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승환
작품명 : 열왕대전기
출판사 : 로크미디어
처음 비평글을 올려봅니다만, 제가 다른 분들처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비평을 쓸 정도의 재주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20권을 읽으며 느낀 감상 위주로 쓴 것이라 감상란에 더욱 어울릴 법 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감상란에는 안 좋은 감상은 올리지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곳에 올립니다.
읽기 힘드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릴게요.
길고, 미리니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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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아무 목적 없이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는 목적이 있습니다. 인생을 걸고 실현시킬 만한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한순간의 감정으로 인한 단기 목표라도 있지요.
저는 카르마가 뭘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판타지, 무협 소설 주인공들은 대부분 목적이 있지요. 세계 평화나 악당들을 무찌르자! 그도 아니면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는 것, 잘먹고 잘사는 것, 돈, 세계정복, 안분자족하는 삶, 수련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하다못해 인생을 즐기는 것, 장가를 가는 것 등등..
처음에 카르마는 생존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주가 되면서 '영지민들과 함께 인간답게 사는 삶'을 추구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지금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중간 부분까지는 카르마가 영지민들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지금 카르마가 영주로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영지 밖에서 일이 터집니다. 카르마는 나가 싸웁니다. 위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영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극복합니다.
카르마는 알아요. 자신의 영지가 넘사벽 수준으로 강하진 않다는걸. 그런데 언제나 그 상황을 모면하는 선에서 위기를 극복해요.
물론 완벽하게 극복하기 힘든 건 알지만, 우리는 판타지 소설을 보면서 그런 위기를 멋지게 극복해주는 모습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그 뒤에 같은 사람, 같은 문제, 같은 적이 또 위기를 발생시킬 거라는 걸 바보라도 알 텐데 적을 추적하지도, 그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지도, 영지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아요. 그 순간 열 받으면 끝이더군요. 그뒤에 샤론 공주가 또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면서 이어지는 일상생활..
또 샤론 공주가 일 터뜨리면 또 당하고 그때 가서 원수 보듯 하면서 화내겠죠. 샤론 공주가 능력자라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면 추적하다가 놓치거나, 무력감에 고민하거나, 다음에 두고보자 속으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지극히 수동적으로 문제 생기고 난 뒤에 승질 내지 말고, 좀 그 전에 지가 뭘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또 한 가지, 위기를 극복해도, 다른 영지보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도, 루마교도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어도, 전 잘 모르겠습니다. 영지민들의 기뻐하는 모습, 풍족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더이상 책에 나오질 않거든요.
예전의 영지 시절에는 머리속에 나름대로 카르마의 영지는 이런 모습이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보다 엄청 커진 건지, 통합된 5개 영지는 아무 진통 없이 그냥 잘 살고 있는 건지, 지금은 국민들이 하나로 뭉친 상태인지, 아니면 아직도 루마교도들에 대한 이질감이 남아있는지, 뒤에 다른 나라에서 넘어온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영지민뿐만 아니라 기사들, 제자들, 그외 인물들과 카르마의 관계가 잘 보이질 않습니다. 카르마가 뭘 위해 이렇게 싸우는 건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도대체 그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카르마에게 어떤 의미인지 머리로만 알 수 있을뿐 잘 느껴지지 않아요.
카르마에게 가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20권에서 카르마의 자식들은 누구에게서 누가 태어났고, 그 뒤에 누가 태었나으며.. 정도로밖에 설명이 되질 않아요. 이건 뭐 성격책도 아니고.. 책에서 이렇게 처리되는 부분은 말 그대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겠죠?
그럼 전 또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어라? 카르마의 가족들에 대한 부분인데 별로 안 중요한 부분인가 보네? 왜 목숨 걸고 달려갔다니? 걍 마기 때문에 중앙대륙 가서 네미와 루마 떡밥이나 생성하려고?
엄청 긴 묘사를 바라는 게 아니예요. 애들 일일히 설명할 것도 없이 단 한페이지 카르마가 초조해하다가 애 태어난 뒤 가슴벅차 하며 눈물 흘리는 한 장면만 있었어도, 그 뒤에 다른 애들은 그냥 나열하고 끝냈어도 조금 달라졌을 겁니다.
이제는 또 수련의 시간입니다. 예전에는 '영지(=나라)를 지키기 위해 내가 강해야 한다'라는 카르마의 태도가 틀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황제가 없는 지금, 카르마는 자기 자신이 강해지기보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또 다쳤고, 또 수련하고, 또 심마를 극복하고, 또 다른 능력을 얻어서, 또 강해지겠지요.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카르마가 처음부터 개인의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타입의 주인공이었다면, 혹은 쿠베린처럼 다른 존재와의 투쟁을 목표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타입의 주인공이었다면, 전생기의 주인공처럼 애초에 초월한 존재로 등장하여 신급 존재들과 싸우며 자신을 지켜나가는 타입의 주인공이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자신은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왕의 신분으로 인한 제약에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겁니다.
카르마는 고루하고 도덕적이며, 근면한 인간이에요. 자신만 생각하기 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길 바라고, 그러한 행복과 주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 외모와는 달리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참모가 되어줄 좋은 인재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나라를 지키는 왕이며 두 아내의 남편이고 여러 아이들의 아버지입니다.
카르마는 지금 스스로의 기준에 맞는 도덕적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얼 하고 있나요?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수련을 통해 극복 중입니다.
카르마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납치하여 위협하였으며, 앞으로도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샤론 공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수련을 통해 극복 중입니다.
카르마는 자신을 적대하고 있는 네미교가 자신이 손쓸 수 없는 사이에 자신의 나라나 주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 놓았나요?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수련을 통해 극복 중입니다.
"카르마는 겉모습만 보고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가진 바 힘보다 머리가 뛰어난 인재"라고 묘사된 부분이 있었던 건 착각이었나 싶습니다.
위의 묘사가 사실이라면, 카르마는 영지민의 행복을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지 않아요. 카르마는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아요. 가족들과의 소소한 행복 같은 건 나오지도 않고, 백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뿌듯해 하는 모습조차 없습니다.
카르마는 더욱 더 강해져서 대륙 넘버원이 되겠다는 꿈 같은 것도 없구요. 루마, 네미와 머리 쥐어뜯고 싸우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열심히 수련을 해 우화등선하거나 무의 끝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적인 샤론공주와 네미교에 복수할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카르마는 일생의 즐거움을 추구할 생각도, 세계정복을 할 생각도, 세계평화를 이룩할 생각도 없어요. 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미인을 얻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중도 아닙니다.
카르마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카르마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지금의 카르마를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전 그냥 "디펜스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르마가 당하고 수습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젠 스스로 무언갈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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