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른 팔을 들어 날아오는 검격을 막았다.
(챙-!)
울려퍼지는 금속음.
검에 묻어 있던 피가 쫙 흩어지면서 그의 얼굴에 뿌려졌다. 왼손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낸 그는 슬며시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디냐."
우리들은 가끔씩 내 전생은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 속에서 우리는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영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상상일 뿐이고 현실은 어떨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자신의 전생을 아는 녀석이 있었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몽롱한 미켈은 일단 물컵을 들고 입 속에 쏟아넣었다.
그러나 어젯밤 다 증발했는지 컵에는 물 한 방울 남아있지 않았고 미켈의 목구멍은 가뭄 상태를 계속 유지하였다. 목구멍에 비를 내리는 것보다 잠이 더 급했던 미켈은 풀썩하고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이대로 몸에 힘을 풀어버리면 금방 달콤한 꿈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켈의 머리속의 기억 하나가 자꾸 그의 수면을 방해했다. 그렇지만 잠의 유혹은 그 기억을 끄집어 낼 틈도 주지 않았다.
참새라도 우는 것일까. 새소리가 들려왔다.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잠에서 깬 미켈은 그 기억을 한 번 끄집어 내어 보았다.
기억을 꺼내 읽은 미켈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죽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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