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타 자료실

각종 자료모음



당아욱 꽃

작성자
Personacon ALLfeel
작성
10.11.28 16:44
조회
18

새싹이 자랐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했다. 벌써 어머니와 연락을 끊어온지 10년은 넘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택배가 왔다. 그 사람이 보내준 작은 씨앗 몇 개가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한창 바쁘게 근무를 하고 있던 나는 그 씨앗을 적당히 서랍 구석탱이에 박아두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

갑자기 씨앗 생각이 난 나는 서랍을 열어 그것을 꺼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원예점에 가서 화분과 흙을 사왔다. 원예점 아줌마가 알려준대로 씨앗을 심고 물을 줘봤다. 하는 김에 흙에 영양제도 꽂아넣었다. 이렇게 다 해봤지만 씨앗은 자라지 않았다. 물론 씨앗이 하룻밤만에 자랄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걸 알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새싹이 자랐다. 푸른 쌍떡잎을 보며 나는 어머니가 이 씨앗을 왜 내게 주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머니와 나의 사이가 비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다. 시골이었지만 꽤 개발이 되어서 생활에 불편함은 없었던, 그런 시골에 살고 있던 나는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좀 나중에 가면 안 되겠니? 여기서는 학교까지 멀기도 하니까..."

어머니가 말끝을 흐렸다. 우리 집의 경제 사정이 안 좋다는 건 그때의 나도 알고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어머니가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와 대판 싸웠다. 나는 울분이 터져 눈물까지 쏟으며 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난 결국 1년 동안 학교를 가지 못 했다. 아마 그 학교를 가지 못 했던 1년 동안 어머니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줄기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식물일까? 줄기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식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꽃이라도 피면 알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꽃이 안 피는 식물이라면 정말 무슨 종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릴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남들보다 1년 늦었지만 어떻게든 중학교를 나온 나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였다. 학비라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 지역에 고등학교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학교는 다른 지역에 있었는데 그곳은 버스를 타도 오고가는데 3시간은 넉히 걸렸다.

"저 서울로 갈게요."

"지금 뭐라고 했니?"

"어차피 이사 가려고 해도 돈 없어서 못 할테니까, 나 혼자서라도 서울 가겠다고요."

"아니, 요즘같은 험난한 세상에 너 혼자서 가면 어쩌니..."

"아, 필요 없어요!"

이미 모자 관계는 비틀어져 있을대로 비틀어져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혼자 서울로 갔다. 어머니는 불안했는지 끝까지 날 막았지만 이미 귀를 꽉 막고 있는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나 보다. 결국 나는 혼자서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잎이 몇 개 정도 나왔다.

잎을 만져보니 까칠까칠한 털이 느껴졌다. 아직은 내 손가락보다 작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내 손바닥만해 질 지도 모르지. 나는 은근히 잎이 커지길 기대하면서 그것을 툭툭 건드렸다.

혼자서 이겨내야하는 서울생활은 힘들었다. 성적도 잘 받아야 했고 돈도 자기가 직접 벌어야 했다. 가난하다고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지옥같은 삶을 살았기에 어머니를 추억할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이름을 댈 수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때부터는 그나마 평평한 삶이 계속되었다. 장학금을 받았기에 돈 문제도 크게 없었고 그래서 어머니를 생각할 여유도 충분히 있었지만, 이미 내 머리 속에서 그 사람의 존재는 희미해져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자 다시 힘겨운 삶이 시작되었다. 흔히 말하는 '취업난' 때문에 나는 여러 회사를 전전긍긍하며 어렵게 살아갔다. 그로 인해 어머니의 얼굴은 자꾸만 희미해져 갔다.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꽃이 필 생각을 하니 점점 기대가 되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물을 한 바가지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식물이 죽어버릴테니 적당한 양을 주고 참았다. 물을 많이 준다고 꽃이 빨리 피는 건 아니라고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왠지 몰라도 이 식물만 보고 있으면 난 바보가 되어버린다.

난 왜 이걸 좋아하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보고 있으면 빨리 자라게 하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보살펴 주고 싶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식물인데도 난 그렇게 느꼈다.

취업난을 이겨내고 겨우 회사에 취직한 나는 한번 고향을 찾아갔었다. 그 사람은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로 늙어있었다. 한편 나는 누군지 몰라 볼 정도로 성숙해져있었다. 어릴 적의 한(恨)들은 이미 잊어버린 나였기에, 좀 더 어머니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 뿐이었다. 하룻밤 정도밖에 못 있다가 난 다시 서울로 상경해야 했다.

"추우니까 옷 단단히 입고. 자, 목도리 매고 가."

"......"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 어머니의 얼굴이 다시금 선명해 지는 듯 느껴졌다. 내가 꽃봉오리를 바라보기만 하면 바보가 되는 것처럼 이 사람, 아니 어머니도 나만 보면 바보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사람의 손을 한 번 잡아준 뒤 서울로 떠났다. 그 때부터 10년이 지나서, 나에게 씨앗이 배달된 것이었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그 사람 생각이 난 나는 고향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고 기차를 탔다. 그리고 나는 장남으로서,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내가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미 꽃은 말라죽어있었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타자료실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22 참고자료 시중에서 벚꽃 녹음입니다!! 재미있게 들으세요 Lv.6 샤프샤프 08.10.09 57
821 임시보관 질문용 Lv.64 극성무진 08.10.08 25
820 참고자료 세이브로드 지도 무언(無言) 08.10.02 87
819 일반 소설책 스캔 증거샷입니다.. 지신고리 08.09.19 225
818 기타 . 百面瑞生 08.09.15 22
817 일반 서시 VS 범주 1:1 태그매치 1 ROUND 결과발표!(범... 범주 08.09.13 100
816 일반 서시 VS 범주 1:1 태그매치 1 ROUND 결과발표!(서... Lv.15 문백경 08.09.13 97
815 기타 글자수 세기 프로그램 +1 Lv.20 흑묘령아 08.08.30 110
814 임시보관 임시보관 Lv.14 쉬엔 08.08.29 25
813 임시보관 버트런드 08.08.12 47
812 기타 이문자아시는분꼭쪽지주세요 +5 Lv.1 운자향 08.08.08 198
811 일반 게시판에서 태그를 사용하자 +2 Lv.99 노란병아리 08.07.29 188
810 기타 베넬리 M4샷건 +1 Lv.37 구소 08.07.20 104
809 일반 혈랑군을 그려보았다? +1 팜수다 08.07.03 122
808 참고자료 카레형 +1 좌빨_ 08.06.28 170
807 일반 테니스, 라켓과 코트, 그리고 이것저것들. Lv.95 초코구름 08.05.30 66
806 일반 그림 Lv.31 에이급 08.05.25 87
805 임시보관 배경 Lv.1 解劍池 08.05.21 63
804 임시보관 팬픽인데 잠시만 보관할께요 +4 강산(江山) 08.02.13 261
803 임시보관 ~~~영화나 만화 소설 명대사입니다 쩝~~~ Lv.1 학우파 08.01.24 197
802 일반 하늘과 땅의 시대 설정자료입니다. (연대표) Lv.4 聰. 08.01.16 133
801 기타 솔로부대 계급 +12 번우드 07.12.13 261
800 기타 틀리기 쉬운 맞춤법 +1 Lv.13 베습허 07.12.03 111
799 일반 컴퓨터 성능측정자료 Lv.54 소울비타 07.11.18 251
798 임시보관 타이틀 배경 참고 Personacon 검우(劒友) 07.10.16 113
797 일반 마피아 - 데스노트 Ver(자작이에요) +1 Lv.1 [탈퇴계정] 07.10.12 205
796 임시보관 마피아 이미지 개정판-Ver 0.2(블랙라군ver-0.1) Lv.7 SIL 07.10.08 97
795 임시보관 마피아 이미지 개정판-Ver 0.1(데스노트 버전) Lv.7 SIL 07.10.07 83
794 일반 마피아 이미지 - 데스노트 버젼 +2 Lv.39 은빛의실버 07.10.07 159
793 임시보관 마피아 이미지 개정판-Ver 0.0 Lv.7 SIL 07.10.06 8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