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님의 慙&斬]
= 비평단의 비평 =
(들어가며)
먼저 일성님의 성실한 연재에 경의를 표합니다.
비평을 의뢰받은 분량은 1권마감까지인 292페이지입니다.
비평은 1권만으로 이루어지기에 못다한 작가의 뒤편이 수용되지 못한 한계가 있음을 참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글의 주인공은 회자수이다.
혹자는 망나니가 주인공인 도살도법이 출간됨에 따라 작가가 도살도법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나 의구심을 가질수도 있으나 비평단이 볼때 모든면에서 전혀 별개의 구상임을 확신할수 있다.
일성님으로서는 선수를 뺏긴 억울함이 있을수도 있을 것 같다.
‘慙&斬’은 회자수인 화무현이 파천림(녹림의 연합체)수괴 가괴자의 참형 담당으로 지정되고 가괴자 일당의 음모에 빠져 누명을 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다.
가괴자를 탈출시켰다는 누명을 쓴 화무현은 자신이 무죄임을 절절이 주장하고 이름조차 和無罪라고 고치지만 누명을 벗을길 없어 도망자의 길에 오른다.
소주로 도망가던 화무죄는 정체불명의 단체에게 쫒기는 당문가주의 손녀인 당소취를 구하게 되고 이들과 동행하게 된다.
-중략-
‘慙&斬’은 작가가 회자수라는 새로운 신분의 주인공을 설정했지만 그의 행보는 도살도법의 견우와는 달리 신분에 크게 얽매이는 답답함은 없을듯하다.
이점은 작가가 독자를 너무 압박하지 않는 잘된 선택이라 봅니다.
이글은 작가가 나름대로 정통무협을 염두에 두고 왕상석이라는 코믹한 캐릭터를 덧붙여 스토리를 끌고 나가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권만으론 아직 독자를 몰입시킬만한 작가 나름의 색채를 보여 주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1. 도식적인 구상과 인물묘사의 부족
작가가 나름대로 신선한 소재로 스토리를 구상했으나 스토리의 흐름은 누명-도망-행중의 만남(복선)이란 도식적인 구상으로 신선함이 크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으며 등장 캐릭터 역시 뚜렷한 고유속성 부여를 하지 못하고 있어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들어 뇌물좋아하는 관리들의 등장, 별 특색없는 녹림수괴 가괴자, 중요인물인 듯 하나 인물 묘사없는 가괴자의 딸 가령령, 어벙한 당소취, 조금 푼수인듯한 왕상석, 그리고 주인공이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적 성격을 가진것도 아니고 외유내강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캐릭터인 화무죄.......
1권에서 어느정도 캐릭의 속성을 정돈해야 독자의 계속된 흥미를 유발할수 있는바, 중견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한 신인작가의 경우 특히 이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화무현은 누명을 벗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이름을 화무죄라고 지은듯한데 반드시 돌아 오겠습니다. 화무죄가 아닌 화무현으로…….” 라고 장포두에게 말한 것이 전부다.
향후 계속 화무죄로 나오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 화무죄라는 이름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격이다.
주인공의 내면갈등을 작가가 소홀히 다룬감이 있다.
비평단이 보기엔 ‘慙&斬’의 가장 부족한 점은 각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것이라 하겠다.
2. 정돈되지 않은 시점 잡기
일성님의 참&참은 시점이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또다시 과거로 어지럽게 움직인다.
먼저 서장부분은 현재형의 과거, 탈출한 화무현이 쫒기는 당문의 당소취를 구해주는 현시점, 그리고 다시 동행 탈출한 왕상석이 당소취의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가 현재로 왔다가 또다시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온다.
이와중에 왕상석이 들려주는 상황임에도 화무현의 내면심리까지 이야기에 등장하고 장포두가 화무현을 구하기 위한 상황까지 설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작중의 화무현은 왕상석에게 시시콜콜한 설명까지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화무현 자신도 그가 효수되는 상황에서 주위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자세히 알수 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점의 변경은 왠만히 탄탄한 구성이 아니고는 독자에게 어지러움과 흥미반감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과거의 일을 당사자인 화무죄가 아닌 왕상석으로 하여금 설명케 하면서 작가에 의한 전지적 시각이 버무려져 들어감은 유감이다.
비평단이 볼때, 서장 부분은 화무현이 가괴자를 탈출시켰다는 누명을 쓰고 투옥된 시점의 회상에 넣고 당소취를 만난후 왕상석을 통해 과거회귀할게 아니라 화무현의 회자수로서의 생활과 누명 및 탈출, 그리고 당소취를 만나는 부분까지 순서대로 그냥 써나갔다면 차라리 부드러운 구성이 되었을 것으로 본다.
또한 한 단락내에서도 ~이다. ~었다. ~했다가 중복되는 것은 독자가 읽기에 상당히 힘드는 비문이 된다.
3. 꾸밈말의 용법 미숙
글의 곳곳에 꾸밈말의 용법 미숙이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단락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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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았다.
전신이 검은 흑색!
철저히 빛을 죽인 그런 검이었다.
탁--!
어느 순간, 손바닥만한 나무 패가 바닥을 때렸다.
탄력이 좋은 것인지 이 척(二尺: 60센티미터)을 튀어 오른 나무 패는 유유한 곡선을 그리며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무언의 약속처럼 침묵이 찾아 들고, 나무 패에 적힌 글자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殺<살>
어디선가 묵직한 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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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과 흑색은 같은말이다. 구태여 강조하려면 ‘검신 전체가 먹물처럼 검은’ 이렇게 표현되어야 한다.
그 다음 문장도 적절한 꾸밈말을 사용치 못해 어색하다.
‘철저히 빛을 흡수하는 흑검이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검이었다.’ 의 [그런]이란 표현은 문장에서 가능한 사용을 자제해야할 지시어이다.
‘탁 ....어느순간, 손바닥만한...’’에서 [어느순간]도 필요가 없는 말로 간결하게 될 문장을 구차하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유유한]은 무생물에 쓰일 꾸밈말이 아니므로 [유려한]곡선을 그리며라고 해야 한다.
[무언의 약속처럼],[어디선가],[다시] 이런 말들도 쓸 필요가 없는 말이다.
이러한 수식어나 꾸밈말의 부주의한 사용또는 적절치 못한 사용이 글전체에 산재해있다.
필요없는 수식어를 남발함이 없이 간결한 문장을 쓰는 것이 필요하고 동시에 위의 예를 든 단락처럼 짧게 탁탁 끊어지는 문장의 연속은 자칫 글을 가볍게 만들므로 주의해서 문장을 꾸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긴박감없는 결투 장면 묘사
화무현의 결투장면은 여러곳에 나온다.
첫 번째 당소취를 암격한 호조일섬과의 격투로 9페이지이다.
9페이지에 이르는 동안 격투의 묘사보다는 의성어와 설명을 조합한 반복장면의 계속이다.
두 번째는 염락수를 위시한 녹림패거리와의 싸움으로 10페이지에 걸쳐 마찬가지의 장면이 계속되다가 화무죄는 가령령이 뿌린 설명없는 몽중초에 취해 싸움이 끝나버린다.
세 번째는 가괴자의 탈출장면으로 별 긴박감이 없이 마무리된다.
네 번째는 몽중초에서 깨어난 화무현이 그를 잡으러 온 관군과의 싸움으로 이것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여기서는 싸움 중간에 왕상석의 이야기를 끼워넣어 독자의 몰입을 깨뜨려 버린다.
5. 적절치 못한곳에 싯구를 삽입하여 감정이입을 강요.
제3장 시작에 이백의 월하독작을 넣어 무정한 교류를 강조하려 한듯하다.
무협에서 분위기 있는 한시는 독자의 충분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진 시점 또는 분위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고명으로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도록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앞선 전개없이 대책없이 월하독작을 넣고 오늘같은밤 이런 풍경을 보고 적었으리라 하면서 독자의 참여를 강제함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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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라 불린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이라는 시였다.
방랑으로 시작해 방랑으로 생을 마친 그는 달빛을 보며 이 시를 적었다고 했다.
추측하건대 오늘 같은 밤, 이런 풍경을 보고 적었으리라.
여느 밤보다 은은한 달빛이 있고, 그와 잘 어우러지는 대나무 숲이 있는 이 개봉부 남쪽 죽림촌 같은 곳을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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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위와같이 설명을 부여함은 사족일따름이다.
넣고싶다면 설명이 아니라 상황과 버무린 묘사가 필요하다.
6. 불필요한 시간대 삽입
명(明) 영락팔년(永樂八年) 8월 10일.
제1장 첫머리에 나오는 연호이다.
영락팔년 5월 28일.
제2장 첫머리에 나오는 연호이다.
여기서 연호가 나올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연호로 표시해 보려는 의도인 듯 한데 역사물도 아니고 글 전체의 구성 자체가 연호를 쓰야할 아무런 관련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
본문과 관련없는 연호의 사용은 독자의 몰입을 떨어뜨리고 고증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7. 서투른 복선
투옥된 녹림총표파자 가괴자가 화무현을 불러 면회하고자 하고 그것을 어물쩍 허락한 추관도 엉성한 구성이지만, 이부분은 지면도 많이 차지하고 굉장히 중요한 복선처럼 다루어 지고 있으면서 결과는 별게 아니라는 것이다.
가괴자의 구출은 녹림장로와 가괴자의 딸인 가령령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고 가괴자가 화무현을 불러 두가지 선택이니 말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다음편에서 흑영자와 관련하여 그분분을 다루려고 한다고 변명할수도 있으나 그것은 버스지나고 손흔드는 격이다.
왜냐하면 화무현은 녹림일당에게 순전히 이용만 당하고 어떤 복선이나 도움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처형 직전에 나타나 탈출하게 해준 인물이 흑영자인 듯 한데 이것은 독자에게 억지로 복선을 떠맣기는 형태가 된다.
8. 대립과 갈등부족
1권이니 그냥 넘어갈수도 있지만 세력간이던 인물간이던 뚜렷한 대립도 없고 갈등도 없다.
마을사람을 몰살한(이유가 안나옴)아비 때문에 회자수가 된 주인공(뚜렷한 내면갈등의 묘사없음), 뜬금없이 여행하다 습격당해 도망가는 당가의 집사와 손녀, 뇌물 잘먹다가 죄수를 놓쳐 파직된 관리, 정체불명의 습격자들, 녹림의 무리.....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약간의 어거지가 되더라도 갈등을 극대화 시켜야 할것이다.
9. 맺음
일성님의 글은 위에서 여러 가지 비평을 가했으나 칭찬할 부분 역시 많습니다.
스토리의 흐름에 초보작가가 범하기 쉬운 비약이나 억지스런 부분이 크게 없고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또한 1권에서 비평단이 지적한 상당부분은 뒤편에서 해소가 될것으로 기대되기도 합니다.
‘慙&斬’은 작가가 인물과 장면 묘사를 강화하고 문장만 어느정도 다듬는다면 충분히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수 있을것으로 봅니다.
* 무판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6-20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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