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정
작품명 : 무아행
출판사 : 마루
(편의상 평서체로 쓰겠습니다.)
무아행이 이 곳에서 연재되었을 때가 고무판 시절이었는지 문피아 시절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고 나 역시 상당히 좋아했었다. 이사가기 전 동네 책방에서는 무아행을 들여놓지 않아 읽을 기회가 없었지만 이사 후 옮긴 책방에서 볼만한 책이 없을까하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무아행을 발견하고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서 망설임없이 1~6권까지 빌렸다.
확실히 과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당시 연재 시절 한 줄 한 줄 재미있게 읽었던 것과는 달리 집중이 되지않았다. 원인을 살펴보니 너무 짧은 문장의 반복이었다. 단적인 예를 보여주면
그런 화산의 명사가 되었다. 그러니 알아야 했다.
매화란 무엇인가?
"매화란 꽃입니다."
한 사내가 왔다. 불혹에 접어든 사내. 화산의 검수들 중에서 가장 젊은 자. 자경, 그였다.
이런 식의 문장이 계속 반복된다.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나중에는 심히 거슬렸다. 일체의 완급조절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짧은문장들로만 이루어진 문단들은 도저히 내용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그리고 6권까지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인공의 사유의 과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것이다. 물론 무아의 여행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1, 2권에서 주인공의 생각을 서술한 것들을 읽으면, '아 주인공의 사유가 이렇구나~ 어떤 정체성의 혼란이 있구나, 고민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읽던 내용들이 3, 4, 5, 6 점점 뒤로 갈수록 불편하게 느껴진다. 스토리 진행 반 주인공 생각하는 장면 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이 사유하는 장면은 자주 나온다. 게다가 앞에서 심도있게 생각했던 고민, 고뇌의 결과도 나오는 법이 없고, 또한 자아의 성찰이나 성장도 느낄 수 없는 상태에서 반복되는 똑같은 내용의 고민들, 그리고 그 과정을 서술하는 문체는 몰입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그리고 주인공이 사건을 주도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모습 또한 답답함을 더했다.
다만 무아행을 읽으면서 요즘 책들과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은 마구잡이로 써나가다가 수습할 수 없게되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결말이 아니라 그래도 나름 '무아행'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주인공 나름의 진정한 자신의 의미를 찾으면서 끝나는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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