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책을 빌릴 때 의성어, 의태어가 잔뜩 들어간 후~불면 날아갈 것 같은 것들은 걸러내고 책을 고릅니다. 그밖에 몇몇 노하우(출판사, 작가, 책이름등의..)도 적절히 사용합니다.
그리해서 절반 이상은 걸러냈다고 자평하지만 막상 읽다보면 맘에 드는 책은 채 반의 반도 안되는 상황이라, 책을 고르는 게 '부디 이번엔~' 하며 살짝 긴장하게 만드는 뽑기 아닌 뽑기 같습니다.
사실 작가란 게 여러모로 고된 직업이고, 열정없는 작가는 드물테니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자며 호의적인 입장이지만, 퇴고조차 없는듯한, 아니 최소한의 피드백조차 없는 듯한 모양새로 출간되는 책들은 용납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일뿐이지만 여기에 올라온 책들은 따지면 본선까지는 진출한 작품일테고 예선조차 통과못한 책들도 수두룩하겠죠.
<콜로서스1~2/로크미디어/몽계>
이계진입기갑물로 인간형 병기를 콜로서스라고 부르며 동력원을 환수로 설정하였는데, 주인공의 환수를 제외하면 별 메리트 없는 설정은 차치하고, 벨런스 오류가 심각합니다. 간단히 말해 개인간, 세력간 무력비교가 '그때그때 달라요~'식입니다.
예를들어, 왕국아카데미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의 꽃인 콜로서스 학생결투대회. 5번의 예선을 거쳐 최종본선에 올라오는 콜로서스가 10기, 소환식을 통해 콜로서스의 핵심인 환수를 획득하는 학생이 매년 수십명인 걸 보면 어지간한 기사학부, 마법학부 학생마저 콜로서스 하나씩은 소유한 듯 보여지는 데... 정작 주인공이 피신한 서부지역으로 쳐들어오는 제국 1차침략군 콜로서스는 30기, 2차 침략군 콜로서스 40기;;
합이 70기로 침략하는 제국이나, 30명이 넘는 서부연합의 세력 귀족들 콜로서스를 합치면 족히 수백기는 될듯 싶은데 뭐가 힘든지 지원을 못하고 지켜만 보는 상황이 알쏠당쏭합니다. 아예 아카데미의 설정들을 빼버리고, 콜로서스는 매우 귀하고 70기만해도 엄청난 규모라며 납득하고 싶지만, 아공간 출납이 가능한 콜로서스를 버려둔채 도망가는 모습(두번씩이나 나오는 장면;;)을 보면 그러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왕국 최고수가 소드익스퍼트 최상급쯤이고, 1차 침략군사령관이 비슷한 수준이라는데, 소드유저 중상급정도의 주인공에게 칼에 찔려 죽는 모습은;; 거기에 왕국과 제국 20vs20 동수의 콜로서스 패싸움이 벌어질 때, 학생 한명의 맹활약으로 왕국군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도 참 난감합니다;; 이 학생은 주인공의 아카데미 1년선배로 2학년이고 주인공이 (신체나이)15살에 아카데미입학한 걸 보면 채 20살도 넘지않은, 소드유저 중상급, 잘봐줘야 익스퍼트 하급수준일텐데, 훨씬 경험많은 왕국기사들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도 이해가 안가고, 왕국을 배신한 학생 나부랭이를 침략군 지휘관으로 보내는 제국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나중엔 대륙최강이라는 제국에 인재가 없는건지, 중요한 임무를 띠고 타국에 보내는 사신 대표로 이 학생을 보내죠;; 참고로 2권 마지막 부분은 압권인데, 다수의 용병을 고용해 보급품을 마차에 바리바리 싣고 이동 중, 적이 습격하자 재빨리 아공간에 보급품을 주워담고 도망치는 장면은;; 애초에 아공간을 이용해 보급품을 옮기면 안되었던건지...
왕국 귀족의 배신과 독살, 콜로서스 관련 등의 설렁설렁한 설정들은 빼더라도 기본적인 벨런스가 왔다갔다하니 몽계님의 글솜씨가 좋음에도 글에 몰입이 되질 않습니다.
<블래스터1~2/파피루스/김경묵>
작가의 첫작품인 <트리플 링크>를 보고 정말 기대많았는데, <블래스터>는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작가가 쓴 글 같습니다.
마약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남에도 합법적인 세계에서 마약을 팔아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주인공의 가문, 황금이나 마찬가지인 마약을 뺏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왕가라는 기본 전제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넘기겠습니다.
전생에서 조직생활을 하며 닳고닳았다는 설정의 주인공은 넋마저 닳은 듯 정신 상태가 오락가락합니다. 실종된 할어버지때문에 분노하고 슬퍼하더니 뒷골목에서 주먹질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며 좋아하고, 위험하다며 잔뜩 경계하던 뱀파이어 퀸을 변태처럼 괴롭히며 웃는 모습은 정신병자 같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주인공의 전생 경험을 활용해 음모를 철저히 분쇄해나가는 모습이였음 좋았을텐데...아쉽습니다. 게다가 2~3페이지 마다 나오는 오타는 근래들어 본 책 중 최다량입니다. 앞으로 김경묵님의 책들은 경계하며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세스크1~2/뿔미디어/제2의인생>
작가분이 나이가 있으신지, 경험도 많으시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것 같습니다.
드래곤으로부터 마법과 드래곤하트를 이식받은 주인공은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오직 본인만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륙을 정복하고자 합니다. 그러한 당위성을 위해 끊임없이 사념이 남발되는데, 일관성도 없습니다;;
배신하지 않는 국민을 만들겠다고 나이어린 인간만 받는다더니, 나중에는 나이불문, 영지단위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몰래몰래 세력을 키워야한다더니 뜬금없이 궁극의 마법이랄 수 있는 헬파이어를 펼치며 모습을 드러내고...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주인공을 보다보면 마치 작가의 자위행위를 훔쳐보는 기분이 듭니다. 남의 배설을 보는 건 결코 유쾌하지 않습니다.
<사이딘의 영주(연재로 봤는데 출간되었더군요;;/윅스비전/광현>
이리저리 휘둘리는 주인공을 보면 이마에 힘줄이 돋습니다. 도무지 누구 좋으라고 모진 핍박들을 받으며 영주가 되려는 건지...
<바스크 영주1~2/파피루스/대종사>
색다른 재미가 있는 책이라 올리기 망설였습니다.
영지에 관심없는 오타쿠 같은 영주와 하나둘씩 가신으로 모여드는 초특급 인재들 사이의 해프닝, 그로인해 의도치않게 발전하는 영지의 모습에서 어처구니 없는 그래서 유쾌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영지 발전의 원동력인 아이스컵은 원가와 판매가, 수익등이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대박이라고만하니 쉽게 납득되질 않았습니다. 첫상품을 좀더 획기적인걸로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무엇보다 시간개념의 오류가 커서, 영지단위의 하루가 개인의 하루처럼 휙휙 지나갑니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단을 꾸려서 전국으로, 대륙으로 진출하여 대박을 내고, 행정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인구가 폭발할 정도로 영지민들이 주변에서 모여들고, 쭉 뻗은 도로를 새로 만들고, 영지 전체의 건물을 새로 짓고, 수천명의 병사를 모와 훈련시켜 정예화하고...
하나하나가 전력을 기울여도 1~2년 걸리는 작업이 아닐텐데, 주인공이나 주변영지의 시각으로 보면 몇일, 몇달 걸리지 않는 작업들입니다;;
또한, ***로 인해서 ***이룬다 식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예언형 문장이 모든 챕터, 마지막에 꼬박꼬박 나오는데 에피소드 형식의 글이고 그 한문장이 재미의 중요 요소란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반복되어 나오니 본래 의도와는 점점 반감됩니다. 그런걸 감안해도 바스크 영주는 재밌는 글이라 출간 될 3권도 볼 예정입니다.
우연히 작가분에게 들은 신빙성 있는 얘기로, 요즘은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보름마다 책을 출간하기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전체 출판사의 춰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질보단 양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작가, 특히 신인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라면, 출판사의 목소리가 클 수 밖에 없고, 출판사 사이트에서 독자의 물음을 완전 무시하는 분위기나 고정판로인 대여점 체제를 보면, 출판사가 독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미 장르시장은 공장제로 넘어갔고, 장르 작가는 창작보단 착취당하듯 글을 찍어내는 노동자가 된 건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째깍째깍 거리는 그 뭔가가 차라리 빨리 터져버리고 새판이 들어서는 게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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