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피아에 가입하고 글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 원래는 이런 거 잘 안 쓰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추천 글 하나 적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작품은 이가빈 님의 <베나레스의 총사>입니다. 작품명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총사가 핵심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이죠. 주인공도 직업이 총사고요. 작품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총사가 되어 펼치는 눈부신 활약과 모험, 권력암투와 음모,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여러 비밀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읽다보면 이건 제대로 된 소설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마치 처음 연재하는 소설 소개하듯 말하는 걸 보고 의아해하실 분도 있겠죠. 네, 맞습니다. 사실 <베나레스의 총사>는 몇 달 전부터 문피아에서 연재되고 있던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것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소설이죠. 그 증거로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베나레스의 총사>는 판타지 리스트 10위 권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제가 방금 말한 부분만 보면 이 소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제가 쓰는 이 추천 글이 불필요할 지경이죠. 하지만 실상은 꽤 안타깝습니다. <베나레스의 총사>가 문피아에 처음 연재되기 시작할 때,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작가 님께서 "예상치도 못했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인기"라고 까지 표현하셨을 정도죠.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이가빈 님은 정말로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셨습니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 그걸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건 작가로서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그 욕심이 지나치셔서 작가 님은 평정심을 잃고 무리하게 흥미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글은 점점 작가 님이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흐르고, 흥미요소라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을 많이 넣고 독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기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하신 이가빈 님이 이건 아니다 싶어 글의 방향을 수정하기 위해 꽤 큰 수정을 여러번 하셨지만, 너무 늦은 걸까요. 수정이 끝날 때마다 오히려 인기는 뚝뚝 떨어졌습니다.
결국 이가빈 님은 특단의 조치를 결심하셨습니다. 연재 분을 모두 삭제하고 아예 글을 처음부터 새로 쓰기로. 원래 자신이 원했던 글을 되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새로 쓴 <베나레스의 총사>가 올라왔습니다. 환골탈태를 한 듯 새로운 모습으로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번 글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도입 부분부터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번 글이 주인공이 성장하는 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술했다면 이번 글은 플래쉬 백(회상)을 이용해서 조금씩 주인공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층 스피디하면서도 내용은 더욱 알차게 채워진 글이 나왔습니다. 옛날 글보다 숨겨놓은 부분이 많아서 독자의 호기심을 한층 자극하는 것 또한 매력이죠.
이것 뿐 만이 아닙니다. 옛날 글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주인공의 알 수 없는 성격'이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런 애매한 점이 확 사라졌습니다. 날카롭고 진지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정말이지 매력적입니다. 히로인은 어떤가요? 옛날 글에선 신분(황녀)에 맞지 않는 약간 가벼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 글에선 황녀 특유의 도도하고 냉정해서 약간 오만하게 까지 보이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나레스의 총사>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역시나 옛 유럽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고증과 재해석을 들 수 있습니다. 총사의 외양, 그들의 무기, 나라의 정세, 각 집단 간의 이해 관계, 심지어 건물의 외관까지 물 셀 틈 없이 조사해 작품에 깊이 녹여놓으신 작가 님의 노력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글이 좀 길어졌네요. 추천을 하면서 글을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면 오히려 읽는 분들의 흥미를 깎아내릴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베나레스의 총사>는 정말 제대로 된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특히나 이번에 새로 쓴 글은 예전 글은 잊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으로 싹 바뀌었습니다. 읽다보면 이게 정말 내가 예전에 읽었던 <베나레스의 총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작가 님의 짧은 방황 때문에 글이 흔들리는 걸 보고 실망하셔서 떠나셨던 분들, 작품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읽지 않으셨던 분들, 오늘 처음 제목 들어보는 분들. 어느 분이라도 좋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깊이 빠져들게 될 겁니다. 제가 감히 장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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