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여백지기
작품명 : 건국기(1권만...)
출판사 : 로크미디어
"건국기 읽어보신 분 어땠어요?"
똑같은 질문을 맨 마지막에 한번 더 할께요.
잘쓴 글이고, 제 취향에도 맞는 것 같은데...1권 참 힘들게 읽었네요. 생소한 경험이라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경험도 나누자며, 겸사겸사 쓰는 글이에요. 그래서 비판이 아니라 순수한 비평으로 쓰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띄엄띄엄 읽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내용 정리나 감상 포인트가 별로 남지 않아서요. 대신 편안한 문체로...
대체역사소설을 써 오신건 알았지만, 여백지기 작가님 글은 처음 읽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안정감 있는 문체 그리고 대사나 작은따옴표를 사용한 사념(인물 속마음) 표현 등이 적재적소에 깔끔하게 사용되더군요. 여기서 작가만의 개성있는 문체를 바란다면 욕심이겠죠. 이미 충분하니깐요.
일단 기본기는 탄탄하니 '작품'을 위해 남은 건, 그 위에 쌓을 <소재의 선택>과 <캐릭터>네요.
건국기의 중요 소재는 작가프로필에서도 확인되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유린된 상황의 임진왜란>을 컨버전하는 겁니다. 중세 서양 배경의 영지물 판타지로요.
작가분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재밌게 재해석'정도로 추측했어요.
그런데 이 소재(설정)는 저랑 안 맞는 것 같기도하고, 제대로 컨버전이 될지 시작부터 걱정이 들더군요.
(임진왜란 자체가 엮여있는 게 많기도하고, 동북아 역사에 워낙 중요한 사건이니깐요.)
결국,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소격효과'가 나더군요.
인물과 사건들이 오버랩되면서 점점 딴생각으로 빠지고, 책에는 몰두가 안되는...
한편, 건국기의 주인공은 노예출신병사로, 남자들도 두근두근거리게 만드는 꽃미남이란 설정인데, 역시 자꾸만 딴생각에 빠지게 만들더군요.
'어떻게 아직까지 순결(?)을 유지할 수 있는걸까?'라며...
물론 1권 중반에 외모와 순결을 간직한 이유, 덧붙여 정령술사인 이유 등이 설명되지만, 이미 박혀버린 선입관이 빠지질 않아서, 인물 몰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애초에 작가분의 글솜씨를 믿고 의심을 말아야했는데, 색안경을 먼저 낀 실수인 것 같아요.
※ 참고로 책을 안읽은 분들이 오해없도록 보충하자면,
건국기는 마법과 소드익스퍼트, 엘프, 드워프가 존재하는 익숙한 설정이에요. 소드마스터는 (아마도) 없는걸로 보이고, 소드 익스퍼트가 조선(건국기의 해당 국명이 기억안나서...)에 8명인데, 타국도 비슷할테니 희소가치가 무척 높아요. 마법사는 그 이상으로 드문 존재로 표현되고요. 또 조선은 유럽식으로 봉건주의국가이고, 풍신수길은 하프드워프로 왜국을 거의 중앙집권국으로 만든 걸로 보입니다.
아쉬운 건, 그당시 대세인 동양사상(성리학)과 막장인건 같지만 한계까지 내몰려 악만남은 조선의병 VS 숱한 전쟁경험의 살인귀 왜국병사의 미묘한 차이같은 건 살리지 못했고요. 양쪽다 익숙한 일반적인 영지물의 병사들처럼 보여요.(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살리면 현장감이 제대로 날 것 같은데...)
끝으로 뒤죽박죽인 내용을 어떻게 정리할지 걱정했는데, 꾸역꾸역거리다보니 2가지 이유로 저는 힘들었던 것 같네요.
<임진왜란>이란 원판 자체가 워낙 강렬해서, 건국기와 오버랩이 되면 임진왜란 쪽으로 이미지가 넘어간다는 것과 노예출신병사가 꽃미남이란 설정... 이렇게요.
건국기는 힘들었지만 글솜씨 좋은 여백지기작가님을 발견했으니 우선 만족해요.
하지만 2권은 이미 연체료를 물린상태에다 힘든 글, 다시 빌려볼 엄두가 안나요. 그래서 물어볼께요.
"건국기 읽어보신 분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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