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런 사소한 글을 올림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삼국지'라는 소설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한 매력과 흡입력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나였다면!' 하는 상상 그 상상에서 삼국지 관련 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삼국지는 그러한 상상, 막연한 상상 만으로 구성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님을 쓰면 쓸수록 알게 됩니다.
제가 한국에 나왔다는 삼국지 작품은 김홍신,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 등 조선족 작가인 리동혁님께서 쓰신 본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검궁인님께서 쓰신 삼국지, 혹은 번역된 60권짜리 삼국지만화까지.) 다 봤다면 다 봤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작품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해보았는데 삼국지 내의 인물은 약 1300여명이 됩니다. 그 중에 출사표, 후출사표에만 이름을 등장하는 인물들도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삼국지 속에 등장하는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상상하는 삼국지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세를 규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알려진 '유비, 손책, 조조' 등의 군주급 인물을 제외하고 잘 알려진 '관우, 장비, 여포, 장요, 마초, 황충, 위연..' 등의 장수와 '곽가, 순욱, 제갈량'과 같이 알려진 모사들 위주의 한정된 등장인물로 말미암아 삼국지가 가지는 스토리의 다양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삼국지 소설의 문제점은 사건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한 사건자체에 지나친 집중을 함으로써 지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삼국지에서 황건적은 난세의 시작이지만 의외로 빠른 시간에 종결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국지 관련 작품에서는 황건적을 토벌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을 소요하게 되고 한 사건을 오래 진행하면서 점차 글이 꼬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삼국지 관련 소설의 어려운 점은 삼국지라는 소설자체가 워낙 긴 시간을 가지고 흐르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 역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 관련 작품들이 연중되고 또 많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늘 삼국지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글을 두드리게 되는 분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저 역시 그러하고, 또 많은 분들 역시 그러리라 여깁니다. 가끔 삼국지 관련 작품들을 추천하거나 홍보하게 되면 이런 댓글이 꼭 달립니다.
"삼국지 관련 소설은 끝까지 가는게 없어서 안 보는게 나을 듯."
그런 글을 보면 삼국지 관련 글을 쓰는 저로써는 조금 기운이 빠지기도 합니다. 희망적인 메세지를 주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비평해주는 것이 어떨런지요?
그저 삼국지 관련 글을 쓰는 이로써 약간의 안타까움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ps-이대로 넘어가기 뭐하니 현재 삼국지 관련 소설 중 연재 중인 매검향님의 가삼국지, 샤이나크님의 사국지, 그리고 묘재님의 오국지, 그리고 제 글이 있습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성원부탁드립니다. 아마 저를 비롯해 글쓰시는 모든 분들이 기운내서 완결을 내주시리라 믿습니다. 늦은 밤 장문의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건방진 말투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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