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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습작 1 미완성

작성자
Personacon ALLfeel
작성
10.11.30 22:09
조회
21

(1)

죽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특이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내가 특이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죽기 전까지는 말이다.

열심히 살아온 24년간의 인생은 허무한 교통사고로 단숨에 끝나버렸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향 냄새를 맡았던 것 같기도 하고 곡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그때 죽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輪回)라도 한 것일까. 나는 다른 세계에 다시 태어났다.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아왔지만 어느 날 아침, 잠에 드려고 하다가 문득 기억을 되찾은 것이었다.

이 중세 느낌이 팍 나는 세계에서도 나는 평범하게 살아왔다. 숲속에서 태어나 숲속에서 자랐고 숲속에서 일했으며 숲속에서 살아왔다. 도시에 가본 건 딱 한 번 뿐이라고 기억은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기억마저도 오래되어서 도시에 대한 것은 거의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부모님과 형제는 자연재해로 인해 잃고 말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을 잃은 후에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사냥, 낚시, 식물 채집 등을 하며 평범한 '마을사람' 으로서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한 번 죽었던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내었을 때, 나는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2)

전생을 기억내고서 반 년은 지났지만 나는 아직까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미친 놈 취급 받을까 다른 사람에게 전생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못 했고, 숲에서만 살아왔기에 아는 것도 없어서 무언가 대담한 행동을 할 수도 없었다.

"오, 미켈. 오늘은 빨리 일어났구나."

"네. 안녕하세요."

집을 나와 공터로 가자 레이나 아주머니가 나를 반겼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정이 많으신 좋은 분이시다. 몸매만큼이나 심성이 후덕한 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들 두 명과 딸 한 명을 낳으셨는데 가엽게도 세 명 다 레이나 아주머니의 유전자를 받아서 몸매가 후덕하다.

"오늘은 어디로 가니?"

"음...아저씨가 불러서 가는 거니까, 어디갈 지는 모르겠어요."

"그래.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렴."

아주머니에게 말한대로 나는 아저씨가 불러서 가고 있었다. 내게 사냥을 가르쳐주신 호탕한 아저씨인데,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는 몰라도 항상 나를 끌고 어딘가로 가서 사냥을 하는 게 취미이자 일이시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사냥을 하면 먹을 게 들어오기도 했고 아저씨 특유의 입담도 듣고 싶었기에 나는 순순히 그의 호출에 응했다.

언제나 그렇듯 만나는 장소는 강 옆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 앞. 우리들은 이 바위를 '외계인 바위'라고 부르고 있지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나이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말을 계속한다.

"맨손으로도 멧돼지를 제압하는 것, 그것이 사나이이다. 알겠느냐?"

"그래서 지금 아무런 무기도 없이 멧돼지 잡으러 가는 거에요?"

내가 질문을 던지자 아저씨는 잠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더니 그 특유의 사나이 눈빛을 내게로 돌리며 말했다.

"그것이 사나이이다."

뭐 말은 이렇게 하시지만 확실히 무기를 들고 가신다. 무기라고 해도 낡아빠진 활과 조금만 있으면 녹슬 것 같은 화살 뿐이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와 아저씨는 사냥감을 찾아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이 숲의 남쪽은 하도 맹수들과 몬스터가 많아서 마을사람들은 절대 가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저씨는 남쪽 숲을 아주 좋아하셨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강한 사냥감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많이 걸었으니까 잠깐만 쉬면 안 될까요."

"사나이라면...아니, 정말로 쉴 여유는 없는 듯 하구나."

아저씨가

멧돼지-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개와 늑대를 섞어놓은 모습이라고 하면 될까. 하지만 몸체는 조금 비대했다. 다행히 민첩해보이는 사냥감은 아니어 보인다.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꺼냈다. 원래는 검집이 있었는데 언젠가 잃어버린 것 같다. 구하기도 힘들고 필요도 없어서 검집을 안 사다 보니까 먼지가 쌓여서 골치거리이다.

성인 남자의 키 정도는 될 것 같은 긴 검신에 비해, 검의 두께는 상당히 얇은 편이었다. 사냥용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칼이었지만 그렇다고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가라!"

어차피 사냥을 하는 건 내가 아니다.

(훅-)

돌진한 나는 짐승에게 검을 휘둘렀다. 예리한 바람 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빗나간 것이었다. 아니, 관점에 따라서 꼬리를 자른 것도 명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비굴한 관점을 가지기는 싫었다.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짐승은 격렬한 움직임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민첩하다!

(퍼석-!)

짐승의 두개골이 관통되는 소리. 아저씨의 화살은 정확히 두개골을 꿰뚫며 짐승의 머리에 박혔다. 이것이 나와 아저씨의 사냥.

기본적으로 내가 나와서 사냥하지만, 조금 위험해질 것 같으면 아저씨가 백발백중의 실력을 발휘해 싱겁게 끝내주신다. 처음에는 불평했지만, 이건 내 실력을 늘려주기 위한 아저씨의 배려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 불평 한 마디 하고 있지 않다.

"수고 했다. 다친 데는 없지? 뭐 없어보이지만."

"네. 그런데 이 녀석은 처음 보는 녀석이네요. 몸집이 꽤 커서 느릴 줄 알았더니만 왠만한 늑대보다는 더 민첩..."

".....!"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흔히들 말하는 '몬스터'였다. 키가 나의 네 배는 되는 인간형 괴물. 늑대인간과 같은 날렵하고 거친 얼굴과는 달리 몸체는 거대하고 힘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샤구니] 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있을 수 없다.

이 숲은 저런 거대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었다. 저런 괴물이 자신의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눈 앞에 있었다.

"아저씨!"

"서두르지 마. 일단 상황을 보자."

겁 없는 아저씨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림자가 우리를 덮었다. 괴물이 만든 그림자는 그 몸체보다 거대했다. 칼을 들고 있던 나의 손이 어느새 떨리고 있었다.

등 언저리에서 식은땀이 느껴졌다.  

그 괴물은 우리가 방금 죽인 사냥감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혹시라도 저걸 먹고 배가 불러진다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ㅡ)

그러나 그것은 희망적 관측일 뿐이었다.

그 괴물은 확실한 적의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내 쪽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피부의 습기가 모두 증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안 되겠어요. 얼른 도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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