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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단두줄의 편지..

작성자
Lv.52 군림동네
작성
03.01.27 18:32
조회
433

어릴적부터 아버지는 술에 취했다 하면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손찌검 까지 하셨다 .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

아버지는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때 부터 늘 술에 빠져 지내셨다..

그날도 아버지는 잔뜩 취해

어머니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고 계셨다.

그런 모습에 화가나 폭발한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제발 그만 좀 해요.

한두 번도 아니고... 부끄럽지도 않아요?

'엄마 불쌍한 사람이다.

너희들 엄마한테 잘 해야 한다.'

맨날 그런 말 하면서

왜 엄말 그렇게 못살게 굴어요.

아버진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어요!'

그 일이 있고 나는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아버지도 그 동안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으셨는데

그렇게 닷새째 되던 날 ,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다시 술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찾으니

어서가 보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실망이 컸던 나는 내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안절부절못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안방으로 건너갔더니

아버지는 이미 잠들어 계셨다.

잠든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쇠약해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늘어진 눈꺼풀,

푹패인 볼,

내려앉은 어깨,

핏줄이 심하게 불거진 가느다란 손....

돌아서 나가려는데,

아버지 옆에 하얀 종이쪽지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매만졌는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종이를 펼쳐 든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막내에게,

미안혔다'

라는 단두 줄의 편지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아버지는

삐뚤어진 글씨로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적어 보인 거였다.

그리고 그 옆에 다 부서져 버린 초코파이가 있었다.

눈도 안 맞추고 말도 하지 않았던 며칠동안,

마루에 앉아 주머니 속에서

자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속으로 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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