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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고스톱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
02.11.21 11:17
조회
598

고스톱 얘기가 나와서 이 글을 씀다. ^^

어무이, 아부지와 난 셋이서 고스톱을 잘쳤다.

"지갑 들고 모여~"

어무이 구령에 맞춰 그날도 역쉬나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군발이 담요을 가운데 두고 모여 앉았다.

참고로 울 집은 노름에는 부모도 형제도 엄따. -_-;;

피 터지게 싸운뒤, 나중에 많이 잃은 사람에게 개평을 줄까, 중간에 봐주고 그런거 전혀 엄따.

낙장불입(=일단 낸 패는 다시 되물릴수 없는것)은 철저히 지켜지고,

중간에 돈 딴 사람이 돈들고 튀는 일은 절대 엄따.

담날 아침에 신문에 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암튼, 그날도 우리 셋은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하여(?) 복사뼈가 닳도록 앉아서 7각패(=7장이 모두 틀린 화투)가 들어오길 바라며 열쉬미..열쉬미..화투짝을 두들겼다.

화투야 두들겨 치는게 맛이지. ^^

근데 그 날은.. 아부지가 굉장히 잘되는 날이셨다! (그런 날은 당장 나가서 복권을 샀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쩌다가 내가 선(=첫찌)을 잡았다. 음화화~ ^^

아부지가 2번째에 앉아 계셨고,

어무이가 말(=꼴찌)이셨다.

선인 나는 손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7장의 패를 돌린후 내 손 안에 든 7장의 패를 들여다 보며 작전을 짜고 있는데..

갑자기 아부지가 물으셨다.

"얘..손에 오광을 들고 있으면 뭐냐..?"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손에 든 7장 중에 광이 5개라니!

내 손에 든 7장 중 4장이 두쌍을 이루고 있는등, 7각패가 들어오기도 힘든 판에 5광이라니?!!

48개의 화투짝 중에 다섯개 밖에 없는 광이,  

그 5개가 죄다 아부지 손에 몰빵으로 들갔단 말인가?

말도 안된다!

포커 판에서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잡는것과 마찬가지의 확률같은 그런 말도 안되는 불가능한 일이 울 집에서 벌어지다니!

가뜩이나 개패만 들어오는 마당에 이런 멍멍이 같은 일은 믿고 싶지 않았다.

5광 얘기에 어이가 없어하시는 어무이와 슬쩍 눈짓을 교환했다.

우리가 아부지와 어디 하루 이틀 고스톱을 치나.

아부지가 당신 약을 붙들고 남의 약을 버리는 그런 만행이 전매특허여서 독바가지 쓰시시는게 다반사라는 등 우리는 아부지의 화투 스타일을 발바닥까지 꿰고 있었다.크핫핫!

그러니..

분명 아부지는 손에 5광같은 말도 안되는 것은 안들고 계시고, 아마도 손에 4광을 들고서 4광이라고 먼저 묻기엔 금방 들통나니까, 5광부터 물어보신게다.

흐흐흐..말이 필요없이 어무이와 나는 얼릉 아부지의 작전을 알아챘당.

나: "아부지. 5광이 손에 들다니..케헤헤..그것은 아주 축하할 일이쥬. 룰 정하기 나름이니, 5광 값인 20점을 걍 주고 다시 화투를 치기로 하쥬."

내 대답에 아부지는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시며 물으셨다.

아부지: "흐흐흐..그래..좋지. 그럼 손에 4광을 든것은 뭐냐?"

'옳거니!'

어무이와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나: "것두..룰 정하기 나름이니까.. 손에 4광을 들었으면, 다른 사람들은 전혀 광을 안들었다는 말이니께, 다른 사람들을 약올린 죄로, 4광 들은 사람이 만원 묻고 나.가.리.여!"

아부지가 소금 뿌린 지렁이처럼 펄쩍펄쩍 뛰기 시작하셔따.

아부지: "말도 안돼! 그런 법이 어딨어?!!"

어무이: "2 대1 이에염. 민주주의 국가니 다수결로 해결 해야지. 얼릉 만원 내여!"

결국 설왕설래 끝에 걍 화투를 치기로 해따.

푸흐흐흐..적군이 손에 들은 7장 중에 4장이 뭔지 이미 정확히 알고 치다니..흐흐흐..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게 뭔지를 알것다. ^^

...선인 나는 광짝만 보이면 죽기살기로 짤라댔다.

글구 꼴찌인 어무이는 어무이대로 굳어버린 광짝을 움켜쥐고 끝까지 붙들고 계셔따.

...판이 다 돌았을 때 아부지가 해다 놓은 광은 단 한개 뿐이여따.

그리고 꼴찌인 어무이가 광 3점으로 나셨다.

불쌍한 아부지..

..화가 나신 아부지가 판을 뒤집어 엎어 버렸다.

수원 사람들이 무셥다는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여따.

어무이와 나는 동시에 외쳤다.

"일어나려거든 딴 돈 다 놓고 가여!"

결국..자린고비 수원사람인 아부지는 다시 주저 앉으셨다.

..세월이 흘러 어무이가 돌아가셨다.

난 지금도 가끔씩 셋이서 잼있게 놀던 그때를 생각해보며 그리움에 젖는다..

이제는 홀아비가 되신 울 아부지께 더 잘해드려야 할텐디..

이런거 쓸게 아니라, 청룡만리 써야하는뎅.. -_-a

언제 기회가 닿으면 설날에 벌어진 고스톱 판에 대해서 쓰겠슴다.

  


Comment ' 8

  • 작성자
    甘草
    작성일
    02.11.21 11:49
    No. 1

    소...소금뿌린 지렁이?....크카카카...
    끝이 조금 섭섭하지만....그래두 재밌다구 해야져?
    ...그 화중선 되본 지 참으루 오래되었네요...쩝...
    푸른 초원(담요) 위에 좌악 펼쳐진 예술같은 동양화에...음....꿀꺽!
    울집은 돈내기를 안해요...성냥개비나 바둑알...쌀톨...같은 걸구 합져...
    진짜 재미없어여...끝날 때믄...쌀알을 세서 제일 많은 사람이 기분으로
    노래방쏴여...
    노래방에 가서 술 한 모금두 안마시구 한 시진은 거뜬히 놀아여...차암.... 대단들 하져....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류정효
    작성일
    02.11.21 11:51
    No. 2

    불후의 명대사....

    못먹어도 고!!!

    그래서 전 항상 못 먹습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6 백우
    작성일
    02.11.21 12:14
    No. 3

    미소짓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론 잔잔한 feel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2.11.21 15:19
    No. 4

    고스톱의 명대사중 생각나는것
    싸는똥을 바라보며...\"누군지 식기전에 드시죠..ㅡㅡ\"
    쓰리고에 양피박을 씨운순간 들려오는 한마디...\"오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02.11.21 16:01
    No. 5

    길가던 나그네가 어느 집 처마에서 소나기를 피하다가 집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얘..아들아..먹을게 없구나..\"

    \"아따! 어머니! 똥을 먹으라니께유!\"

    뭐이런 불효막심한 놈이있나 그 얼굴이라도 좀 보자해서 나그네가 창문의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안을 드려다 봤더니, 아들과 엄마가 둘이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는.. ^^;;

    (참고: 고스톱은 2명이서도 칠수 있슴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암영(岩影)
    작성일
    02.11.21 16:38
    No. 6

    고스톱은 광을 팔아야 해여....광(光)!!!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8 00:45
    No. 7

    아직도 길은 머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8.02 12:38
    No. 8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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