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singchon
작품명 : 내 여자친구는 츤데레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정연)
* 본 소설의 소재가 소재다보니 주의사항을 첨부합니다. 오타쿠계열, 혹은 그 문화에 들어있는 요소들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네,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최근 제 근황을 모르시고 '왜 비평 안쓰는거야?'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일단 하나 쓰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 전에 비평을 날렸어야 할 글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한번 읽었던 작품이라 후딱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순서를 위반했습니다.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도 제 비평의 주기는 매우 불규칙적이며, 올라온다면 아마 주말이 될 것이고, 제가 예약을 받아둔 소설들이 내년 이 시기까지 전부 비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 출판이 된 소설에 대해 비평을 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재수하거든요. 서두는 이정도로 하고, 이제는 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아, 그리고 이 비평글은 제가 이제까지 썼던 어느 비평보다 신랄하고 폭언을 퍼붓는 비평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럴 비평글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작가 singchon님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비평을 요청하시는 시점에서 각오하셨겠지만)
흠, 일단 소설을 비평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은 조금 껄끄럽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비평해왔던 장르가 주로 '세계관'을 중시하는 작품들이었다면 이 소설은 철저히 '캐릭터'를 중심으로 해서 쓰여져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로맨스-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의 남주인공인 팬싱멘(맞나요?)의 사기적인 스텟을 탓할 수도 없게 됩니다. 무엇보다 난감한건, 이 소설만의 특징은 뚜렷하나 딱히 장점이다, 딱히 눈에 띄는 단점이다 싶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비평글에서 먼저 특징을 쓴 뒤에, 그 특징에 대한 감상을 주로 서술할 것입니다. 또한, 저 또한 오타쿠로 불리는 인종에 속해있기 때문에, 상당히 읽는 사람들이 거북할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언급하자면, 이 소설은 캐릭터들이 굉장히 밋밋합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굉장히 손발이 오그라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캐릭터가 밋밋하다'라는 의미는 '소설이 밋밋하다'라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캐릭터들이 평면적이라는 것입니다. 에카일과 팬싱멘, 그리고 신치온에 관해서만 언급하겠습니다.
팬싱멘 : 음흉하고, 눈치빠르고, 에카일을 골려먹기 좋아하고, 그런주제에 검술은 터무니없이 강하다.
에카일 : 츤데레이며, 여주인공으로 부여받을 수 있는 최상의 능력치를 부여받았다.(몸매, 얼굴, 집안, 성적 우수 외 다수)
신치온 : 우수해보이지만, 결국 팬싱멘의 쫄다구이며 조력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연재분을 통틀어 압축한 세 캐릭터의 성격이 저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에카일은 솔직히 '츤데레이다'라는 한마디로만 압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의 설정의 빈약함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향이 파악되기 쉽고, 그러므로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에피소드(=배경)를 찍어내야 하고, 다양한 조연들의 출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배경을 계속적으로 만들어야한다는 것은 캐릭터 중심 소설에 '세계관의 묘사'라는 부담감을 안겨주게 됩니다.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까놓고 말하자면 작가가 써야 할 무대가 쓸데없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을 가지고 조합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얼마 없다보니 배경이라도 바꿔가며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거의 한계에 다다라있습니다. 실제로 40화까지만 보더라도 상황만 다르지 거의 비슷한 대사를 남발하고 있고, 41화부터는 더욱 가관입니다. 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똑같은 래퍼토리에 머스타드를 치느냐 칠리소스를 치느냐만 달라질 뿐입니다.
41화부터, 이 소설에는 미우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순정만화를 두세 편 보신 분이라면 대번에 이 캐릭터가 어떤 역할일지 너무 뻔하게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네. 사랑의 라이벌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결국 발릴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근데 읽다보면 이 캐릭터, 결국은 주인공패밀리에 껴서 짝짜꿍할 애일거라는게 보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더 늘리지 않고 이 문단에서 지적하죠.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연구 및 고찰 부족으로 점철된 소설입니다. 작가님에게는 상당히 가혹한 말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캐릭터를 만들 때에는 캐릭터를 몇 가지 속성으로 끝나도록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제가 아렌시아:하얀제왕의 비평글 서두에서 언급했듯, 작가는 작품의 신이고, 캐릭터는 그 창조된 세상을 살아가는 엄연한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을 설명할 때 우리는 그 사람들의 성격을 가지고 주로 설명을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설명된 몇 가지 사실만을 가지고 사람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소설의 사실성은 둘째치더라도 생동감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편집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래퍼토리가 있습니다.
어떤 사건 발생(1) - 에카일 삐짐(2) - 팬싱멘 관대하게 이해(3) - 좀 지나고 팬싱멘 에카일 달래러감(4) - 에카일 그냥 녹으며 갈등해소(5)
이 래퍼토리, 솔직히 매우 마음에 안 듭니다. 소설을 맛깔스럽게 할 갈등요소를 너무 쉽게 날려버려요. 저 팬싱멘의 성격문제부터 고쳐야 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3을 팬싱멘이 이해 못하고 화내는 걸로 바뀌는 것으로, 4에서는 외부-신치온이라던가-의 영향으로 화해를 하러 가고, 5에서 에카일이 팬싱멘 싸대기 한방 갈기는 정도 요소만 집어넣는다고만 생각해도 훨씬 신선해질 것 같습니다.
꽤 두서없는 글이 되고 있지만,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라 양해를 구합니다. 말 나온김에 팬싱멘과 에카일에 관해 언급좀 하겠습니다.
작가님은,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큰 실수를 하신 것이 바로 팬싱멘입니다.
팬싱멘이 음흉한거? 좋습니다. 관대한거? 뭐, 괜찮아요. 하지만, 팬싱멘이 게임을 하는 것처럼 밀고당기기를 한다면 이 소설은 훨씬 맛깔스러울 겁니다. 대놓고 움홧홧홧 이러고 있으니 그냥 경박해보입니다. 관대한것도 좋습니다만, 너무 관대해서 소설의 재미가 없습니다. 세상 츤데레라고 어디까지 관용을 베풀 수 있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터무니없이 강한거, 이거 쓰기는 편하겠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뭐야? 싶습니다. 남자라서 여자 심리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설에서 팬싱멘이 열혈적인 모습을 보이는 편이 그냥 쎈거보다는 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에카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근데 얘는 보다보면 불쌍합니다. 츤데레의 정의정도만 간신히 이해하고 난 작가님이 그냥 삘받아서 쓴거같아서 그냥 연민의 정만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얘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소설을 단적으로 평가하자면, 위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캐릭터에 대해 연구와 고찰을 게을리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싱촌님은 츤데레가 작품 내에서 어떤 장치들을 통해 그 매력적인 요소가 증폭되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비평에서라면 여기서 끝내겠지만, 작가님을 위해서 보충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츤데레라는 것은, 현재 일본 내 컨텐츠(애니, 라노베 등등) 히로인의 주류를 이루는 속성입니다. 대표적인 작품만 몇 가지 보더라도,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눈치없고 둔한 주인공'입니다. 이 장치가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정말 짜증납니다. 저 빌어먹을정도로 둔한 주인공은 어찌보면 여주인공에 대한 횡포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발생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갈등이라는 것은 서로 맞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소설에 감칠맛과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수많은 작가들은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대체로 남주인공의 행동을 다음 선택지중에서 고릅니다.
1. 영문을 모르고 머리만 긁적인다.
2. 여주인공에 대해 답답해하며 마주 대하며 화낸다.
3. (하이라이트라고 느껴질 때) 고백한다.
그렇게, '둔한 주인공'이라는 것은 잘 활용한다면 수많은 활용법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이런 걸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배제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팬싱멘이 어설프게 음흉하고 교활하다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 속내를 조금 더 숨기고 에카일을 대한다면 선택지는 무궁무진해지는데, 그걸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가 찰 뿐입니다.
또한, 츤데레의 왕도를 걷는다, 라고 하는 것은 츤에서 데레로 변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주류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캐릭터의 성격이 변하면서 엄청난 선택지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나리오만 잘 짠다면 소설의 재미는 거의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가님처럼 처음부터 츤데레상태로 써나가는 소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우 츤 80% 데레 20%를 유지하며 써나가지(게다가 대부분 조연에 그칩니다.), 그 비율이 역전되지는 않습니다. 근데 제가 볼 때 이 소설은 저 비율이 심각하게 붕괴되어있습니다.
더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작가님의 감정이 더욱 상할 것 같아서 그칩니다. 작가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속성'에 얽매이지 말고, 때로는 자유롭게 캐릭터들을 풀어놓아보라는 것입니다. 어떤 속성에 얽매일수록 소설의 생동감과 흥미는 떨어집니다. 그 점 명심하시길.
흠. 쓰다보니 끝까지 존대를 했군요. 보통 반말체로 쓰는데. 어쨌든 이 소설도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9. 말일
천월 류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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