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무협애독자란?

작성자
Lv.33 착정검주
작성
02.10.24 14:32
조회
1,109

  음식에는 요리사와 미식가가 있고, 예술에는 예술가와 애호가가 있듯이, 무협에는 작가와 애독자가 있다.

  작가와 애독자는 작품을 매개로 연결되지만, 아마도 양자의 문화적 코드는 다를 것이다. 애독자는 작가와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전문적인 비평가와도 구분된다. 사태를 더욱 애매하게 만드는 것이, 애독자는 초보적인 독자와도 어느 정도 구분되며 나름대로 독특한 가락과 풍월을 읊어대는 매니아적 기질도 갖는다는 것이다.

  바둑으로 따지면 아마도 애독자는 프로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나름대로 급수를 갖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독자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애독자 특유의 문화적 코드는 무엇일까?

  독자로서 무협애독자에게는 무협소설을 즐긴다는 것이 두드러진다. 그저 즐겁게 즐긴다는 것이 애독자의 거의 모든 것이다. 그러나 초보적 독자와 구별되는 점은 애독자들은 나름대로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기의 취향을 자각하고 있고, 왜 이것이 이렇게 즐거운지를 어느 정도 해명할 수 있는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애독자는 비평가의 위치에도 어느 정도 근접한다. 그러나 아마도 애독자는 전문적인 비평가의 위치에 서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평은 작업이고, 감상은 즐거움의 나눔이기 때문이다. 비평가가 전문적인 관점에서 어떤 작품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분석해도, 애독자들은 꿈쩍도 않는다. so what? 이 작품이 나의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자극하고 애상을 자아내면, 그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것인데...

  아마도 애독자들이 작가에게 자기 감정을 이입하는 감상적 팬의 수준을 넘어서서 자기 고유의 취향과 관점을 숙성시키면서 무협을 즐기는 문화생활에 자부심을 가질 때 무협이라는 장르의 문화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장르문학으로서의 무협의 문학적 위상은 과거 공장무협을 만화가게에서 빌려보는 시절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즐겁고 재미있는 한국무협들이 두루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옥석을 가리느라고 서로 논쟁할 필요도 없다. 애독자들은 자기가 알아서 자기에게 즐거운 작품을 찾아 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소위 잘나간다는 시시한 대중문학 소설들보다도 정성 들여 쓰여진 한국무협들이 훨씬 재미있고, 인상도 오래 남는다. 소장가치있는 작품들도 여럿이고 보면, 과연 무엇을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될 정도이다. 한국무협은 어느 사이에 한국인들의 문화 안에 자리잡은 하나의 고유한 장르가 되어 있다.

  무협애독자로서 나는 80년대나 90년대보다도 특히 요즈음이 매우 즐겁다. 창작에 몰두하는 여러 작가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Comment ' 6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0.24 14:52
    No. 1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글이군요..
    오늘 저의 아버님 왈 \"한자좀 아는 녀석들이 (중국무협)무협 베낀거!\"
    우리 사회의 무협에 대한 인식 중 하나의 일면을 방금 보았습니다.
    우리 아버님도 무협을 보셨네요. 한편으론 동질감도 느껴지더군요.

    제가 책을 좋아하니 다른 말씀은 없으셨는데도 가슴에 남네요..에잇.

    역시 봉옥님의 마지막 말을 인사로 건필하시고.. 정말 무협이 홀대 받지 않는 그런 장르가 되었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낙성추혼1
    작성일
    02.10.24 15:43
    No. 2

    동감합니다
    그리고 자기생각을 그렇게 잘 표현하시는 필력도 부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草客
    작성일
    02.10.24 16:12
    No. 3

    전....제 자식놈이 한자를 읽을 수 있게되면...
    함께 무협을 논하고자 하는데...
    魔累裸가 수긍할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읍니다...

    ...자...자...자식놈?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 [수련]
    작성일
    02.10.24 23:32
    No. 4

    오...오...
    정말...고개를 숙이고 싶을 정도군요.
    그러고 보면 저는 아직 애독자는 아닌가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7 06:59
    No. 5

    나 혼자 캠패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7.22 22:56
    No. 6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07 나도 zerone 님의 묘안석하나 슬쩍^^ +6 Lv.1 eccentri.. 02.10.29 1,311
1306 늘상 느끼지만... +10 Lv.1 등로 02.10.29 1,618
1305 작가분들에게 유용한 사이트 하나 추천합니다. +5 Lv.1 Heaven 02.10.29 1,386
1304 제주도의 해녀.. 그리고 일본인의 반응.. +6 Lv.1 Heaven 02.10.29 1,236
1303 마지막 떨이... 아이콘 바자회 -_-; +10 zerone 02.10.29 1,610
1302 퍼온 유머. 조금 된거지만.. 어느 여중생의 충격 발언 +11 남채화 02.10.29 1,444
1301 무협세계에 흥미로운 직업하나 제안 +8 Lv.2 pi*** 02.10.29 1,236
1300 이런....추천하신 분이...어느 방면의 고인이신지... +7 草客 02.10.29 1,420
1299 알콜학 개론...펀글인데..재미있어서.. +5 Lv.99 화일박스 02.10.29 1,254
1298 휴우 이런곳도 있었군요^^ +6 02.10.29 1,206
1297 독자설문에서 무협입문작품이란 글을보니.. +3 Lv.8 이스코 02.10.28 1,141
1296 고룡의 육소봉 전기 마지막 에피소드 검신일소 다운받자.. +7 Lv.20 흑저사랑 02.10.28 2,481
1295 [돌발퀴즈] 이 사자성어의 뜻을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18 Lv.1 寒柏居士 02.10.28 1,636
1294 묵향16권을 읽고... +11 강승환 02.10.28 1,606
1293 맞는 말이여.. +4 Lv.99 운동좀하자 02.10.28 1,081
1292 춥다....겜이나 하자..^^ +23 Lv.52 군림동네 02.10.28 1,546
1291 르네 젤위거 +5 남채화 02.10.27 1,200
1290 정말 슬픈 일... +6 진소백 02.10.27 1,322
1289 예전이 큰이모가 해준 재미있는 혹은 끔찍한 농담.. +7 남채화 02.10.27 1,345
1288 참신한 직업, 뭐가 남았을까요? +28 Lv.33 착정검주 02.10.27 1,857
1287 드디어 추혈객 4권(완)이 나왔군요!!! +6 Lv.51 정신외출중 02.10.27 1,223
1286 곤륜일괴님께 +6 심상복 02.10.27 1,278
1285 온게임넷 스타리그 조 편성 결과. +5 황무지 02.10.27 1,150
1284 [펌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2 +8 Lv.1 조돈형 02.10.26 1,325
1283 [펌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전 때려 직여도 이렇게 ... +8 Lv.1 조돈형 02.10.26 1,178
1282 모스크바 인질극 해결 주역 `특수부대 +6 Lv.52 군림동네 02.10.26 1,561
1281 寶觀龍 +3 남채화 02.10.26 1,121
1280 아.. 왠지 모르게... +5 Lv.1 Heaven 02.10.26 1,026
1279 컥..연무지동 닫혔군요;; +4 천공무조백 02.10.26 1,086
1278 금강님 나이에 대한 잡생각. 나이가 많으면 붙는건 관록... +10 남채화 02.10.26 1,578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