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근거없는 희망에 부풀어있던 80년대. 나는 막연한 환상을 품고 무작정 한국을 떠난 아버지를 따라 St.Mary라는 작은 타운에 정착했다. 인종차별이 심한 이 곳에서 유일하게 유색인종들이 밀집한 빈민가였던 '웨인스트리트'. 우리들은 이 거리에 사는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경찰들도 오기를 꺼려하는 문제지역인 이 곳엔, 법과 질서로도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반항심, 패기로 무장한 청년들이 모여있는 갱단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그런 그들 위에 유일하게 군림한 남자 '말콤 루츠'. 그는 그들로 하여금 '거리의 주인'이란 뜻의 '웨인 루츠'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비상한 두뇌와 카리스마, 선천적 리더 자질을 가진 그는 차별과 가난에 시름하던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신화적 인물이 되어갔다. 그런 그의 사려깊음은 아마 이 곳에서 가장 약자였을 우리에게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어린 나를 보호해주었고,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아버지를 존경했으며, 천사같은 우리 누나를 사랑해주었다. 적어도 이 거리에서만큼은 그의 보호아래 우리는 안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난 그의 부하들 손에 의해 차가운 땅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생명의 끈을 겨우 붙든 채, 아득해지는 기억 속 점점 사라져 가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이 곳에 왜 온 걸까? 그리고 내겐 태양과도 같던 그 '웨인 루츠'는 왜 나를 이 차가운 땅 속에 묻으려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난, 이젠 아주 예전 일처럼 느껴지는 그와 처음 만나던 날의 기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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