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신(神)들로부터 '유일신(唯一神)'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원초적 기원'은 악마에게 바쳐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생활을 영위했다. 그런데 자연은 무척 변덕스러워서 갑자기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다주곤 했다. 작물이 고갈되고, 사냥감은모습을 감추고, 집이 떠내려가고, 사람이 죽고…….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나쁜 힘'이 자신들에게 덮치지 않도록 하늘(天)과 대지(地), 하천, 짐승, 수목 등을 컨트롤하는 불가사의한 존재에게 기도를 하게 되었다.
이처럼 인간의 지혜를 훨씬 뛰어넘는 존재가 바로 '신(神)의'의 원초적 모습이었다. 태고의 신들은 '선악(善惡)'이 함께 존재하여,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만 일단 마음이 바뀌면 피의 희생을 요구한다. 상냥함과 엄격함, 은혜와 처벌, 창조와 파괴……. 이중성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땅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신들의 권력이 단 하나로 집중된 유일신의 존재가 인간 앞에 출현했던 것이다. 유대교의 성립으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일신교'가 탄생되었다. 이어서 등장한 기독교에서는 이 유일무이한 신이 '선(善)'의 구현자로서 사람들 앞에 빛으로 가득한 모습을 드러낸다. 광대하고 무한한 우주에서부터 들에 피는 꽃과 풀 한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유일무이한 존재인 신이 창조한 것이다.
-타락천사의 '탄생(誕生)'-
사람들은 무한한 '선'의 빛으로 빛나는 신 옆에서 평화롭게 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의 피조물인 자연은 변함없이 사람들은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며, 언쟁과 살인,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 '악'은 선한 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살아남았다. 어째서일까? 기독교는 신에 의한 중앙 집권적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은 우주를 창조하기에 앞서 먼저 조수 역할을 할 천사를 창조했다. 천사들은 신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개시했다. 천체의 운행, 자연의 제어 등 그들은 활동 범위는 끝이 없다. 그런데 신에게 충실해야 할 천사들 가운데 일부가 반역을 꾀했다. 물론 '전지전능' 한 신은 이 사실을 알고 그들을 천계에서 추방하여 지옥에 살도록 했다. 바로 이들 '타락천사' 야말로 신앙의 길을 걷는 인간을 방해하며 이 땅에 '악' 을 퍼뜨리는 근원이 되었다."
-타락의 이유-
왜 천사들은 신에게 등을 돌렸을까? 그 원인에 대한 고전적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유로는 천사 스스로 '오만(傲慢)'의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타락천사의 우두머리로 알려진 사탄이 저지른 죄다. 원래 사탄은 천사 중에서도 가장 힘이 있는 대천사의 제일 윗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스스로 신의 자리에 앉으려는 생각을 했다. 이른바 천계에서의 쿠데타를 계획했던 것이다. 물론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은 사전에 이것을 알아차리고 쿠데타의 리더인 사탄을 천계에서 추방해버렸다.
타락천사가 탄생하게 된 두 번째 원인은 '불순종(不順從)'때문이었다. 이것은 인간과 크게 관련이 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천사들 중 일부가 이를 반대했다. 그들은 지상의 주인이 되어야 할 인간이 신의 의지대로 과연 '선(善)'을 실행할지에 대해 애초부터 의구심을 가졌다. 물론 이러한 천사의 의견은 신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마침내, 인간이 창조되었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막 창조한 인간을 앞에 두고 신은 천사들을 향해 꿇어 엎드릴 것 명령했다. 천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은 인간보다 먼저 창조된 피조물, 말하자면 선배인 셈이었다. 게다가 신의 은총까지 듬뿍 받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신참자인 인간에게 어째서 꿇어 엎드려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신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불순종'의 태도를 보인 천사들은 천계에서 추방되고 말았다.
또 '욕정(欲情)'때문에 타락천사가 된 천사들도 있다. 이것은 그리고리(신의 아들)라고 불리는 천사의 한 무리에서 발생했다. 그들은 인간을 감독하는 사명을 띠고 지상을 방문했는데, 인간 딸들의 미모에 혹하여 본래의 역할에도 일탈했고 그로 인해 천계에서 쫓겨났다.
다음은 '자유 의지'에 의한 타락이다. 이것은 주역 이른바 '제 2계급'의 천사였다. 본래 천사라는 존재는 '신의 사자(史者)'로서 창조되었지만, 신은 이 천사군과는 별도로 또 다른 종류의 천사를 창조했다. 이들 천사는 신과 대등하며 행동 또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점차 신에게서 멀어진 탓에 신의 은총을 잃었고, 그 결과 목적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