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하늘 끝을 바라보며
어느 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어
파아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
몽실거리는 구름은 흘러가고
내 주위에는 수많은 길들이 뻗어 있었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야
내가 길을 따라가면 갈수록
길이 좁아졌어
길이 줄어들었어
하늘에 자그마한 붉은 기가 감돌아
나는 너무나도 무서웠던 거야
그래서 무작정 달려갔지
나는 달리고…달리고…달리고…
이것은 어린 날의 하늘
어느 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어
하늘이 타올라 밝게 타올라
하늘은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몸을 불사를까
무엇 때문에 나의 길 앞에서
푸른 몸을 태우며
아름답지만 아찔한 붉은빛을 자아낼까
이제 길은 몇 갈래 남지 않았어
나는 노을이 지는 곳으로 달려가
그때는 나조차 타오르는 것을 몰랐어
이것은 나조차도 모르던 날의 하늘
어느 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어
폭풍우 몰아치는, 무서운 밤하늘
무섭도록 시린, 새카만 밤하늘
땅은 시린 흑색의 바다에 막혀 끝나 있었고
하늘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어
아니, 멀리까지 보였지만 모두 새까맸지.
나는 이제 이 땅의 끝에서
폭풍우 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온 길을 돌아보았지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아
나는 소리 내어 울부짖어
길은…이제 없는 거냐고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땅끝에서
홀로 무릎을 그러안고
머리를 파묻어
이것은 눈물 젖은 날의 하늘
이제 다시 하늘을 보았어
땅끝에서 바라본 하늘의 끝
새까맣기만 한 줄 알았던 하늘에
어슴푸레 빛이 비치기 시작했어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울고 있었어
그러나 검은 하늘이
새벽빛을 발하며 나를 감쌌을 때
나는 더 이상 울 수 없었어
그리고 보이는 여명
바다와 하늘을 섞어놓은 듯 신비로운 푸른빛
그 빛을 아름답고 찬란한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여명
하늘은 타올랐지만 더이상 붉은빛은 아찔하지 않았어
저 하늘이 타오르는 것은
자신의 몸을 태워서가 아니라
내 어둠을 태워서니까
나는 소리쳤어
땅끝에서 하늘 끝을 바라보며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여명의 빛을 통해
어둠에 가려졌던 길이 보여
나는 그 길을 걸어갔어
이것은 깨달았던 날의 하늘
안녕, 안녕
나희덕 『땅끝』을 읽고……
시험기간 도중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시험범위도 아닌 국어 하권에 있던 시, 나희덕 시인의 땅끝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입니다.
읽고서 느꼈던 점이나 문제점들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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