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상 최강의 도살자
작가 : 정육맨
출판사 : 문피아
문피아는 여전히 레이드물의 범람기이다. 한때 살짝 사그러드나 싶었던 레이드물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사상 최강의 도살자 역시 그러한 레이드물들 중 하나이다. 소재에서는 결국 다른 레이드물과 별반 차이가 없는 글 말이다. 특히나 회귀 + 레이드 라는 흔해빠진 조합이라는 점은 어느정도 부정적인 선입견을 주고 시작하게 하는면이 없잖아 있다. 처음에는 말이다.
하지만 읽고 나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다른 회귀물 레이드물과는 꽤나 달랐던 것이다. 다른 레이드물이 주인공의 압도적인 먼치킨을 기반으로 한 사이다 전개가 주요한 포인트라면 이 글은 주인공의 능력보다도 치밀한 파티플레이 전투의 전개, 즉 '레이드'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차이냐고 싶겠지만 이것은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바로 쾌감의 차이 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사이다에서 오는 쾌감이 아니라 계획이 맞아떨어져 갈때의 쾌감. 압도적인 전력으로 적을 순살시키는 그런 시시함이 아닌 전투의 긴장감과 그것의 종료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흔해빠진 먼치킨 물에서 얻을 수 있는 그런 쾌감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쾌감 말이다.
물론 두 쾌감중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말 하기는 어렵다. 쾌감에 무슨 우위가 있겠는가. 하지만 문피아에서 기존의 것과 다른 종류의 쾌감을 얻기는 상당히 어려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그런 '다른 쾌감'을 준다는 점이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한들 이 글에 단점이 없다곤 할 수 없다. 아마도 작가의 특성같긴 하지만 좀 지나친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즉, 전개가 다른 글들에 비해 느리다는 것. 그것은 의외로 글을 읽는 목적인 쾌감에 있어서 독으로 작용하지 않겠나 싶다. 작가 스스로는 치밀한 전개와 차후 전개를 위한 발판을 깔아두는 것이겠지만 독자입장에선 좀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문피아의 경우 특히나 패스트 스타터가 많은 경향이 있는데 그런 글들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특히나 느리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또한 전투에 치중하다 보니 일상에 대한 묘사가 빈약하고 서투르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집을 수 있을 것이다. 레이드물에서 일상씬은 사건과 사건, 사냥과 사냥을 이어주는 중요한 기점이기도 하다. 그러한 일상이 빈약하다는 것은 이 글을 읽음에 있어서 진행이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이 사실 이 글의 제일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데 소설이란 이야기와 이야기사이의 흐름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이어주는 일상부분이 빈약하다는 점은 하나의 화로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몰라도 하나의 소설로는 문제가 되기엔 충분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은 어설픈 유머코드를 들 수 있겠다. 아무래도 작가가 웃기려고 이 부분들을 집어넣으려 했지만 정작 보면 그다지 웃기지는 않는 부분들을 간간히 찾아 볼 수 있다. 차라리 안넣느니만 못한 유머코드라고나 할까. 차라리 그런 유머코드를 빼버려서 글 특유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단점은 앞서 말한 그 쾌감을 죽이기엔 모자람이 있다. 애시당초 이 소설은 스토리보다도 전투에서 오는 박진감을 위주로 하는 글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 부분이 아주 빈약한가? 그것 역시 아니다. 다만 연결고리가좀 부실하다는 점일 뿐. 저 2가지 단점이 있음에도 이 글은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준다. 기존의 레이드물과는 다른 쾌감을 준다는 것 자체로도 한번쯤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 전에 비평한 묄 필레프의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이 글 역시 재미있는 글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한번쯤 시간을 내서 읽어보기엔 충분한 가치를 지닌 그런 글 말이다. 아직까지는 연재가 그리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연재가 계속됨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와 발전되는 전투의 박진감이 기대되는 글이라는 것으로 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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