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조선에서 귀환했다.
작가 : 칼튼90
출판사 :
21화까지 읽었습니다.
평론을 시작하기 전에 결론을 먼저 말해 본다면 조선에서 귀환했다는 전에 평론했던 ‘조선 귀변사’와 ‘초보자로 탑 클리어’의 나쁜 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소설입니다.
좋았던 점부터 말하면. 소재를 단순히 유행에 따라 나열하지 않고 이야기로 연결했습니다. 타임여행, 아카식 레코드 등의 설정이 그냥 흥미를 위해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에서 귀환했다’의 전체적인 모습은 어수선하고 난잡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을 쓰는 건 어렵지만,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선 안되는 부분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작가들은 비슷한 패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프롤로그라고 해 놓고 독자들이 이해 못 할 시조나, 배경 설정을 줄줄 읊는다거나. 혹은 전투 장면 하나를 가져와서 주인공이 멋지게 승리하고 한마디 내뱉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배경 설명이 돼서는 안 되며 본편과 상관없는 전투 장면으로 때워서도 안 됩니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야 하며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쓰기 어려운 것이고 이것을 잘 해내는 작자의 글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에서 귀환했다의 시작은 좋았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본편으로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야기나 난잡합니다. 주인공이 아카식 레코드라는 능력으로 과거의 현재를 넘나들며 역사 수정을 하고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 또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오크 같은 괴물이 현대에 출몰하여 난리를 겪습니다. 현대 무협, 게임 판타지, 역사 판타지. 이렇게 셋으로 나눠졌어야 할 이야기를 억지로 하나로 묶은 소설입니다.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이리저리 장르를 바꿔 다른 사건을 전개합니다.
각각의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역사 판타지 부분은 역사 고증이 얕아 유치하게 읽히고 과거의 영향으로 현대 판타지로 변하는 세계관도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되지 않아 사실성이 떨어집니다. 무협 부분은 왜 있나 싶을 정도로 식상하고 재미없습니다, 나중에 가면 무공을 익힌 주인공들이 레이드를 뛰는 장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정리하면 이전 평론과 같습니다.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장편을 연속해 나열했습니다. 조선에서 귀환했다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소설의 장르마저 구분하여 더 난잡하게 느꼈습니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아니라 장면에 집중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같은 일을 했고. 웹소설 특히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웹소설의 경우는 독자 쪽에서 장면 위주의 소설을 원하는 편입니다. 출근길이나 등, 하교 시간에 잠깐 읽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읽는 장면 하나에 만족합니다.
우려하는 건. 이런 식으로 쓰인 소설은 마지막까지 가기 힘듭니다. 장면의 나열은 소재 고갈로 빠르게 이어지고 결국 분량을 채우기 위해 글 늘리기와 등장인물과 배경만 다르지 같은 상황의 반복으로 이어집니다.
전 같았으면, 장편이 아니라 단편을 완성해서 제대로 된 나만의 소설 한 편을 가지라 충고했을 텐데. 지금은 그것이 힘듭니다. 장면 위주의 가벼운 웹소설이 트랜드가 되고 인기를 얻고 수입을 얻는 시장에서 과연 이런 조언이 필요한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웹 소설은 대중소설이니까 가벼워도 괜찮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소설과 부족한 소설은 엄연히 다릅니다. 부디 자신의 부족함과 가벼움을 혼동하는 작가들이 없었으면 하고 눈앞의 조회수와 선작에 눈이 멀어 정진하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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