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여인은 검은 긴생머리를 나부끼며 들고 있는 검을 귀신에게 겨누며 애환을 보호하듯 등 뒤로 물리고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컥, 컥, 콜록, 콜록...”
누구지 하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이를 바라보았지만 뒤돌아서 있는 상태라 흑발에 긴머리칼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체격으로 보나 기른 머리칼로 보나 여자임을 확신했다.
자신의 양팔이 잘린 귀신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귀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여인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키야야야야!”
자신을 공격하려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그녀는 들고 있는 검을 양손으로 쥐고 머리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힘껏 내리그었다.
촤아악!
닿지도 않았는데도 귀신은 반 토막이 나서 흰 가루로 변하여 사라졌다.
애환은 귀신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어제 성불한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이점이 있다면 어제의 소녀는 하얀 꽃가루였다면 지금의 귀신은 검은 잿더미가 되어 흩어졌다.
여인은 고개를 살짝 돌려 얼굴을 옆면만 보이게끔 돌아서서 그에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아..., 네....”
“몸조심하십시오, 애환.”
애환은 처음 보는 사람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얼떨결에 입을 열어 물었다.
“저 누...”
애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인은 자리에서 힘껏 점프해 건물 위로 단숨에 올라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는 그녀가 올라간 하늘로 고개를 위로 들었지만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다.
“뭐였지?”
기억을 더듬어도 전혀 없는 여인의 존재이지만 애환은 어딘가 낯익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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