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월하감자
작품명 : 화산신마
출판사 : 미출간 (정규연재란 연재작)
- 먼저 신청하신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비평글을 쓰게 된 점을 사
과드립니다. (_ _)
1.
비평단에서는 고무판의 권장 조판양식으로 파일을 작성해 보내주시길
권하고 있습니다. 출판을 목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께는 되도록 조판양식
으로 글을 쓰시도록 고무판에서 권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 목적은 글을 쓰며 출판감각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무판의 조판양식으로 글을 작성한 후, '두쪽보기'를 이용해 글을 보게
되면 마치 책을 펼쳐보는 것처럼 모니터상에서 보게 되지요. 문단의 배치
와 대사의 분량, 장과 꼭지의 조정 등 많은 감각을 습득하실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월하감자님의 '화산신마' 원고는 웹상에 올린 그대로 비평단에
보내졌더군요. 조판양식으로 고쳐 보니 한 문단의 길이가 무척이나 긴 글
이 되어 있습니다.
서장의 경우 한 문단이 한 쪽을 차지하게 되더군요. 이 글의 문단개행은
책으로도 이 형태로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출판사에서 편집과 교정
을 거치겠지만 작가 자신이 먼저 출판되는 양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중요
합니다. 문단 간의 개행이 독자에게 주는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책에서 느끼게 되는 무게감-압박감이라고도 하겠군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촘촘히 쓰인 글은 독자가 받아들이는 무게가 무거울 수밖에 없지
요. 숨 한 번 몰아쉬고 자세를 고친 다음에야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 수 있
습니다. 장르 글의 특성을 '독자의 몰입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라 한다면
문단의 배치가 너무 조밀하다는 것은 하나의 약점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강한 몰입을 이끌어내는 글이 아닌 이상, 너무 조밀한 문단배치
는 여러 글들을 한꺼번에 읽는 장르독자의 눈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작가가 판단할 문제지만요.
2.
'화산신마'를 보며 요즘 3세대무협의 한 특징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우리 무협팬들은 보통 구무협, 신무협으로 세대간 다른 구분을 하고 있
습니다.
그 신구무협을 가르는 기준도 독자들의 세대에 따라 다시 한 번 갈리지
요. 원래 신무협이라 일컬어졌던 90년대의 부활무협-80년대 말에 무협시
장이 한 번 붕괴되었으니까요-까지도 요즘의 젊은 독자들은 구무협이라
칭하곤 합니다.
이 용어의 혼돈을 피하기 위해 고무판에서는 대개 1세대(80년대 처음
시작된 국내창작무협), 2세대('태극문', '대도오'를 필두로 한 90년대무협), 3
세대('묵향', '비뢰도'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된 통신, 인터넷연재기반의 무
협)무협으로 나눕니다.
3세대 무협의 특징을 하나로 특화시키기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지만 그
공통점을 뽑으라면 '기발한 출발'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발칙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독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후 엄청난
분량으로 이어지는 연재시스템의 무협이지요. 2세대무협이 완결된 후에 출
판을 했다면 3세대 무협은 모두 연재상태로 책이 나옵니다. 1,2권이 먼저,
3권이 그 후, 그 다음 4권… 이런 식이지요.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반에 아주 강한 기대감과 몰입도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3세대 무협 중 발군의 성적을 거둔 글들은
대개 첫 부분이 대단히 신선한 설정을 기반으로 출발하지요.
물론, 이러한 시작은 1세대 무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세대간 공통된
분모입니다. 장르 소설이 갖춰야 할 여러 요소 중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으
니까요. 다만, 그것이 더 강화되고 가파르게 그것이 강요되고 있는 것이
현재 장르소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뭔가 다르고, 뭔가 특이하고, 뭔가
신선하고 기발한 출발이 아니면 독자의 눈을 붙잡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요. 동시에 출판되는 장르소설의 종수는 정말 장난이 아니니까요.
'화산신마'는 이러한 3세대 무협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글입니다. 처음
시작 부분에 '힘을 준' 글이지요.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이 글에 대해 논하
겠습니다.
3.
'화산신마'는 여러 판타지적 상상력의 요소 중 몸이 뒤바뀌는 '체인징'의
컨셉을 사용한 글입니다.
220년 전 강호를 뒤흔들었던 마도고수였던 마랑신군 적랑과 글의 현재
시점에 화산파의 최고 둔재인 천무영의 몸이 뒤바뀌며 스타트를 합니다.
이 시점이 글의 초중반에 배치되어있습니다. 한 칸씩 대사와 지문 사이
를 띄웠기 때문에 정확한 조판쪽수는 되지 않습니다만 보내주신 파일로는
60쪽에 체인징이 일어나지요.
체인징이라는 컨셉은 사실 그리 신선한 컨셉이라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여러 판타지나 영화, 만화에서 꽤 많이 사용된 컨셉이지요.
하지만 서장에서 마랑신군 적랑이 어떤 음모를 거쳐 무당산의 도화원에
220년 간 갇히게 되는지, 1장에서 천무영이 화산제일둔재로서 어떤 박해를
받는 지가 아주 잘 그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장의 말미에 이루어
지는 정신의 뒤바뀜 - 체인징 - 이 묘한 기대감을 줍니다.
거의 육탈의 경지까지 근접한 초고수이며 300살이나 먹은 마랑신군과
열 아홉이 되도록 오대제자에 머무르고 있는 초둔재 천무영의 몸이 뒤바
뀐 것이니까요.
바뀐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운명을 그릴 것인가가 이 글의 키포인트가
되는 것이고 두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어떻게 조화롭게 그려내는가가 아
주 중요한 열쇠가 된 것이지요.
4.
몸이 뒤바뀐 적랑과 천무영의 이야기가 4장부터 8장까지 펼쳐집니다.
천무영의 왕따운명을 적랑이 과연 어떻게 바꾸어줄 것인가.
갑자기 초절대고수인 적랑의 몸을 차지한 천무영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두 명의 미래는 독자에게 여러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아쉬운 건 작가의 시각이 거의 적랑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권
에서부터는 어찌 쓰였는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적랑의 몸으로 들어간
천무영은 성격적 결함 때문에 어정쩡한 모습만을 1권에서 보여줍니다.
체인징 컨셉의 특성상 몸이 바뀐 두 사람을 고루 보여주지 못하면 하나
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되지요. 월하감자님이 어떤 선택을 하
셨는지 궁금하군요.
1권의 나머지 분량을 보며 제가 느낀 아쉬움이 몇몇 있습니다.
적랑은 300살이 넘게 산 인물입니다. 무공으로서도 거의 육탈의 경지에
근접했던 인물이지요. 성격도 마도인물답게 통쾌, 화끈하며 거칠 것 없는
매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 인물이 화산파에서 따당하던 천무영의 몸에 들어간 이상, 천무영을
괴롭히고 무시하던 인물들에게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독자들은 고대
합니다.
그런데 1권에서는 이것을 좀 아끼셨더군요.
이후 전개의 틀이 될 강호의 움직임과 화산파의 변화를 슬쩍슬쩍 내비
치신 건 좋았지만 적랑이 완전한 천무영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자꾸 억누
르는 건 아쉬워보이더군요.
장르독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화끈한 반전을 고대합니다.
천무영을 괴롭히던 이세충을 처음 만날 때부터 기를 죽여버리길 원하지
요. 하지만 개연성에 주의를 기울이시느라 한 포인트씩 늦는 감이 있습니
다.
무당산에서 실종된 천무영을 찾아나선 이세충 등과 적랑과 천무영이 처
음 조우할 때, 독자는 잔뜩 기대를 하게 됩니다. 적랑이 정말 통쾌하게 복
수해줬으면 하고요. 화산파에서 오해를 받게 되어 어찌어찌 갈등을 겪다
그것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참 멋진 출발이 되었을텐데 월하감자님은 잡아
놓으신 스토리를 위해 이런 부분에서 조금씩 개연성에 맞추느라 통쾌함을
희석시키셨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랍니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묘한 냄새는 계속 솔솔 나지만 터뜨려줘야 할 때
한 번 참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1권을 다본 이후 어서 2권이 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들게 하는군
요. 장르 글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을 갖춘 글이라 생각되어 기분이 흔쾌합
니다.
그리고, 몇 가지 딴지사항.
받침의 사용에서 되풀이되는 오류가 있습니다. 'ㅈ'과 'ㅊ'받침을 혼동하
시는 경우가 자주 보이고 '해치다'와 '헤치다'를 혼동하실 때가 가끔 있습
니다. 물론 이런 맞춤법 오류는 출판교정시 극복될 수 있지만 되도록 작가
자신이 오타를 줄이는 것이 좋다 생각합니다.
지명이나 문파, 무공의 설명이 구태를 벗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네이버 등의 검색으로 뜨는 백과사전류 설명을 그대로 따온 부분이 자
주 눈에 띱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신다면 좀 더 생동감있는 설정을 빚어내
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권부터는 1권에서 보인 망설임이 조금 줄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적랑의 보조로 천무영이 등장하는 것 보다는 두 인물을 고루 살
린 구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물론 이미 많은 분량이 쓰인 글
이고 제가 아직 그것을 보지 못한 상태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일독을 권합니다. ^ ^
- 비평단원 K
* 무판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6-2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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