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니름 덩어리입니다. 내용이 다 들어있을지도 몰라요?
기존 소설을 읽으신 분만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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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린을 한 때 재미있게 본 적이 있습니다. 하도 오래 되다보니 지금은 완결이 어떻게 났는지도 아득하네요.
감상란에서 Fly me to the moon 에 대한 호평들이 줄줄이 올라오길래,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가분이라 한 번 빌려보게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탄탄한 필력(문체)이 느껴지는 글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계속 뭔가 2%, 혹은 그 이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더 좋은 내용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쓸 능력이 되지는 않지만 '여기에서 이렇게 되면 좋았을텐데..' 하고 느끼는 부분을 몇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먼저, 주인공 '정연' 의 역할에서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연이 가지고 있는 것은 먼저 피곤함과 권태로움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병수발을 들고 난 뒤였기 때문이죠. 이 피곤함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깨지게 됩니다. 그리고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면의 야수인 자존심, 당당함이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태경' 을 만난 뒤.. 그러한 것들은 태경 앞에서 싸그리 날아가고 없어지네요. 태경의 운명의 실이 한 번 지나간 뒤로, 그저 태경에게는 '헬렐레' 한 모습만 보여집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간다는 둥의 대사는 나오지만 그 것은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말로 보여집니다.
두번째는 '태경'의 생각입니다.
'정연'은 자신이 만들었기 떄문에 가족으로 애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여기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계기는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정연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존심, 당당함? 그거라면 곧 정연은 헬렐레하게 변합니다. 접근금지 사인을 깨고 호감을 표시해 왔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주(요약해서)를 극복해낸 '청청' 은 어떻습니까. 태경이 거부할 이유도 없고 계속해서 호감을 표시해 오는데.. 태호가 죽일뻔 한 여자라서 동정심으로 사랑을 줬을까요?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소설 내용중에 태경은 아이를 가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라는 복선을 꽤 많이 깔아둡니다. 태호의 유일한 결점이라면 결점일 수 있겠네요. 피의 저주로 인한 살부, 살모..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아이가 생겼을 때 '죽일까?' 라고 생각만 두어번 한 뒤 넘어갑니다.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정연과 사랑을 나누기 전에도 태경은 ' 정연은 아이를 가질수 없다' 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호가 정연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별다른 계기도 없이 그냥 '운명의 실이니까 괜찮다' 하나로 넘기는 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뭔가 갈등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 부분이라 봤는데요. 제가 생각하기로 두권으로 끝내려 한 작품의 한계라 보여집니다.
세번째로 '태호'의 행동입니다.
사실 이것은 태호가 초반에 너무나도 큰 잘못을 저질러서 적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요.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멍청이' 로 나오는 것에서 참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거의 완전무결한 태경보다는 어느정도의 결함을 가지고 있는 태호에게서 공감을 느낄 수 있을텐데, 끝까지 발전 한 번 없이 지나가버리니.. 캐릭터가 아깝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물론 스토리 진행으로만 따진다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태호가 잘만 행동해줬다면 작품이 4권~5권까지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훌륭한 삼각구도잖아요?
마지막으로 청청과 민재의 만남입니다.
이 것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죠.
이 부분에서 저는 참.. 거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게 된다면 해피엔딩이죠. 그런데.. 한 사람의 운명(청청)이 그 운명의 실 하나로 결정지어졌다는게 슬프네요.
태경에게 사랑을 받겠다고, 10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22번이 넘도록 고백을 하고 차이고, 수련을 해서 돌아왔는데 또다시 거절당하고, 그러다가 몇번 보지도 않은 민재의 운명의 실 때문에 바로 대상이 바뀌는군요.
청청이 해온 노력들이 한순간에 증발되는 것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노력한 사람은 그에 대한 대가를 당연히 가질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뭐, '땀흘린 당신, 떠나라!' 이런 광고 카피도 있잖아요? 아무튼.
'정가(家)'가 가지고 있는 '운명의 실' 하나로.. 그냥 바로 해결되는 갈등과 사건들이 많습니다.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는데.. 게임으로 치자면 플레이 없이 치트키로 깨버린 느낌이었네요.
그런 느낌이라면 정연이 아이를 가졌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스토리 진행이 더 이상 나갈 수 없기도 했죠. 그래도..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으로 사랑을 이루어 나가며 정연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 당당함 등으로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고싶었습니다. 그 기대는 '기적' 이라는 두 글자로 깨져나가네요.
그 기적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설명이라면 내용 중에 자세히 나옵니다.
제가 실망하는 부분은 '기적'을 끼워 넣었다는 것입니다.
TV 드라마를 보더라도 모두가 반대하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도 어떻게든 이겨나가는데 여기에서는 그냥 '기적이다' 하니까요.
대충 이정도로 비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저것 실망했다 어떻다 적어두기는 했지만, 읽어보시면 일단 재미있습니다. 묘족(?)의 광포한 힘에서 판타지를 느낄 수 있고, 로망을 가진 로맨스 소설로도 읽을 수 있겠네요. 그저 읽고 나서 부족한 점이라 생각한 부분을 이리저리 적어본 글입니다.
제가 제대로 된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일지 몰라도, 저런 뜨거운 사랑은 아직 이해하지는 못하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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