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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은둔노사
작성
07.01.10 01:36
조회
2,116

작가명 : 허담

작품명 : 신기루

출판사 : 청어람

먼저 편의상 말을 줄이는 것을 밝혀둡니다. 행여 기분나빠하시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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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마조흑운기' 나 '황벽', '철괴여견자'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로써 허담님의 신작 '신기루'는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벽'이 구무협을 답습한 모습이 눈에 띄는 것에 비해 -가령 오행이 골고루 분배된 보기 힘든 신체 혹은 기연- '철괴여견자'나 '신기루'는 우연이 중첩된 기연이라기 보다 '인연'에 의한 '기연'으로 바뀌어갔으며 이야기의 매끄러움 역시 상당부분 개선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신기루'는 전작보다 이야기는 더욱 매끄러워져 작가로써의 농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야기를 받치고 있는 전체적인 구조 역시 탄탄하다.

또한 항시 '구파일방'이라 경원시되면서도 한편으로 무시되기 일수인 구파일방을 흡사 현재의 정당과 같이(우리나라의 썩어빠진 정당이 아니라 정책을 담당하는 그런 곳이라 해두자.) 묘한 위화감과 동시에 시기짐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만들어 두었다. 그러는 동시에 실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구파일방이라는 존재로 대입시켜 나가는 부분은 가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며 그러한 존재를 날마다 TV에서 발견하게 되는 부분에서 감정이입 역시 상당히 잘되는 편이다. 뿐 아니라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게 되는 과정, 혹은 음모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강인함은 말이 되지 않는 우연이 아니라 혈연적으로 갖게 되는, 소위 자연발생적이라는 점에서 어색함을 지워냈다. 몇 줄과 몇 페이지로 나타내지 않고 주인공보다 오히려 그의 부친의 상황을 흥미롭게 잘 나타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즉 전체적인 부분에서 '무림일통'이라는 야망을 위한 음모- 결론적으로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음모들이 계속 되어왔다고 봤을 때, 내 것을 지키기 위한 인간들의 추악함 그 자체가 음모가 되어 짓누르고 그 속에서 희생당한 부모의 복수를 수행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씨줄과 날줄로 견고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음모를 씨줄, 복수를 날줄로 봤을 때 크게 새롭다고 하기에, 흥미를 유발하기에 만족할 만한 점수를 줄 수 없으나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음모가 보다 인간의 본연의 추악함에 근거로 한다고 했을 때 덩달아 복수의 여정이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하겠다.

여기까지가 신기루에 대한 칭찬이라면 크게 두 가지의 아쉬움을 말하려 한다. 한 가지는 작품 외적이고 한 가지는 내적이다. 먼저 작품 외적으로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제목으로 신기루는 매우 좋은 제목이지만 충분히 그것만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천하에 들어났다는 점이다. 무릇 제목이라 함은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고 끝날 때까지 갖고 가야하는 수수께끼이자  동시 작품내에 존재하는 모든 수수께끼의 열쇠가 되야 한다. 다만 장르문학에서 제목이란 그저 하나의 상징물 혹은 단순한 성격등을 나타내는 데 전락했다하여도 '신기루'란 작품에서 허담님이 '신기루'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면을 나타내는 동시에 인간 스스로가 그러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주인공을 교차시킨다고 볼 때 어느정도 의미심장한 제목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3권까지 봤을 때 '신기루'라는 상징을 제외하곤 제목을 쓸만한 대상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대치라는 관점에서 그저 아쉽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아버지의 사형제들에 대한 정리가 조금 다급했다는 것이다. 예컨데 6명의 사형제중 셋째인 신조의 비중이 초반에 매우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끝은 어색하다. 물론 후에 겨우 살아남아 주인공을 도와주게 되는 복선일지는 몰라도 초반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인물들의 대한 잔상이 글을 읽는 동안 사라지지 않고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정황상 적들의 강력함이 주인공의 사백들을 살리고 후에 도움을 줘야 하는 복선을 택하게 할 지라도 반대급부적으로 그 강력함이 되레 그러한 복선의 형성자체를 성립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6명의 사형제 중 가장 강한 주인공의 아버지가 가장 먼저 도주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한 것과 같다. 가령 진실로 사형제들이 모두 다 죽었다면 그렇게 된 것이라면 정녕코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루는 참 잘 쓰여진 작품이라 판단된다. 유쾌함보다 무겁고 진중한 면이 있지만, 강호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얼만큼 추악할 수 있는지, 얼만큼 위선적일 수 있는지 표현하고 또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인간의 여정이 펼쳐질 것이다. 그 여정의 출발 선상에서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약간의 아쉬움으로 살피고 있다. 그러나 그 끝에는 기쁨과 희망이 가득하리라 여기며 끝 마친다.    


Comment ' 5

  • 작성자
    Lv.24 태규太叫
    작성일
    07.01.10 09:53
    No. 1

    저와 다른 의견이군요.^^
    글쎄요. <신기루>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엇으로 이 소설을 관통하는 단어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마치 뜬 구름잡듯이 제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천하제일의 무와 명성을 가져다 준다는 장소를 찾아 날아드는 무림인이 가진 환상, 그 <신기루>.
    신기루라는 환상을 만들어 저들의 세력과 지위를 유지하는 구대문파가 가지는 욕심, 그 <신기루>.
    천외천의 세력인 구대문파에 대해 칼을 들어올리며 복수를 다짐하는 송문악의 이루어지기 막막한 의지, 그것이 가진 환상 그 <신기루>.

    저는 <신기루>라는 이 세글자가 작가가 보이고자 하는 사건과 사람, 그리고 작가분 자신의 이글을 통해 그려내고 싶은 모든 것을 잘 요약해주는 것 같아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사형제의 정리에 관한 부분에서도 조금 의견이 다릅니다.
    허담 작가분이 이 글을 통해 보이는 무림의 비정함과 허망함을 사람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는 듯 합니다.
    죽음이란 이 세계에서 일상사.
    제 경우 그들의 허망한 죽음을 통해 작가분이 그려내는 비정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는데.....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니 느끼는 것도 다른 탓이겠죠.^^

    허담작가님의 신작<신기루>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풀어내는 방식과 그 저변에 깔린 사고, 인간관계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해서 한자한자 놓치지 않고 읽는데, 작가분 특유의 문체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마법이라도 부렸는지 너무도 쉽고 술술 넘어갑니다.
    기분좋은 양면성이네요.
    내용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고 기분좋게 읽히는 글.
    이런 글이야 말로 장르문학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글이 아닐까요?

    감상란이었다면 추천을 꾸욱하고 눌렀을 텐데 비평란인 까닭과 은둔노사님께서 단점이라고 말하신 두 부분이 저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반대를 누르고 가네요.^^;

    그러나 은거노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신기루>가 대단히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은 적극 찬성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한빈翰彬
    작성일
    07.01.10 09:54
    No. 2

    제목은 신기루......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만 정말 안 팔릴 것 같은 제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眞柏
    작성일
    07.01.10 15:29
    No. 3

    그분 필명이 허담이셨군요!..
    왠지 허담노사 라는 무당의 노도인이 생각나게 되는 ㅡ,.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3 한빈翰彬
    작성일
    07.01.11 11:26
    No. 4

    감상란이었다면 추천인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카르엘
    작성일
    07.01.15 15:09
    No. 5

    신기루 4권까지 봤는데 흠... 노사님의 말씀대로 신기루의 비밀이 너무 빨리 밝혀졌다는게 조금 아쉬웠어요 하지만~ 뚜렿한 적개념이 나타났다는데서 얼마만큼의 복수가 이뤄질지 ㅎㅎ 기대 만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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