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타났다.
반물빛 갑사치마를 치 여미고서 사뿐사뿐 걷고 있는 황진이.
그녀에게 모든 시선들이 쏠렸다.
입으로 가던 술잔들이 공중에서 머물러버렸고,
술병도 기우뚱하니 손끝에서 멈춰버렸다.
오로지 그녀의 치맛자락만이 움직이는 물체였다.
옥잠화색깔 당항라 적삼.
그 밑으로 늘어뜨린 노리개 삼작 수실은
저녁놀 비낀 바다에 개나리꽃이 피어있는 듯하고,
안에 받쳐 입은 적삼 옷고름에도 노리개가 달려있다.
비취옥 호리병삼작이 그녀가 발짝을 뗄 때마다
삐죽빼죽 빠져나오며 한들거린다.
향주머니는 차지 않았다.
자신의 남다른 체취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에는 하늘빛깔 옥비녀에 미라과판, 산호연봉,
비취 귀이개를 곁들여 꽂았는데,
삼단 같은 머릿결이 물결인 양 찰람댄다.
얼굴에는 분을 바르지 않았다.
오히려 군더더기 화장임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e북으로 거듭 날 [황진이 돌아오다]의 교정을 보던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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