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르문학 시장이 어떻더라'라며 많이 거론되는 십대의 끝자락에 있는 저입니다만....킬링타임용 소설 정말 싫어합니다. 음. 기쁘게도 선작한 소설 중에 단순히 흔하고 흔한 무협과는 다르구나라고 느낀 게 있는데 '글그린이'님의 '친왕록'이란 소설입니다.
초반에 지루한 면이 있지만 무작정 진도가 나가기보다는 어색하지 않은 내용전개와 개성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미묘한 심리상태를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매끄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진행은 한 편의 대하소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일권 중반에서 기연을 얻어 일권 후반에 상당한 능력을 얻어 무림에 출도하여 이권부터는 승승장구하는 주인공들에 질리셨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장르문학에서는 주인공의 변화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무공은 강해지겠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고뇌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고 느낍니다. 제가 친왕록을 보면서 감탄한 것 중 하나가 어린아이에서 세상을 배우고 점점 성숙해지는 주인공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친왕록의 주인공은 황제의 세번째 아이입니다. 황자답게 어수룩한 점이 많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랫사람들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이 있기에 이 소설은 정체된 소설이 아니라 진화하는 소설입니다.
여러 독자분들께서 김용님의 녹정기 등을 언급하시면서 비교를 하실 정도로 작가님께서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비록 출판되었다가 중단 되었지만 계속 쓰시는 작가님의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그 열정을 잃지 않고 지금의 작품성과 재미를 이어가신다면 걸작으로 남으리라 믿습니다.
고무판 독자분들은 장르문학에도 훌륭한 작품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몇 안되는 훌륭한 장르문학 소설 중에 친왕록을 꼽습니다. 친왕록을 읽고 고무판 독자분들이 장르문학 소설을 읽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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