할 조건, 그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
난 행복할 조건을 더 사랑할 것이다.
그리하여 난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면
난 행복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둘 것이다.
그리하여 난 행복해질 것이다.
불행이 나를 후려치고 내 등에 업히고 나에게 욕설을 한다 하여도
난 행복해질 것이다.
지금의 온기를 즐기다.
나는, 이다.
나는 그 무언가 이다.
나는 확실하게 그 무언가 이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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