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글 보고 문득 씁니다. 모바일입니다.
저는 술이 싫진 않습니다. 근데 술마신 후에 제 몸에서 오는 반응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주량은 소주든 맥주든 반 잔. 그정도만 먹으면 바람만 쐬고 대충 해결 가능해요. 한 잔 이상이면?
일단 딱 한 시간쯤 지나면 기절합니다. 자는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을 잃어요. 이걸 남들은 술자리에서 존다고 뭐라하는데 말은 못해도 개 짜증나요. 한시간쯤 있다가 깨는데 두 잔 이상 마셨으면 일어나자마자 토합니다.
그러면 좀 멀쩡해진 채로 겨우 버티다가 들어와 잡니다. 잠들 땐 푹 잘 거 같은 느낌인데 딱 두시간 지나면 깹니다. 이때부터 밤새도록 머리가 깨질듯이 아픕니다. 다른사람 숙취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응급실 두어번 갔을 때 빼면 이보다 짜증나게 아픈 일이 없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이 과정을 겪으면 백퍼센트 몸살로 이삼일 앓아눕습니다. 와인이 그나마 후유증이 훨씬 덜 하더군요.
위에 쓴 것처럼 기절하기 전에 남들처럼 기분 좋게 취해본 적은 평생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어쩌다 그리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기분도 업되고 말도 많아지긴 하더군요.
어쨌든 그래서, 요즘은 강권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음에도 첫잔은 꼭 비우게 하는 사람이 많아서 "잔 안 비었네" 라던가 "그래도 한 잔은 해야지" 같은 말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습니다. 주당들은 자기 몸 아니라고 이런 고통 자체가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듯.
요즘은 그나마 나이를 좀 먹어서, 제가 연장자 그룹이 되면 당당하게 음료수를 시키고 아무도 뭐라 안 합니다. 공돌이(공대생)들이 순딩이가 많아서 선배들하고도 나름 편하게 마시러 가는 편이고. 술 땡길 때는(술 자체보다는 분위기) 일년에 한두 번 제가 자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문제는 회사 다니는 아저씨들.. 이분들은 배려가 없음.
재밌는 건.. 사회생활 해 보면 알지만 서로 아무리 친해도 사실 대부분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자기 관점에서 남을 위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로 상대 입장에서 남을 배려하는 법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지요. 몇 년간 술자리를 같이 해 보면 이게 티가 납니다. 조금이라도 유심히 살핀 사람은 제가 술잔에 입만 대고 앉아 있어도 아무말 안 할 뿐더러 알아서 음료수를 시켜주기도 하는 반면 안 그런 사람은 몇 번을 만나더라도 눈치를 보게 만들지요.
제목으로 돌아와서, 저처럼 심각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만 두세잔 정도가 마음 편히 마시는 한계인 사람은 꽤 많습디다. 아니 공돌이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제가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그렇더군요. 단지 분위기 깰까봐 맞춰줄 뿐이지. 그래서 아래 어느 분이 쓰신 것처럼 요즘은 동년배들끼리 모이면 밥먹고 맥주 한두잔하면 두 시간 쯤, 그리고 아쉬우면 커피나 아이스크림 먹고 깔끔하게 끝냅니다.
주절주절 잡담을 좀 길게 썼네요. 맺힌 게 많아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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